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통 트렌드

지난 11월 22일 서울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 앞은 수많은 인파와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기념관 앞에 내걸린 지상욱의 북 파티 ‘지상욱이 묻고 미래가 답하다’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그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

이날은 현직 대학 연구 교수이자 전직 서울시장 후보인 지상욱 박사의 저서 ‘굿 소사이어티’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북 파티’를 콘셉트로 내세운 출판기념회는 방송인 임백천 씨가 진행을 맡아 2시간 동안 토크와 노래가 있는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지 박사는 출간 배경에 대해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며 느끼고 배운 게 많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고 칼럼을 써도 잘 봐주지 않더라. 내 마음속 깊게 생각했던 느낌과 열정을 담은 책이 이 책”이라고 설명한 뒤 “오늘 북 파티는 출판기념회와 달리 없는 것 세 가지, 있는 것 세 가지가 있다”고 소개했다.

즐비한 화환, 축사, 내빈 소개가 없고 공감과 노래, 스토리가 있는 자리라는 것. 이날 행사에는 가수 장혜진·김현철 씨가 저자와의 인연으로 출연해 노래를 선물했고 개그맨 지상렬 씨, 시민 대표로 참석한 현직 언론사 문화부장, 대학생 대표 등의 패널이 참석해 ‘노블레스 오블리주’, ‘포퓰리즘’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순서도 마련됐다.



아내 심은하 씨 참석, 흥행에 ‘도움’

이날 객석에는 2030부터 5060까지 다양한 계층의 청중들이 모여 눈길을 끌었다. 특히 지상욱 박사의 아내인 심은하 씨가 참석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어느 정도 정치색이 드러난 출판기념회에, 그것도 저자가 전직 서울시장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연예 담당 기자들이 총출동한 데는 그런 연유가 있었다.

지 박사는 “심은하의 남편이라는 타이틀이 너무 싫고 탈피하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되더라”며 “아내는(연예인을) 그만둔 지 10년이 넘었는데 인기가 죽을 줄 모른다”고 웃으며 말했다. 심은하 씨는 “남편은 책을 쓴다는 목표보다 색다른 방법으로 소통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줘서 고맙고 눈물이 날 지경”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적’이었다. 1,000석 규모의 좌석은 드문드문 빈 곳을 제외하곤 꽉 찼으며 딱딱하고 일방적인 출판기념회에 비해 신선하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라는 주제로 대학 강연을 진행 중인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도 같은 날인 11월 22일 경북 경산의 대경대와 경북에서 토크 콘서트 형식의 강연을 진행했다. 다음 날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4년 만에 캠퍼스 특강에 나서 ‘내 마음속의 사진’이라는 주제의 쌍방향 강연을 하며 젊은층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이름은 다르지만 또 다른 ‘토크 콘서트’인 셈이다.

소통이 화두로 떠오른 시대, 새로운 소통의 방식으로 ‘토크 콘서트’가 화제다. 콘서트 개념을 가장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곳은 정치권이다. 연예계와 가요계에서 주로 쓰이던 이 단어는 어느새 정치권으로 깊이 들어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귀를 막은 채 국민들과 단절이 심했던 정치권이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소통을 시도한다는 점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너도나도 ‘콘서트’를 내세우는 통에 그 ‘진의’나 순수성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안철수의 ‘청춘 콘서트’ 벤치마킹 열풍

그도 그럴 것이 ‘콘서트’의 시발점은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안 원장이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 클리닉 원장과 함께 전국의 대학가를 돌면서 토크 형식으로 강연하는 ‘청춘콘서트’는 특히 젊은층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급기야 안 원장은 단숨에 대권 주자로까지 올라섰다.

안철수 바람이 거세게 불어 닥친 이후 정치권에서는 ‘청춘콘서트’를 벤치마킹하는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11월 5일부터 한 달 일정으로 대학생 대상 정책 대담 ‘드림토크’를 시작했는데, 유명 인사와 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다.

정치인 개인들도 앞다퉈 콘서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출판기념회를 겸한 토크 행사를 열고 이 자리에 소설가 이외수, 연극인 박정자, 사진작가 김중만, 가수 하춘화 씨 등을 초청해 화제가 됐으며, 역시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도 개그맨 심현섭 씨의 사회로 얼마 전 ‘대한민국을 부탁해’란 ‘대학생 토크 투어’를 개최했다.

콘서트 바람은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는다.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최근 국악과 아카펠라 공연, ‘소통에 관한 대담’이 있는 콘서트 형식의 출판기념회를 열었으며 ‘문재인, 검찰을 생각하다’라는 신간을 펴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12월 초부터 ‘북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콘서트 열풍은 정치권 밖에서도 이미 시작됐다. 11월 23일 전북 전주시에서 열린 전라북도 취업박람회는 ‘2011 희망 전북 취업 콘서트’란 타이틀을 달고 진행됐으며 동국대는 이번 가을 학기부터 ‘프라이드 동국 지성 콘서트’를 개설하고 사회 각계 각층의 명사를 초청한 강연을 개최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시작된 소통 기류가 콘서트라는 형식의 아날로그적 소통으로 확대되는 데 대한 찬반 시선은 분명 존재한다. 사회 전반에 가득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씻을 기회가 되고 쌍방향 소통을 통해 열린사회로 가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자칫 표를 위한 ‘정치적 쇼’를 그럴 듯하게 포장한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트랜드]‘토크 콘서트’ 권하는 사회
1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 지상욱 박사의 출판기념회에는 일반인 패널이 참여한 토크쇼가 마련됐다.
2 이날 객석에는 2030부터 5060까지 다양한 계층의 청중이 모였다.
3 토크 콘서트 열풍의 진원지는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시골의사’ 박경철의 ‘청춘콘서트’다.
[트랜드]‘토크 콘서트’ 권하는 사회
4 지상욱 박사가 저서 ‘굿 소사이어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5 남편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심은하 씨.
6 한나라당 원희룡(왼쪽) 의원과 정병국 의원도 최근 각각 토크 콘서트 형식의 강연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7,8 가수 김현철·장혜진 씨가 지 박사와의 인연으로 참석해 노래를 선물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