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없이 경매 참가하기


목동 신시가지 116㎡형(35평형) 아파트에 살고 있는 A 씨는 전세 만기를 앞두고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전세 보증금 6000만 원을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아 구입할 생각도 해봤지만 시세를 알아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려고 해도 이제 막 중학교에 올라가는 아이가 눈에 밟힌다. 결혼을 앞두고 집을 구할 때 굳이 목동을 택한 이유는 교육 환경 때문이었다. 이제 와서 다른 곳으로 옮기려니 박봉에 살림을 꾸려 온 아내와 아이를 볼 면목도 없었다. 며칠 후 동창 모임을 찾은 A 씨는 한 친구에게서 뜻밖의 정보를 얻었다. 은행에 다니는 친구가 마침 자기 은행에서 경매를 진행하는 물건 가운데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물건이 있다는 것이었다. 86㎡형(26평형)으로 지금 사는 집보다 작지만 그만큼 감정가가 낮아 금액 부담이 작았다. 소유자 점유 물건으로 명도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희망은 다시 절망으로 뒤집혔다. 입찰 보증금이야 어떻게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낙찰 뒤 납입할 잔금을 마련하기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전세 보증금을 빼서 잔금을 납입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이사 가기 전에 무슨 재주로 보증금을 받는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5억 원이 넘는 돈을 대출 받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자 무안해진 친구는 전화기를 꺼내 어딘가와 통화하더니 A 씨에게 집주인의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응찰해 보라고 권했다.
타워펠리스에서 바라본 양천구 목동 아파트단지와 신정동일대
(바로 앞 남부 지방법원)
20090202 임대철인턴 photo@....
타워펠리스에서 바라본 양천구 목동 아파트단지와 신정동일대 (바로 앞 남부 지방법원) 20090202 임대철인턴 photo@....
채권자의 사전 ‘승낙’이 필수

친구의 말인즉슨, 관계 부서에 문의해 보니 채권자의 승낙을 얻어 채무를 승계할 때에는 낙찰 대금에서 해당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납부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에 용기를 얻은 A 씨는 다음 날 해당 경매계에 전화를 걸어 채무 인수에 따른 대금 납입 절차 등을 확인하고 해당 은행의 예상 배당 금액을 감안한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웠다. 은행과의 협의는 친구가 도와주기로 했다. 최근 매각된 인근 단지의 같은 평형 아파트가 감정가의 84%에 낙찰된 점을 감안해 은행에서 인수한 채무는 보증금을 받는 즉시 상환하고 추가로 필요한 자금 1억5000만 원을 신규 대출하는 선에서 협의를 끝냈다. 이제 A 씨는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입찰일을 기다리고 있다.

경매는 일반 매매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복잡한 권리관계를 청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시일 내에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경매에서도 목돈을 들이지 않고 잔금을 납부할 수 있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이 채권 상계에 의한 대금 납부다. 채권자가 매수인이 될 때 배당받는 금액만큼을 잔금에서 제외하는 것을 말하는데, 선순위 세입자들이 낙찰 받을 때 종종 사용한다. 이 밖에도 채권자들의 승낙을 얻어 채무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해당 금액을 면제받는 방법이 있는데 A 씨가 그런 예다.

채권자의 승낙을 얻어 채무를 인수할 때 인수 금액은 채권자가 경락 결과 배당받는 금액으로 채권액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모든 채권자의 승인을 받을 필요는 없기 때문에 승인해 주는 채권자의 채권 배당액만큼 잔금 납입에서 면제받을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자.


남승표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lifa@gg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