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 제로‘샐러던트 타운’이 뜬다


서울의 광화문·시청을 중심으로 한 광화문권역, 강남역·선릉역·역삼역 등의 강남권역, 금융회사가 몰려 있는 여의도 권역 등은 서울의 대표적 오피스가다. 이들 지역에 직장인들 중심의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이 들어서면서 1~2인 가구 위주의 주거용 오피스텔과 원룸촌이 형성됐다.

그런데 요즘 이런 추세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중심가의 비싼 분양가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이 새로운 주거지를 찾아 나서고 있는 것. 영등포구 당산역 일대,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일대, 강동구 강동·길동역 일대, 서대문구 신촌·이대역 일대 등이 대표적이다.
[샐러던트 타운]도심 접근성 ‘굿’…편의 시설도 ‘오케이’
당산역, 서울대입구역, 강동·길동역, 신촌·이대역 일대 등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신흥 오피스텔촌은 ‘샐러던트 타운’을 형성하며 투자자나 임차인(세입자) 모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샐러던트는 ‘봉급생활자’를 가리키는 일본식 영어 ‘샐러리맨(salaryman)’과 학생을 뜻하는 ‘스튜던트(student)’가 합쳐진 말로, 본래는 영어 시험이나 각종 자격증 시험 등에 대비해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직장인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매매 한파 속 소형 주택만 인기

자기 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는 열혈 직장인을 뜻하던 이 말이 요즘 들어 부동산 시장에서는 ‘대학생’과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을 합쳐 부르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대학교 주변이나 뛰어난 교통·생활 편의 시설 여건이 갖춰진 곳에 이들의 수요가 집중되면서 자연스럽게 ‘샐러던트 타운’이 부상하게 된 것이다.

샐러던트 타운 인기몰이의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교통’ 편의성이다. 앞서 소개한 당산역, 서울대입구역, 강동·길동역, 신촌·이대역 등은 저마다 지하철역을 끼고 있는 초역세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지하철 2호선·5호선·9호선 등이 한꺼번에 지나는 더블 역세권으로, 직장이 있는 강남이나 여의도에 20~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자가용을 이용해도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 같은 주요 간선도로를 이용하기가 쉽다. 대학생이나 결혼 전의 20~30대 직장인들이 몰리다 보니 이들 지역의 오피스텔은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공실률이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다.

침체된 주택 시장 속에서도 수익형 부동산의 열기를 이끌고 있는 상품은 단연 ‘도시형 생활주택(이하 도시형 주택)’ 등 소형 주택이다. 도시형 주택은 도시지역에 건설하는 300가구 미만의 국민주택 규모의 주택을 말하는데, 기반 시설이 부족한 지방보다 서울시 같은 대도시에 공급이 집중되고 있다.
[샐러던트 타운]도심 접근성 ‘굿’…편의 시설도 ‘오케이’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써브가 2009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3년간 서울시에 공급된 도시형 주택 인·허가 현황을 보면 영등포구가 1398가구로 단연 1위에 올랐다. 조사 기간 중 서울에 공급된 도시형 주택은 총 1만6852가구로 영등포구는 이 중 8.3%를 차지했다. 사업장 수로 보면 영등포구 29개 사업장은 주로 양평동과 영등포동 일대에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평동은 당산역에서 500여 m 떨어진 배후지다. 땅값이 비싸고 건물 지을 땅이 부족한 당산역 인근에 비해 아직 개발이 덜 이뤄졌고 건축비도 저렴한 양평동에 도시형 주택과 오피스텔 건설 붐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개통으로 교통 호재까지 한몫했다.

1~2인 가구의 증가는 서울시의 도시형 주택 공급 유형에도 영향을 미쳤다. 원룸형이 전체 공급량의 86.2%(1만4525가구)를 차지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 것.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시 재고 주택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는 반면 도시형 주택은 전세난과 정부 주택기금에서 지원되는 건설 자금 금리 인하(3~6%→2% 정책금리), 대출 가능 한도 확대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공급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샐러던트 타운]도심 접근성 ‘굿’…편의 시설도 ‘오케이’
당산역 일대 도심 접근성 ‘최고’

영등포구 당산역 일대는 오피스텔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대표적 샐러던트 타운이다. 당산역은 지하철 2호선과 9호선 환승역이 만나는 더블 역세권으로 웬만한 지역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교통 여건이 빼어나다.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해 30분이면 강남역에 닿을 수 있다. 얼마 전 새로 개통된 9호선은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기존 노선으로는 당산역에서 한 정거장을 더 가 영등포구청역의 5호선으로 환승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9호선 개통으로 당산역~국회의사당역~여의도역의 ‘황금 라인’이 완성됐다. 당산역에서 여의도역까지는 두 정거장, 시간상으로도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자동차 이용도 대중교통 못지않다. 양화대교 남단에서 올림픽대로와 노들길 등에 바로 오를 수 있고 다리를 건너면 강변북로 진입도 자유롭다. 또 경인고속도로 입구와도 인접해 있어 인천 지역의 왕래도 편하다. 인근 선유도역에서 양평교만 넘으면 양천구 목동과도 지척이다.

이 밖에도 현대백화점(신촌점·목동점)·타임스퀘어(영등포점) 등 백화점, 롯데마트·홈플러스·코스트코·킴스클럽 같은 대형 마트, 이대목동병원·한강성심병원·한강공원·선유도공원 등이 지척이어서 생활 편의 시설 면에서도 훌륭한 입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샐러던트 타운]도심 접근성 ‘굿’…편의 시설도 ‘오케이’
현재 당산역 일대 오피스텔은 “매물이 나오면 채 보름을 넘기지 않는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의 말이다. 전용면적 26㎡(8평) 정도가 가장 많은데, 매매가는 1억50 00만 원 이상이다.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 원에 70만 원 수준. 원룸은 1년 전만 하더라도 공실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급격히 공급이 늘면서 비교적 여유가 생겼다.

오피스텔은 공실률이 제로에 가까운 가운데, 최근 지하철역 개통과 함께 선유도역 인근에 도시형 주택 건설도 늘고 있는 추세다. 도시형 주택은 13~16㎡(4~5평) 정도가 주류다.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 원에 40만~45만 원 선. 당산역 일대의 평균 임대료 수준은 지난해에 비해 약 11% 넘게 올랐다. 임대 수익률은 평균 7% 선에 이른다.
[샐러던트 타운]도심 접근성 ‘굿’…편의 시설도 ‘오케이’
도시형 주택 즐비해진 서울대입구역 일대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은 관악구 봉천동이라는 지명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현재 봉천동이라는 행정구역은 사라지고 없다. 낙후된 지역 이미지를 벗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대학동·청룡동·낙성대동 등으로 동네 이름이 바뀌었다. 서울대입구역 일대는 예부터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하숙집이나 자취집이 수없이 많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원룸’이 대세로 자리 잡았고 최근에는 오피스텔과 함께 도시형 주택 건설 붐이 일고 있다. 기존의 대학생은 물론 젊은 직장인들이 몰리면서 새로운 샐러던트 타운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일대다.
[샐러던트 타운]도심 접근성 ‘굿’…편의 시설도 ‘오케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펴낸 ‘2010 서울 준주택 실태와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형 주택 범주에 들어가는 40㎡ 이하 소형 주택의 누적 가구 수가 관악구에서만 이미 2만3000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 방향 대로의 양편에는 오피스텔과 원룸이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대로변 같은 1급지에도 대호IP 종합건설의 ‘프라비다 2차’, 한미글로벌의 ‘마에스트로 캠퍼스타운’, 코스모디엔아이의 ‘코스모그린·블루’ 등 신규 도시형 주택 건설이 한창인 것을 볼 수 있다.
[샐러던트 타운]도심 접근성 ‘굿’…편의 시설도 ‘오케이’
신축 중인 도시형 주택은 대부분 전용면적 16~23㎡(5~7평) 정도의 원룸 스타일로, 분양가는 1억3000만~1억4000만 원 수준이고 면적이 조금 큰 2인 가구 이상은 1억6000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오피스텔도 비슷한 수준인데, 1년 전만 해도 신규 분양가가 1억 원 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오름세다. 임대 수익률은 6~8% 선을 유지하고 있다.

임대료를 살펴보면, 원룸 전세는 6000만~7000만 원이 많고 월세는 보증금 1000만 원에 60만 원 정도로, 임대료 수준이 그렇게 싼 것만도 아니다. 관악구는 서울 자치구 중에서도 유독 독신 가구 비율이 60% 정도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대학생들과 20~30대 직장인들이 대부분인데, 강남 부근에서 전세를 알아보다가 이곳으로 방향을 트는 사람이 많다.
[샐러던트 타운]도심 접근성 ‘굿’…편의 시설도 ‘오케이’
서울대입구역 일대 역시 교통의 요충지다.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면 강남까지 15분에 닿을 수 있다. 서울대입구역을 중심으로 독신 가구용 소형 주택 타운이 자리 잡은 것은 마을버스 등을 이용하는 일이 많은 강남권 가구에 비해 이곳이 갖는 큰 장점 가운데 하나다. 한편 이 일대가 대표적인 샐러던트 타운으로 자리 잡으면서 ‘베드타운’ 성격으로 변모해 지역 상권 발달 측면에선 오히려 악재에 가깝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마트나 극장 같은 것이 들어서긴 했지만 베드타운으로 변해버려 오히려 지역 상권이 침체되고 있다”며 “독신 가구의 증가가 지역 발전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푸념했다.
[샐러던트 타운]도심 접근성 ‘굿’…편의 시설도 ‘오케이’
강동역·신촌역 인근도 인기 급부상

서울 강동구 강동역과 길동역, 조금 더 넓혀 천호역 인근도 20~30대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샐러던트 타운이다. 전용면적 29.7㎡ 정도의 오피스텔 전세 시세가 1억2000만~1억5000만 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월세는 보증금 1000만 원에 50만~60만 원 수준이다. 최근 이 일대에도 도시형 주택만 6~7개가 신충 중이다. 전용면적 16.5~ 19.8㎡ 사이가 많은데, 매매가는 1억5000만~2억 원 사이를 호가하고 있다. 주변 공인중개사들의 말에 따르면 임대 수익률은 평균 7%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
[샐러던트 타운]도심 접근성 ‘굿’…편의 시설도 ‘오케이’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원룸은 여유가 있지만 오피스텔의 공실률은 제로”라고 말했다. 강동역 일대는 강남역·역삼역·선릉역 등이 가깝고 지하철 2호선과 5호선이 지나는 더블 역세권이다. 강동역은 지하철 5호선 강일 방면과 상일동 방면이 나뉘는 기점이어서 이용이 편리하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에 쉽게 진입할 수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이 잘 갖춰져 있고 올림픽공원·길동생태공원·천호공원 등 편의 시설도 눈여겨볼만하다.

SK D&D는 길동에 ‘강동 QV 2차’를 분양 중이다. 전용면적 12~19㎡로 오피스텔 95실, 도시형 주택 236가구 등 총 331가구다. 강동역과 도보 5분 거리의 초역세권이다.
[샐러던트 타운]도심 접근성 ‘굿’…편의 시설도 ‘오케이’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홍익대·추계예술대 등이 몰린 서대문구 신촌 지역은 전통적인 캠퍼스 타운이다.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면 서울의 중심지인 시청역까지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어 최근 광화문·시청 일대의 직장인들이 대거 이 지역에 자리를 틀고 있다. 또 마포·여의도 등의 오피스타운과도 30분대 이내 거리여서 젊은 미혼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신촌·홍대 등은 위락 시설 면에서 국내 그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대우건설의 소형 오피스텔 ‘신촌 푸르지오 시티’는 지하철 2호선 이대역과 경의선 신촌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다. 총 361실 규모로 전용면적 23~28㎡의 소형 평형으로만 구성된다. 분양가는 1억9000만~2억4000만 원대이며 입주는 2014년 1월 예정이다.




취재=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