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타이어 효율 등급제 시행
“한국에서 타이어 에너지 효율 등급제가 실시되면 소비자들은 고효율 친환경 타이어를 선호하는 소비 행태를 보일 것입니다. 고효율 타이어는 가격이 약간 비쌀 수 있지만 연료 효율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가격 절감 효과가 있어 소비자들이 좋아할 겁니다.”
독일계 특수 화학 기업 랑세스의 악셀 하이트만 회장은 지난 11월 23일 제주도 해비치호텔에서에서 열린 ‘2011 고무의 날(2011 Rubber Day)’ 행사에서 12월부터 국내에서 자율 시행되는 타이어 효율 등급제를 두고 고성능 타이어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랑세스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국내 타이어 및 자동차 제조업체, 정부, 학계 관계자 등 270여 명이 모여 ‘고성능 합성고무의 최신 기술과 타이어 에너지 효율 등급제 시행에 따른 미래 이동성의 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내년 12월부터 의무 시행되는 타이어 에너지 효율 등급제는 타이어의 회전저항(마찰력)과 젖은 노면 제동력을 측정해 1~5단계로 등급화한 후 제품에 표시하도록 하는 제도로 자동차 운행 단계에서의 연비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타이어에 따라 연료 소비량의 30%,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의 24%가 좌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안병훈 카이스트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효율 타이어를 사용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연간 2억3100만 리터의 연료 소비를 줄여 약 4380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
랑세스 같은 고무 원료 공급 업체가 이 제도에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효율 등급제가 실시되면 국내외 타이어 업체들이 고성능 타이어를 앞다퉈 내놓기 위해 고성능 합성고무의 수요와 의존도가 크게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성능 타이어 시장은 연간 10% 급속한 성장이 예상되고 있고 전 세계 생산량은 현재 약 16억 개에서 2015년에는 20억 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베르너 브로이어스 랑세스 경영이사회 임원은 패널 토론을 통해 “중산층이 확대될수록 내구성이 높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타이어를 선택할 것”이라며 “이제까지 소비자들이 타이어를 고를 때 가격을 중심으로 선택했다면 이제는 성능 위주로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한국이 타이어 효율 등급제의 도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일본은 2010년부터 의무가 아닌 자율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중국·브라질 등도 곧 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세계 4위의 타이어 생산국이자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인 한국은 랑세스에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랑세스는 한국타이어·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업체,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제조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합성고무와 플라스틱 등 원료를 공급해 오고 있다. 랑세스코리아는 2006년 법인 설립 후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지속했고 올해 최대 실적인 3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랑세스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 대한 비즈니스 확대를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최근 수년간 중국과 인도의 관련 기업을 인수·합병(M&A)했고 동남아시아 곳곳에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주롱섬에 최첨단 부틸고무 및 고기능성 합성고무(Nd-PBR) 공장을 건설 중으로 2013년 준공할 예정이다. 하이트만 회장은 “수년 동안 아시아에 14억 달러(약 1조6156억 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을 포함해 아시아의 블루칩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주=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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