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연합군을 형성하면 대기업 못지않은 파워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에 따라 신속하게 협업체를 형성하고 해체하는 ‘레고형 협업 모델’도 등장했다.
협업은 21세기 융합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기초 인프라다.
협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융합도 불가능하다.
![[이제는 협업시대]중소기업의 반란, ‘이제는 협업시대’](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175.1.jpg)
전통적으로 지형 측량에는 지상에 고정된 레이저 계측기를 설치하거나 항공기를 띄워 하늘에서 레이저를 쏘는 방식이 주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차폐물이나 지형 영향으로 계측이 불가능한 사각지대가 생긴다. 3차원(3D) 레이저 스캐닝을 채택하면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다나카 컨설턴트 혼자서는 이를 현실화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연구·개발에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이 드는데다 성공 가능성도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협업’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3D 레이저 스캐닝 시스템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데베로, 무인 헬리콥터 관리·조종 기술을 가진 신타니 등 2개 회사와 손을 잡았다. 3D 레이저 스캐닝 시스템을 경량화해 무인 헬리콥터에 탑재하면 훨씬 정확한 3차원 데이터를 얻어낼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이들은 약 1년 반 동안 1억 원을 투자해 헬리콥터 탑재형 계측기 개발을 끝냈다.
![[이제는 협업시대]중소기업의 반란, ‘이제는 협업시대’](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176.1.jpg)
시장 반응도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산사태나 암반 붕괴 등으로 사람이 출입할 수 없는 장소를 정밀하게 계측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건설 회사들이 자연재해 예방 대책에 활용하기 위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도로와 하천 시공 관리, 자연환경 보존 분야에서도 적지 않은 수요가 예상됐다. 3개 회사가 각자 갖고 있는 노하우를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황금 시장을 창출해 낸 것이다.
이는 최근 일본에서 쏟아지고 있는 중소기업 간 협업 성공 스토리의 한 사례일뿐이다. 일본은 2005년 신사업활동촉진법을 제정하고 중소기업 협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702개의 협업체가 구성됐으며 이 중 517개가 제품 개발을 완료해 893억 엔의 매출을 올렸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기업 간 협업이 보편적인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중소기업 협업 모델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미국에서 실리콘 밸리를 비롯한 첨단 기술 산업 클러스터가 번창하는 이유도 창업 벤처기업들이 협업을 통해 개발 기술의 상용화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협업시대]중소기업의 반란, ‘이제는 협업시대’](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177.1.jpg)
이들은 서로의 장점을 살려 제품 개발과 생산, 마케팅 등 전 과정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수익 배분도 서로 기여한 부분만큼 공평하게 나누기 때문에 자발적인 참여가 가능했다. 단순한 하청 관계를 떠나 수평적인 관계에서 사업을 진행해 신뢰 관계도 깊어졌다. LBS코리아는 올해 600억 원대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협업 파트너인 진명INC와 스미쓰도 매출이 크게 늘었다. 이들은 미국·중국·일본 등 32개국에 기술 특허를 출원해 해외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한창희 한양대 경상대학 교수는 “협업은 중소기업의 개방적 혁신을 촉진하는 미래 지향적 모델”이라며 “앞으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협업에서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항구 팀장은 협업이 전문화·대형화·국제화라는 중소기업의 오랜 과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협업을 통해 단일 기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취재=장승규·박진영·우종국·이진원 기자
전문가 기고=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
사진=서범세·김기남·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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