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조사 결과-종합 순위


기업의 인재상은 그 회사가 원하는 사람의 성향과 특성, 역량 등을 의미한다. 인사 담당자들은 기업의 인재상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스펙이라고 일컬어지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직관력을 갖고 구별해 내는 사람들이다. 기업마다 인재상이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인재를 구분하는 인사 담당자의 날카로운 눈은 대부분 비슷하다.

한경비즈니스의 ‘전국 경영대 평가’ 설문 조사에 참여한 국내 200대 기업의 100명의 인사 담당자는 그동안 채용과 인사를 담당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어느 대학 경영대 출신이 기업의 인재상에 적합한지 평가했다. 그 결과 고려대 경영대 출신의 인재가 국내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아 최고의 경영대로 4년 연속 선정됐다.

고려대는 총 9개 항목 중 6개(전공 및 교양 교육의 업무 관련성, 업무 적응력, 조직 융화력, 성실성과 책임감, 신입 사원 채용, 진학 추천)에서 최고 점수를 받아 총점 6601로 종합 순위 1위에 올랐다. 최근 수년간 고려대 호랑이가 내지르는 포효가 위협적이다. 고려대는 최근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화된 커리큘럼, 풍부한 교수진, 뛰어난 시설 등을 갖추고 세계 명문 경영대학으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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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가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서부터 실무 직원에 이르기까지 고려대 경영대 출신의 네트워크가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 CEO 사관학교라고 불릴 만큼 고려대 경영대 출신의 대기업 CEO가 많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허창수 GS 회장, 구자훈 LIG손해보험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이만득 삼천리 회장, 박문덕 하이트맥주 회장 등이 고려대 경영대 동문이다. 고려대 경영대는 한국형 인재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연세대는 총 9개 항목 중 3개(발전 가능성, 창의적 업무 해결, 국제화 시스템)에서 최고 점수를 받아 총점 6266점으로 2위에 올랐다. 연세대 독수리도 세계 톱 순위 경영대로 비상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는 “2015년까지 세계 50대, 더 나아가 2020년까지 세계 30대 비즈니스 스쿨로 끌어올리겠다”고 지난해 선언했다.

이를 위해 연세대 경영대는 외국인 교수 비율을 15~20%대로 높이는 등 교육 프로그램 혁신을 통해 세계 정상의 연구 수준과 국제화를 달성할 계획이다. 연세대 경영대는 사회에서 리더로 활약하고 있는 동문 선배를 재학생과 연결하는 멘토링 결연식을 매년 열어 유대 관계를 전략적으로 높이고 있다. 올해 행사에는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김영진 한독약품 대표, 이제용 쌍용제지 회장 등이 참석해 후배들에게 리더십 등을 전수 지도하고 있다.

3위 서울대는 총점 5873점으로 1위인 고려대와 728점의 격차를 보였다. 최근 서울대는 경영대는 고려대에, 공대는 카이스트에 압박을 받고 있어 ‘서울대 위기론’까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대는 법인화를 통해 싱가포르국립대처럼 글로벌 학계의 중심에 서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내부 반대가 심해 법인화 계획은 수년간 계류돼 있다.


경희대, 중앙대 제치고 한 단계 ‘up’

4위에 오른 성균관대는 종합 점수 5222점을 받았다. 성균관대 역시 고려대처럼 차별화된 커리큘럼과 파격적인 장학제도 등을 도입하는 등 변혁을 시도한 결과 경쟁 대학인 서강대와 한양대를 제치고 고려대·연세대·서울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국제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2008년 야심 차게 신설한 글로벌경영학과의 첫 졸업생이 내년이면 배출된다. 성균관대 경영대는 이들의 활약에 많은 기대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영학과 학생들은 100% 영어 강의에 전원 기숙사 입실, 강도 높은 커리큘럼으로 엄격하게 관리돼 왔기 때문이다.

5위 서강대는 총점 4243점으로 4위인 성균관대와 973점의 큰 격차를 보였다. 경영대는 전통적으로 서강대의 간판 학과로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다소 경쟁 대학에 밀리는 듯한 분위기에 서강대 경영대도 총력을 모아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강한 면학 분위기의 서강대 학풍을 경영 교육에 접목하고 지금까지 쌓아 온 국제화 기반을 통해 한국 경영 교육의 해외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6위 한양대(3782점)는 2000년 상경대학에서 분리, 신설된 후 10년 동안 변화에 대응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경영대로의 개혁 드라이브에는 경쟁 대학보다 한 발 늦어 최근에 와서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양상이다. 올해 대학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경영대와 경영전문대학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운영위원회를 조직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0위권 안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경희대가 중앙대를 제치고 한 단계 올라섰다는 것이다. 올해 조사에서 경희대가 2516점으로 7위, 중앙대가 2065점으로 8위로 서로 자리를 바꿨다. 중앙대가 최근 두산을 재단으로 영입한 후 선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경희대 경영대는 지난 5년 동안 국내외 석학을 적극 영입하고 해외 유수의 대학과 학술 교류 협정을 맺으며 소리 없이 공격적인 개혁을 추구해 왔다. 중앙대는 두산 재단 영입 후 실용학문 위주의 구조조정안을 추진해 경영대 등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 이런 중앙대의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여 중앙대의 인기가 올랐으나 아직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느낄 수 있는 결과까지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9위 한국외국어대(1675점)는 지난해 처음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9위로 진입한 후 올해도 그 자리를 지켜내 안착했다. 한국외국어대는 2009년 기존의 경영학부를 글로벌 경영대학으로 승격하고 출범해 타 대학에 비해 후발 주자에 속한다. 하지만 한국외국어대만이 갖고 있는 국제적 특성을 접목한 경영학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즉 경영학과 함께 세계 여러 국가의 언어와 지역학 등을 겸비한 인재를 키워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1 전국 경영대 평가]대학가 빅3 ‘역시 명불허전이네’
이화여대, 첫 10위 진입

이화여대는 ‘전국 경영대 평가’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10위 안에 진입했다. 이화여대 경영대는 종합 점수 1279점을 받아 지난해 11위에서 10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경영학은 남성의 전유물’이란 편견을 뒤집듯이 이화여대 경영대는 대기업과 금융권으로 진출하는 여성 인재를 대대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회계나 재무관리 등에 있어서는 여성의 꼼꼼함 등이 장점으로 받아들여져 이화여대 경영대 출신이 은행·증권사·프라이빗뱅크(PB)에서 선호되고 있다.
[2011 전국 경영대 평가]대학가 빅3 ‘역시 명불허전이네’
올해 조사에서 국내 주요 경영대 10위권 내에 지방대는 한 곳도 들지 못했다. 지난해 지방대로서는 유일하게 10위권 내에 속했던 부산대는 2계단 미끄러져 12위를 차지했다. 경북대(11위)와 부산대(12위)가 종합 점수 900점대로 지방대 중에서 선두 그룹에 속했다. 그리고 서울시립대(13위)·건국대(14위)·인하대(15위) 등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대학이 10~20위권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16위에 오른 전남대는 지난해 20위에서 4단계나 상승해 기대 받는 지방 경영대로 평가됐다. 또한 숙명여대가 지난해 25위에서 19위로 점프해 6단계나 도약했다. 반대로 눈에 띄게 하락한 대학으로는 숭실대가 지난해 19위에서 22위, 동국대가 15위에서 17위로 떨어졌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