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한국전력이 12월부터 전기 요금을 평균 12~13%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방안을 의결했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 11월 17일 김중겸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고 사외이사들 주도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당일 이사회에는 사외이사 8명, 사내이사 7명 등 15명 가운데 사외이사인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 안현호 지식경제부 전 차관, 정해주 전 통상산업부 장관 등 3명이 빠진 12명이 참석했다.

이 상황만 놓고 봤을 땐 한전 이사회는 지극히 정상적인 활동을 한 것이다. 한전의 이해득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기 요금 인상 여부에 대해 주주들이 인정한 이사들이 결정을 내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공식적으로 내세운 명분도 겨울철 전력 수급 안정과 영업 적자 해소를 위해 전기 수요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전기 요금 인상 필요성 꾸준히 제기돼

하지만 한전 이사회의 이 같은 결정이 알려지면서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는 발칵 뒤집혔다. 지경부는 한전을 산하 기관으로 두고 있으며 재정부는 물가 소관 부처로서 공공요금에 대해 해당 부처와 협의할 권리가 있다. 게다가 전기 요금은 물가와 직결되는 사안이라 전기 요금 인상안은 한전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이들 두 부처가 먼저 인상 여부와 인상 폭을 놓고 협의하는 것이 ‘관례’였다. 최근 물가에 대한 부담감이 늘어난 데다 지난여름 전기 요금이 평균 4.9% 수준으로 한 번 인상된 적이 있기 때문에 올해 안에 다시 인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으로 간주됐다. 그런 상황에서 한전이 ‘관례’를 깨고 ‘원칙’대로 절차를 밟은 것이다.

한전 이사회가 이 같은 무리수를 둔 것에 대해 정부 관계자와 언론에선 표면적인 이유 외에 다른 원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한전 소액주주들이 전기사업법에 따라 회사가 전기 요금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김쌍수 전 한전 사장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을 고려한 조치라는 것. 소액주주들이 김 전 사장만 고소했지만 이후에 책임 대상을 이사회 전체로 확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사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사회의 의견도 일리는 있다. 전기 요금 인상 필요성은 그동안 꾸준하게 제기돼 온 문제다. 현재 한전은 생산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그래서 생산원가 대비 수익 비중을 뜻하는 원가 회수율도 지난 6월 기준으로 86.1%에 불과했다. 전기를 많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번에 전기 요금을 인상한다고 하더라도 원가 회수율은 90.3%로 여전히 균형치를 밑돈다.

한전 이사회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전기 요금 소관 부처인 지경부와 재정부의 표정은 엇갈린다. 재정부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KTX와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안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전기 요금 인상안까지 거론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지난 8월에 4.9% 인상했기 때문에 또다시 인상안을 만들어 국민들의 질타를 받기보다 절전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지경부는 공식적으로는 정부와 협의 없이 한전이 인상 결정을 내린 것은 무리수라고 밝히고 있지만 내심 전기 요금 인상 이슈를 재점화했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사태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김쌍수 전 한전 사장도 한전 이사회를 지지하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사회의 이번 전기 요금 인상 결정은 주식회사의 (운영) 원칙을 지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전이 여러 차례 정부에 전기 요금 인상을 요청했지만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거부했다”며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이 ‘구두’로 거부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정부 때문에 전기 요금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이사회의 결정은 (자기 보호를 위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1.9.16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1.9.16
박신영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