기부 문화에도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과거의 기부자들은 기업가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신세대 기부자들은 다르다. 그들은 수동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새로운 일에 참여해 직접 주도하고자 한다. 그들은 ‘성공한 사람’보다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Book] ‘신세대 기부자들’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118.1.jpg)
에티오피아 난민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세계적인 자선 공연 ‘라이브 에이드’를 기획해 ‘음악계의 성자’라는 찬사를 받은 밥 겔도프, 영국이 자랑하는 천재 요리사로 학교 급식 개선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제이미 올리버도 있다.
시대를 앞서간 신세대 기부자들은 성공의 밑거름이 된 사회적 기술과 재능을 자선에도 적용한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세울 때 사용한 전략적 통찰력을 자선 단체 설립에 적용했다. 보노와 겔도프는 음악가로서 습득한 대중을 상대하는 기술을 기꺼이 활용했다.
신세대 기부자들은 그들의 ‘관대함’을 보여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보디숍 창업자인 애니타 로딕은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에 100만 파운드를 기부하고 5000만 파운드를 더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기부 사실이 다른 사람들의 용기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금융시장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온 ‘벤처 기부금’도 확산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직접 선택한 자선 단체와 장기적인 관계를 맺고 자본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투자자가 선택한 곳에 장기 대출이나 보조금을 지원하는 펀드도 있다.
이 책에는 23명의 ‘새로운 영웅’이 등장한다. 그들은 성격도, 국적도, 직업도 제각각이지만 ‘성공을 넘어선’ 그 무언가를 추가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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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독서 노트
시대에 질식한 여류 천재 시인
![[Book] ‘신세대 기부자들’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119.1.jpg)
최문희 지음┃379쪽┃다산책방┃1만3000원
조선은 남자의 나라다. 고려 때는 어전회의에서 여자가 말 타는 걸 막지 않지만 다리를 모으고 타도록 단속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조선은 사대부 여인이 말을 탔다는 기록이 없다. 말을 타는 건 기생이나 하는 행위로 여겨졌다. 조선 중기까지 남아 있던 딸이 제사를 모실 수 있는 권리와 재산 분배권도 임진왜란 이후 약해졌다. 차이는 국가 통치의 기본 철학 때문에 생겼다. 고려는 불교를 국교로 한 반면 조선은 성리학을 기초로 해 여성의 사회적 권리가 약해졌다. 성리학이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인식 아래 남녀유별을 강조하는 사상이었기 때문이다.
신사임당과 허난설헌.
남녀 차별이란 벽을 넘어 조선에서 여류 문인으로 자리 잡은 두 사람이다. 한 명을 더 든다면 황진이가 있을 텐데 연시(戀詩) 말고는 남겨진 작품이 없고 작품성보다 에피소드로 더 알려져 있는 인물이어서 같은 반열에 들지 못한다. 조선 500년 동안 뛰어난 글재주를 가지고 있는 여인이 더 있었겠지만 신분과 남녀 차별에 천재성이 눌려 버려 접할 수 있는 이가 두 명으로 줄었다.
‘난설헌’은 조선 중기 여류 시인 허난설헌의 일대기를 소설화한 작품이다.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뚜렷이 구분되던 사회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면서 시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기록했다. 난설헌의 생은 결혼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 결혼 이전에는 딸도 아들처럼 귀한 존재로 존중해 줬던 집안에서 성장하면서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했지만 결혼을 통해 조선의 현실 질서로 들어오는 순간 모든 것이 변했다. 시집은 사사건건 그녀를 기존의 틀에 가두려고 했고 시대를 넘어서는 그녀의 천재성은 오히려 삶을 고단하게 만드는 장애 요인이 되고 말았다. 선택은 둘 중 하나다. 현실에 순응해 천재성을 삭히든지, 아니면 저항하든지…. 개인적인 고초를 통해 여류 시인 난설헌은 탄생했다.
왜 사임당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은데 허난설헌을 아는 사람은 적을까.
여기에도 조선의 성리학적 사고가 작용한다. 유교에서 최고의 효도는 입신양명을 통해 부모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이다, 사임당은 9번 과거에 급제해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의 업적을 남기고 ‘십만양병설’을 주장한 아들 율곡이 있었던 반면 허난설헌은 아들딸이 모두 어릴 때 죽었다. 그래서 우리는 허난설헌을 얘기할 때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누이 정도로만 알고 있다.
‘난설헌’은 작품의 분위기가 최명희의 ‘혼불’과 비슷하다. 작가의 섬세한 관찰과 심리에 대한 묘사 그리고 작품 전체에 흐르는 조심스러운 전개까지…. 책을 읽고 난 후 ‘난설헌’이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것을 알았다.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solomon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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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2
김난도 외 지음┃384쪽┃미래의창┃1만5000원
![[Book] ‘신세대 기부자들’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121.1.jpg)
>>화이트칼라의 범죄자들
카리 나스 지음┃김정혜 옮김┃308쪽┃한빛비즈┃1만6000원
![[Book] ‘신세대 기부자들’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122.1.jpg)
>>부자학 교수가 제안하는 신한국의 부자들
한동철 지음┃256쪽┃북오션┃1만3500원
![[Book] ‘신세대 기부자들’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123.1.jpg)
>>바람이 속삭이는 너의 이름을
강민석 지음┃254쪽┃북극곰┃1만2000원
![[Book] ‘신세대 기부자들’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124.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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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신세대 기부자들’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125.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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