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가들이 ‘컨슈머 섹터’ 선호하는 까닭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던 시기에는 풍향계 역할을 하던 미국 증권시장을 분석하기 위해 새벽에 눈을 비비며 일어나 인터넷이나 여러 방송 매체들이 쏟아내는 자료들을 분석했다. 올 들어서는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 등 남유럽을 중심으로 한 유로존의 재정 위기가 불거지면서 고객들과의 만남이 잦은 초저녁에도 유럽 증권시장의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일이 많다.

그만큼 우리나라 증권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들이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해외 경제와 재정 상황 등 복잡·다양해지고 많아졌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투자 시계가 좋지만은 않아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유로존의 재정 위기가 발등의 불이다. 유로존의 재정 위기 해소까지는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다소 있어 보이고 금융 시스템의 복원 과정에서도 디레버리징 압력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유로존 재정 위기에서 파급된 글로벌 경기 상황도 긍정적으로 봐야 느린 회복이고 그렇지 않다면 꽤 오랜 시간 고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이 클수록 또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있다는 것을 노련한 투자자들은 잘 알고 있다.

이처럼 확대된 변동성 장세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는 물론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우리보다 한 발 앞서 두각을 나타내는 운용 성적을 거둔 투자가들의 족적을 살펴보는 것이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수많은 투자자들로부터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세계적 투자가인 피터 린치와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 포트폴리오를 통한 투자 형태들을 살펴보고 이들의 투자 패턴으로부터 힌트를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먼저 피터 린치는 ‘생활의 발견’을 중요한 투자 수단으로 삼았다. 아내나 자녀들의 생활 패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검증함으로써 KFC나 에이본 프로덕츠(Avon Products: 미국의 유명한 화장품 생산·판매 회사)와 같은 히트 종목을 찾아낼 수 있었다.

워런 버핏은 코카콜라·질레트·P&G·존슨&존슨과 같이 사람들이 항상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품들을 생산하는 필수 소비재 기업을 불황기에 싼값에 사들여 장기 보유함으로써 꾸준한 수익을 올렸다.
[재테크 스쿨] 소비재 기업 ‘주목’…안정적 수익 창출
‘생활의 발견’ 중시한 피터 린치

결국 피터 린치나 워런 버핏이 주로 투자했던 업종들을 점검해 보면 자신들이 운용하는 포트폴리오에 필수 소비재나 경기 민감 소비재 관련 기업, 즉 컨슈머 섹터 기업들을 편입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의 기반으로 삼았던 것이다. 참고로 컨슈머 섹터는 국내외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거나 제공하는 소비자 관련 섹터라고 할 수 있다. 주요 대상은 음식료품·유통·제약·통신서비스 등이다.

피터 린치와 워런 버핏 같은 세계적인 투자 대가들은 왜 컨슈머 섹터에 속한 기업들을 선호했을까. 첫째, 컨슈머 섹터에 소위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s)가 넓은 기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해자(垓子·Moats)는 과거 중세시대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의 둘레를 파서 만든 연못이다. 이를 경제적 개념으로 끌어들여 ‘한 회사를 경쟁사로부터 보호하는 확고한 경쟁력’, 쉽게 말하면 진입 장벽 또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 가치 척도라고 볼 수 있다.

모닝스타의 주식 분석가인 팻 도시가 쓴 ‘경제적 해자’란 책을 보면 이런 문구가 있다. 그는 “경제적 해자를 확보한 기업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지속적인 이익을 낼 수 있는 반면, 반대로 경제적 해자가 없는 기업은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 세계는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으로 나뉘어 있으며 두 가지 차이는 엄청나다”라고 했다. 팻 도시 역시 경제적 해자, 즉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에 집중 투자하기를 권유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컨슈머 섹터에 속하면서 경제적 해자를 많이 가지고 있고 꾸준히 주가가 상승한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면 LG생활건강과 오리온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LG생활건강은 2005년만 해도 치약이나 샴푸와 같은 필수 소비재에 집중돼 있던 회사였다. 하지만 그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해 음식료품과 화장품 등으로 영역을 넓혀 가면서 꾸준히 자신들의 경제적 해자를 만들어갔다. 색깔이 전혀 다른 기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2005년에 비해 현재 주가는 10배 정도 올랐다.

오리온은 2001년만 해도 사명이 동양제과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초코파이’를 만드는 회사였다. 그리고 그때는 과자를 국내에서만 팔았다. 2000년대 중반에 미디어 쪽으로도 진출했지만 미디어 사업을 정리하고 지금은 제과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오리온 초코파이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러시아·베트남 등 아시아권에서 잘 팔리고 있다. 소위 말하는 글로벌 기업이 된 것이다. 주가도 2001년에 비해 20배 정도 올랐다.

LG생활건강과 오리온 같은 주식이 더욱 놀라운 점은 다른 섹터들 주식에 비해 변동성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안정적으로 꾸준하게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둘째, 최근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소비국으로 전환되고 있는 중국이 가까이 있다는 점이다. 한류와 케이팝(K-Pop)에 이은 한국 관광산업이 활력을 찾으면서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한 소비재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컨슈머 섹터는 불안정한 증권시장 상황에서 낮은 변동성을 유지하면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이 가능하다. 이는 컨슈머 섹터가 음식료품과 같은 필수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은 낮은 변동성을 유지하면서 주식시장 하락 시 수익률 방어에 제격인 반면 자동차·가전·호텔·레저·미디어 등 경기 민감 소비재를 생산하고 서비스하는 기업은 주식시장 상승 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재 기업은 ‘독점기업’ 많아

앞에서 살펴본 봐와 같이 유로존의 불안정성과 관련된 정보가 하루가 멀다고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로존 국가들이 가져온 신용 경색의 공포도 아직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 시대에 리스크를 낮추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영역은 결국 컨슈머 섹터가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종목을 고르고 미래의 성장 영역까지 분석하면서 지속적으로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특이한 점은 최근에 운용되고 있는 컨슈머 펀드들이 전통적인 의식주 관련 종목은 물론이고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들의 소비로 인한 동반 효과를 볼 수 있는 종목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컨슈머 섹터의 영역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컨슈머 섹터 관련 펀드들이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펀드가 불확실성 시대에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좋은 투자 대안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김종육 미래에셋증권 명동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