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트렌드-이모작 경영
경기 침체가 장기전이 되면서 창업 시장의 성장세도 다소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부진해진 매출을 극복하기 위한 기업들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눈에 띄는 가운데 외식업의 이모작 경영이 불황 극복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모작 경영은 하나의 가게에 두 가지 업종을 결합해 매출 효과를 극대화하는 운영 방식이다. 영업시간이 길고 시간대별 조리 매뉴얼이 달라 부대 비용의 추가 지출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타깃 고객층을 넓힐 수 있고 투자 효율성이 높아 창업자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경영법이다. 효과적인 매출을 올리는 데도 한몫한다.
소상공인진흥원의 이봉희 팀장은 “이모작 경영은 점심과 저녁 메뉴를 각각 특화해 고객 니즈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외식 업계는 이처럼 이모작 경영을 통해 고객층을 다양하게 흡수하고 방문율을 높여 매출을 극대화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점심엔 식사, 저녁엔 술자리 충성 고객으로
이모작 경영의 최대 장점은 점심 고객과 저녁 고객의 이중 방문 효과다. 점심 식사를 하러 방문했다가 호감도가 상승한 고객들이 대부분 저녁 모임이나 술자리를 갖기 위해 재방문하는 일이 많다. 충성 고객이 될 확률이 높은 것.
수제 튀김 바 ‘더(The)통티’는 주류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수제 형식의 다양한 튀김 메뉴를 콘셉트로 내세우며 오피스 상권 등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주류 전문점이다.
길거리 포장마차나 분식점에서만 볼 수 있던 튀김 메뉴를 세분화·전문화하고 경제적인 가격의 고품질 요리로 재탄생시킨 것이 ‘더통티’만의 강점이다.
여의도점은 주변에 오피스가 밀집한 지역적 특성을 살려 저녁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을 활용한 식사 고객까지 유입하고 있다.
‘더통티’의 강만남 사장은 “처음엔 저녁 주류 고객만을 대상으로 운영하다가 오피스 상권이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 점심에도 식사 고객을 대상으로 매장을 운영하게 됐다”며 “상권 특성을 최대한 살린 매장을 만들기 위해 가맹 본사와 꾸준히 의견을 교환했다. 점심 메뉴로도 손색이 없는 매운 갈비찜, 나가사키 짬뽕, 수제 돈가스 등 본사 자체 메뉴를 도입해 점심 특선으로 제공하면서 현재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점은 79.19㎡(24평) 규모에 18개 테이블이 구성돼 있고 점심시간에는 1회 반~2회 정도의 테이블 회전율을 보이고 있다. 고객층을 넓힘으로써 매출 효과는 물론 고객 충성도까지 높였다. 점심 고객이 자연스럽게 저녁 주류 고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 사장은 “이모작 경영을 하기 전보다 인건비 지출이 많아지고 개인 시간이 부족해지긴 했지만 고객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효과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어 매장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닭쌈 레스토랑 ‘닭잡는파로’ 안양점은 젊은 세대들이 몰려드는 번화가에서 재방문율이 높은 매장으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이모작 경영으로 점심 매출과 저녁 매출을 모두 잡았다.
가장 안정적이고 대중적인 창업 아이템인 데다 고객 수요가 폭넓기 때문에 접근 장벽이 낮은 점 또한 이모작 경영에 수월하게 작용했다.
이찬범 닭잡는파로 안양점 사장은 “주변에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많아 10, 20대 유동인구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일반 치킨 메뉴와 달리 오븐에 굽고 식사 형태로 구성된 메뉴 때문에 점심시간에도 젊은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 www.econodaily.kr│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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