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견학 붐


요즘 일본에선 공장 견학이 화제다. 일종의 관광 명소로까지 인식된다. 붐은 조용하되 거세게 형성 중이다. 언론도 관련 기사를 내보내며 원인 분석에 나섰다. 대개 공장 견학, 공장 여행, 사회 견학 등의 타이틀로 정리된다.

공장 견학이라면 으레 학교 수업의 일환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공장 견학은 인원 구성이 꽤 다양하다. 사실상 남녀노소 불문이다. 관광 명소에서나 보임직한 다양한 연령대가 참가한다. 붐이 일면서 견학 프로그램이 급증세다. 웬만한 기업이면 공장 등 제조 현장의 외부 공개는 필수 전략 중 하나다. 서비스 현장까지 견학 대상에 올랐을 정도다.

참가 그룹은 크게 둘로 나뉜다. 어린이 동반의 가족 그룹과 60대를 훌쩍 넘긴 반백의 중·고령 방문 그룹이다. 교육 효과 기대 차원의 전자는 사실 공장 견학의 단골손님이다. 최근 언론이 주목한 붐은 후자다. 은퇴 이후 공장 견학을 취미로 삼으려는 수요다. 남는 건 돈과 시간이니 가뜩이나 무기력·소외감에 고전 중인 은퇴 세대에겐 꽤 매력적인 소일거리다.

‘어른을 위한 인기 절정의 신종 레저’라는 수식어까지 생겼다. 특집 방송을 내보낸 NHK는 “친숙한 일상 제품의 제조 과정을 보면서 몰랐던 사실에 놀라고 현장 체험과 즉석 시음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저비용이란 점에서 휴일의 새로운 취미로 부각됐다”고 전했다. 그 덕분에 새로운 관광 명소 명단에 이름을 올린 공장도 많다.

인기 공장은 몇몇 범주로 구분된다. 최다 관심사는 맥주 공장이다. 맥주를 즐기는 나라답게 맥주 공장은 견학 대상 인기 순위 1위다. 현장 생산의 맥주 시음까지 무료니 금상첨화다. 자녀 동반이면 디저트 등 과자 공장도 단골 방문지다. 음료수 생산 현장도 관심권이다. 화폐 제조와 항공기 정비 등 흔히 접하기 힘든 희귀 현장은 대기 행렬이 길다.

인터넷엔 공장 견학 전문 사이트도 성황이다. 관심을 끌면서 사이트는 경쟁적으로 오픈되는 추세다. 장르·거리별로 묶어 맞춤 검색이 가능하도록 했다. 음료수·과자·식품·조미료 등 생필품 제조 현장에서부터 교통기관·신문사·관공서 등도 포함된다. 일부 공장은 즉석 시음, 시식과 함께 체험 프로그램까지 운영해 인기가 높다. 지진 이후엔 방재센터·소방서를 비롯해 위기관리 대응 능력을 키우려는 방문 수요가 급증했다.

공장 견학 프로그램의 역사는 길다. 최근의 은퇴 세대 방문 트렌드가 일기 전부터 공장 견학은 제조업 강국답게 광범위하게 운영됐다. 애초엔 직원 가족 등에 한정해 일부 현장을 보여주던 관행이 이젠 외부 수요를 감안해 문호를 대폭 개방한 형태로 진화했다.
[일본] 새 관광 명소…실버 세대 ‘환호’
여행·드라이브 코스와 접목도

공장으로서는 손해 볼 일이 없는 장사다. 스스로 찾아와 입소문을 내주니 굳이 돈 들여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필요가 없다. 프로모션 차원에선 최소 비용, 최대 효과가 기대된다. 이 때문에 무료 견학에 방문 선물까지 챙겨주는 공장이 대부분이다. 일부 회사는 현장 판매를 하거나 공장에서만 파는 한정 물품을 기획해 방문 수요의 구매 연결까지 시도한다.

공장 견학만으로는 모처럼의 외출이 부담스러울 것에 대비해 여행·드라이브 코스와 접목한 사례도 있다. 일부 지자체는 공장 견학과 인근 관광을 패키지로 엮어 침체된 지역 부활의 노림수로도 삼는다. 홋카이도 등은 유명한 지역명물·토산물 생산 현장과 호텔·관광 업계를 연결해 짭짤한 성과를 봤다. 공장 견학, 지역 관광의 일석이조를 강조해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인터넷엔 ‘공장 견학’을 테마로 한 동호회가 수두룩하다. 붐이 일자 출판계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공장 견학 수도권판’을 비롯해 관련 서적이 줄지어 출판됐다. 일본아마존에 ‘공장 견학’을 입력하면 검색되는 책의 종류만 1000종을 훌쩍 넘긴다.

어른을 위한 공장 견학은 잘나가던 시절의 과거 영광, 추억 반추의 기대 심리와 맞아떨어진다. 향수 자극이다. 설득 수단이 공장이란 점은 일본 특유의 성장 모델과 관련이 깊다. 주지하듯 일본은 제조업 강국이다. 단카이(團塊)세대를 비롯한 현재의 중·고령자는 이를 이끈 주역 세대다. 밝고 활기차며 역동적인 공장 생활로 돈을 벌었고 일가를 이뤘다. 힘들었어도 보람찬 왕년이었다. 이들이 지금 은퇴 중이다. 늙고 불필요하며 소외된 잉여인간으로 전락했다는 자기 비하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노후 생활은 빈곤 압박에 직면해 불안하며 불투명하다.

이 와중에 공장 견학은 일종의 탈출구로 해석된다. 왕년의 자부심을 일깨워 주는 중요한 만족 수단이다. 뒷방 퇴물을 산업 전사로 중첩시키는 기억장치의 재가동이다. 회사 인간의 화려했던 과거 영광의 반추 기회 제공이다. 이들은 익숙한 생산 설비와 거대한 구조 장치에서 굵은 땀방울의 기억을 되찾는다. 일상 복귀 후 살아갈 힘을 얻는 건 물론이다. 마치 성지순례처럼 방문 리스트를 만들어 하나하나 경험해 가는 열성팬도 많다.
<YONHAP PHOTO-1561> A man works on the production line at Nissan's Oppama plant in Yokosuka, south of Tokyo July 2, 2011. With 35 of Japan's 54 nuclear power plants shut, the Japanese government has ordered big companies to cut their peak power consumption by 15 percent from last year this summer, in the first such mandate since the oil crisis of 1974. To meet the target, the auto industry has changed its weekend holidays to Thursdays and Fridays between July and September.   REUTERS/Yuriko Nakao (JAPAN - Tags: TRANSPORT ENERGY)/2011-07-02 17:16:41/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 man works on the production line at Nissan's Oppama plant in Yokosuka, south of Tokyo July 2, 2011. With 35 of Japan's 54 nuclear power plants shut, the Japanese government has ordered big companies to cut their peak power consumption by 15 percent from last year this summer, in the first such mandate since the oil crisis of 1974. To meet the target, the auto industry has changed its weekend holidays to Thursdays and Fridays between July and September. REUTERS/Yuriko Nakao (JAPAN - Tags: TRANSPORT ENERGY)/2011-07-02 17:16:41/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개중엔 공장 특유의 역동성·에너지에 반해 취미로 삼은 이도 적지 않다. 공장 견학을 넘어선 ‘고조모에(工場萌え)’가 대표적이다. 이는 야간조명·굴뚝·배관·탱크 등 중후한 구조미의 공장 경관에 빠진 감상 취미다. 고도의 기술력이 투영된 압도적인 시설 규모와 SF영화 같은 광경 등 거대한 인공 구조물에 꽂힌 경우다. 관련 동호회는 수두룩하다.

공장 견학이 내부 공정에 포인트를 맞췄다면 ‘고조모에’의 포커스는 철저히 외부 경관이다. 일부 공장 지역은 이를 경관 자원으로 업그레이드해 관광 주최에 적극적이다. 지바현의 ‘공장 감상 모니터 투어’나 한신 공업지대의 ‘운하 크루징’이 그렇다. 공업화와 공해로 멀어졌던 제조 공장의 박력 넘치는 경관을 찍는 사진 대회도 인기다. 역사·문화적인 가치가 확인된 공장·기계 등 산업 문화재를 직접 확인해 보자는 산업 관광까지 생겨났다. 제조업 강국답게 생산 현장을 산업 유산으로 재창출한 것이다. 2007년 나온 사진집 ‘고조모에’는 3만 부 이상 팔리며 붐 형성에 일조했다.



‘공장 견학’ 테마로 한 동호회도 수두룩

실제 유명한 산업 단지 주변엔 고가의 카메라를 들고 공장 풍경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 공장 마니아들은 전세 버스까지 빌려 단체로 찾는 일도 많다. 매달 정기적인 공장 투어에 참석하는 열성적인 중·고령인구가 대부분이다. 해설가를 붙여 역사 스토리를 챙겨 듣는 학구파도 적지 않다.

과거였다면 흉물스러운 오염원이었을 공간이 지금은 파워 넘치는 미적 공간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셈이다. 관련 기사를 소개한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부분의 참석자가 공장의 아름다움에 놀라며 고도성장기의 영광과 추억을 떠올린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도 응원한다. 법안 수정으로 몇몇 생산 현장을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섰다.

요컨대 공장도시의 관광도시로의 변모다. 가령 장기 침체로 고전 중이던 수도권의 가와사키는 지역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공장 관광을 사업 모델로 채택·성공했다. 녹슨 공장과 뿌연 연기가 예상하지 못한 기회를 던져준 것이다. 여행사는 ‘고조모에’ 트렌드에서 틈새를 읽었다. JTB는 철강·화학 공장이 밀집한 기타규슈 공업지대의 야경 감상을 상품화했다.

일부 투어는 문전성시다. 인원 한정의 사전 예약제지만 경쟁률 뚫기가 쉽지 않다. 모집 직후 마감되는 기현상까지 있다. 추억 반추와 현실 비교는 은퇴 세대의 감정이입과 일치한다. 씁쓸한 명성 확인이 그렇다. 10명 이상 제조 현장은 1999년부터 10년간 21%가 줄어들었다. 일본 전역에 12만6500개만 남았다. 엔고 대처로 광범위한 해외 이전이 진행되면서 공동화가 심화된 결과다. 은퇴 세대 신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