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만 봐도 사람을 알 수 있다
트위터 화면을 ‘타임라인’이라고 합니다. 최신 글이 맨 위에 올라온다는 뜻으로 이렇게 부르는 것이겠죠. 이 타임라인을 지켜보면 재밌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끊임없이 토로하는 사람, 자신이 어디서 무얼 먹고 있는지 사진을 찍어 보여주는 사람, 폭소를 자아내는 사진이나 동영상만 골라 올리는 사람…. 잘난 사람도 많고 잘난 척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반응도 다양합니다. 똑같은 글에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가령 ‘트위터 7대 언어는 ①영어 ②일본어 ③포르투갈어 ④스페인어 ⑤말레이어 ⑥네덜란드어 ⑦한국어’란 트윗을 날렸더니 ‘한국어가 7위나 되느냐’, ‘한국어가 7위밖에 안 되느냐’, ‘일본이 2위라니 대단하다’, ‘왜 중국이 순위에 없느냐’, ‘말레이어가 왜 5위나 되느냐….’ 이런 반응이 나왔습니다.
특정인이 트위터에 올리는 글을 유심히 읽어 보면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비판하고 시비를 거는 사람을 보면 ‘같이 살면 참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생각이 깊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글을 보면 글쓴이를 만나보고 싶어집니다. 실제로 만나서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눠 본 적도 있습니다. 예상이 적중했을 땐 매우 기쁩니다.
살다 보면 눈이나 귀 때문에 판단이 흐려졌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판단하는 게 정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트윗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게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특정인이 날리는 트윗을 오랜 기간에 걸쳐 지켜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걸 ‘트위터 인격’이라고 말합니다.
트위터 인격. 트위터 자기소개 난에 얼굴 사진 대신 탈바가지를 넣든 계란 그림을 넣든 트위터에도 인격이 있습니다. 트위터 사용자는 누구든지 남들로부터 평가를 받게 됩니다. 싸움닭 같은 사람, 재미있는 사람, 너그러운 사람, 지혜로운 사람…. 평가를 하기도 하고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트위터 평판(Twitter Reputation)’이란 말도 있습니다. 트위터 인격이나 트위터 평판은 다분히 주관적입니다. 똑같은 사람에 대해서도 좋게 평가하는 사람도 있고 나쁘게 평가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자는 취지에서 트위터 사용자의 팔로워(독자) 수, 답글 횟수, 퍼뜨리기 횟수 등을 점수로 환산해 보여주기도 하죠. 일부 사이트에서는 순위까지 매겨 올려놓았습니다. 너무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트위터 점수나 순위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것이든 점수 산정 기준을 사람이 정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어느 사이트에서 평가하느냐에 따라 점수 차가 많이 납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클라우트는 다소 정량적 가중치가 큰 반면 에델만의 트윗레벨은 정성적 가중치가 크다고 합니다. 따라서 트위터 점수나 순위에 크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트위터 인격’이나 ‘트위터 평판’이겠죠. 범위를 싸이월드나 페이스북 등으로 넓힌다면 ‘소셜 인격’, ‘소셜 평판’이라고 해도 됩니다. 트위터에 가입할 때 실명을 확인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트위터 인격과 트위터 평판이란 게 있기에 익명의 공간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트위터 사용자는 누구나 자신의 트위터 평판을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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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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