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혁 리딩투자증권 부회장

“국내의 증권사를 경쟁 상대로 생각해 본 적은 단연코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대는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뿐입니다.”

누군가 그랬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위기 속에서 더 큰 위기를 맞고 말 뿐이다. 하지만 박대혁 리딩투자증권 부회장 겸 IWL파트너스 대표는 항상 그 위기 속에서 진짜 기회를 잡아 성공을 거둬 왔다. 한국 경제가 몸살을 앓았던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도 그랬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그랬다.

그는 1993년부터 LG투자증권의 해외법인장을 맡으며 거둬낸 성공으로 채 마흔 살도 안 된 2000년 종합 증권사인 리딩투자증권을 세웠다. 또 2007년 그가 사모 펀드 회사인 IWL파트너스를 통해 인수한 W저축은행은 금융 위기 여파에 휘청대던 여러 중견기업에 투자해 금융계에 ‘메자닌 투자’라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내며 각광받았다. 박 대표가 증권업계에서도 ‘타고난 승부사’로 꼽히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김수현 작가는 그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자신의 작품 속에 녹여내기도 했다. 탤런트 이영애·차인표 주연의 ‘불꽃’에서 차인표가 맡았던 종혁이라는 인물의 모델이 바로 그였다.
“따뜻한 투자로 자본시장 법칙 바꿀 것”
김수현 드라마 ‘불꽃’의 실존 모델

선진국 재정 위기로 세계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는 최근 그는 발걸음을 더 빨리하고 있다. 작년 말엔 벤처 투자사인 보스톤창투(현 리딩인베스트먼트)를 인수했고 올해엔 리딩투자자문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물론 박 대표가 항상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만은 아니다. 리딩투자증권의 경영권을 두고 지루한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고 다 잡은 것처럼 보였던 브릿지증권과 한미은행을 눈앞에서 놓치며 쓴맛을 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박 대표는 요즈음 ‘따뜻한 투자’를 그 누구보다 강조하고 있다. 스스로도 말했듯 몇 년 간의 부침이 자신의 투자론을 다시 쓰는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따뜻한 투자를 성공시켜 냉정한 머니게임이 판치는 자본시장의 법칙을 바꿔보겠다고 말이다. 이런 생각은 흔들리는 국내외 경제 상황 속에서도 하나둘씩 현실이 돼 가고 있다. 바로 알토란같은 실적을 통해서다.

리딩투자증권의 최근 실적이 눈에 띕니다.

리딩투자증권은 2011 회계연도 1분기 기준 139억 원의 순이익을 냈습니다. 국내의 전체 증권사 62개 중에서 17번째로 많은 액수입니다. 이 회사의 자기자본은 1648억 원으로 전체의 45위권에 불과해요.

이 처럼 높은 효율성은 사업의 포트폴리오가 매우 다양하게 잘 짜여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2000년 증권사를 세울 때부터 골드만삭스를 경쟁 상대로 생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수수료 수입 중심의 브로커리지 회사가 아닌 투자은행을 모델로 삼았습니다.

이 때문에 개인과 기관 연·기금 등 고객층이 폭넓습니다. 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대형 증권사가 무색할 만큼 다양합니다. 리딩투자증권에서는 국내 주식이나 채권, 선물 옵션은 물론이고 해외 50여 개국의 주식과 선물 옵션을 거래할 수 있습니다.

또 투자은행(IB) 부문에서는 지난해 수수료 수입으로만 500억 원 가까이를 벌어들였습니다. 우리는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M&A)뿐만 아니라 크로스보더 M&A(서로 다른 국가의 기업 간 M&A)까지 하고 있습니다. 중소형사임에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증권사라고 자부합니다. PI(자기자본) 투자에서 역시 전체 수익의 20% 이상을 내고 있습니다(리딩투자증권은 현재 영국·홍콩·일본에 직접 진출해 있다.

지난해 4월 리딩투자증권은 증권 브로커리지 겸 투자 정보 회사인 INDX홀딩스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영국과 홍콩에 각각 자회사를 두고 있다. 또 2008년에는 60년 역사의 일본 증권사 지크증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국내 증권사가 일본 증권사를 인수한 첫 사례였다.)

여러 저축은행들이 영업정지를 당하고 있는 와중에도 W저축은행이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투자로 자본시장 법칙 바꿀 것”
W저축은행은 2011 회계연도 1분기 당기순이익 44억8636만 원, 영업이익 50억6394만 원, BIS 비율 8.22%를 기록했습니다.

2007년 영풍저축은행을 인수했을 당시를 생각해 보면 한 해 순이익이 12억 원에 불과한 소형 저축은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여러 저축은행들이 추진하던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은 위험성이 높을뿐더러 이미 ‘레드오션’에 진입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주목한 게 메자닌 투자입니다.

저는 항상 ‘남들과 다르게 생각할 것’을 강조합니다. 금융을 통해 수익을 내는 행위의 본질은 ‘불균형’에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다른 금융사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큰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길, 즉 남들이 보지 못한 불균형을 찾아야만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아무리 어려워도 거기서 길을 찾고 길을 찾을 수 없다면 찾을 때까지 쉬면 됩니다.

메자닌 투자는 이런 새로운 길 찾기의 일환이었습니다. 메자닌 투자는 독자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담보 부족 때문에 금융 지원을 받기 힘든 중소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주는 일입니다.

이와 함께 W저축은행의 영업도 철저하게 고객 중심으로 했습니다. 일례로 우리는 직장인 고객을 잡기 위해 매주 수요일에는 9시까지 영업을 합니다. 토요일에도 10시부터 3시까지 영업하는 연장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따뜻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투자’란 무엇입니까.

외국계 금융사에서 일한 저는 그들의 투자법이 얼마나 냉정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 투자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도 수없이 봐 왔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투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000년 리딩투자증권 설립 후 힘든 일이 많았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의 결론은 투자란 다른 사람을 위한 ‘사랑’의 행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뜻한 투자로 자본시장 법칙 바꿀 것”
투자란 미래의 더 큰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미루는 일입니다. 나 하나만 잘 먹고 잘 살자면 현재의 행복을 미룰 필요가 전혀 없죠. 하지만 내 가족과 직원들 그리고 고객이 더 큰 행복을 가질 수 있도록 하려면 나의 현재를 고되게 보내야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없다면 힘든 지금을 절대로 버틸 수 없겠죠. 쉽게 말해 스티브 잡스가 병에 걸리면서까지 왜 그렇게 열심히 일했을까요. 더 많은 사람이 좋은 제품을 쓰게 하겠다는 의지에서였을 겁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에서 열리고 있는 ‘아큐파이(OCCUPY)’ 시위는 영미권의 금융사들이 보여준 ‘탐욕’에 근거한 투자가 불러일으킨 일입니다. 탐욕에 가득 찬 투자는 양극화를 만들고 양극화는 자본주의를 성장할 수 없게 만듭니다. 실제로 모든 사람이 자기만 생각하면 공멸한다는 것은 이미 수학적으로도 증명이 끝났습니다. 노벨상 수상자인 존 내시의 ‘내시 균형’을 통해서죠. 이 때문에 저는 이제 자본주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을 배려하는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2007년 세운 회사의 이름도 IWL(Invest With Love)파트너스로 했습니다. 탐욕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는 사랑의 투자를 하겠다는 뜻입니다.

일례로 W저축은행에는 ‘피노키오론’이라는 상품이 있습니다. 착한 일을 하면 코가 줄어드는 피노키오처럼 연체를 하지 않으면 점점 더 금리를 깎아주는 것이죠. 단순하지만 기존의 금융사는 이런 상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는 불성실한 사람들로 인한 손해를 성실한 사람들에게 전가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왜 약속을 잘 지키는 고객이 부담을 떠안아야 할까요.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회사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그들은 알아야 합니다. 연체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신용도 높은 고객을 불러 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따뜻한 투자’는 모두를 위한 길입니다.

지난 11월 11일 ‘2011 아시아 소시얼 벤처 대회’에 앞서 열린 사회 책임 투자 관련 세미나에서 강의를 맡으셨습니다. 강의에서 ‘미싱 미들(중간 소외층)’의 지원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힘든 사람들은 중산층 과 서민층입니다. 빈곤층에 대해서는 오히려 여러 가지 지원이 많습니다. 부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잘 지킬 수 있겠죠. 하지만 중산층은 사회적 안전장치가 거의 없습니다. 조금만 삐끗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구조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지원이 있습니다.

물론 대기업들은 알아서 잘 살아남죠. 그런데 중견기업은 규제는 대기업처럼 받고 중소기업이 누리는 혜택이 전혀 없습니다. 저는 이를 ‘미싱 미들’로 생각합니다. 사회의 대다수이지만 오히려 어떤 관심을 받지도 못하는 계층입니다. 앞으로 저는 리딩투자증권과 W저축은행을 통해 ‘미싱 미들’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증권사·저축은행·투자자문사·벤처캐피털이라는 금융 라인업을 만들었습니다. 금융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전 사실 금융인이 되고 싶다기보다 그냥 ‘사장’이 되고 싶었습니다. 대학원에 다닐 때 교수님의 추천으로 우연히 증권사에 취직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 들어가 보니 한국의 금융사라는 곳이 너무 낙후됐더군요. 무릎을 탁 쳤죠. ‘아,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하고 말이죠. 그 뒤로 참 열심히 일했습니다.

결국 외국계 금융사에 스카우트됐고 거기서 배운 노하우를 바탕으로 LG증권의 해외 영업을 맡았습니다. 당돌했지만 회사와 고용이 아닌 수익 분배의 형식으로 계약했습니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낯설었던 국내 기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이를 해외 투자자들에게 영업했습니다. 구제금융으로 국내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이미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다는 걸 다 알고 있었죠.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렸습니다. 그리고 이 수익금이 리딩투자증권을 세운 종잣돈입니다.

지금도 저는 재산을 ‘소유’하는 데 관심이 없습니다. 이보다는 사업을 ‘컨트롤’하는 일, 즉 회사를 경영하고 키우는 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사모 펀드 회사인 IWL파트너스를 중심으로 한 여러 회사들 간의 지배 구조 역시 이를 반영합니다.

한국 금융 산업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규제 완화’입니다. 물론 금융업은 룰이 필요한 산업입니다. 하지만 모든 비즈니스가 ‘신뢰’가 없이는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따져본다면 지나치게 촘촘한 규제는 산업 발전에 해가 됩니다. 이 때문에 지금보다 금융회사의 설립을 보다 자유롭게 만들고 다양한 금융의 업태를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보다 ‘이것저것만 안 된다’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를 해야 한국 금융이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요.

저는 성공에 대한 큰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뜻한 투자를 통해서도 탐욕에 기반한 투자보다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글로벌 시장에 관심이 큽니다. 우선 동북아시아를 시작으로 미국 및 유럽을 포함한 활동을 계속 모색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투자로 자본시장 법칙 바꿀 것”
박대혁 리딩투자증권 부회장
약력:1961년생. 1984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86년 고려대 재무학 석사. 1985년 LG증권(현 우리투자증권). 1990년 BZW(BARCLAYS de ZOETTE WEDD) 한국 담당 이사. 1993년 LG증권 해외영업 총괄 및 런던 현지 법인장. 1999년 리딩캐피탈 대표. 2000년 리딩투자증권 대표. 2007년 IWL파트너스 대표(현). 2007년 리딩투자증권 부회장(현).


대담= 김상헌 편집장┃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