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진규 고려대 경영대학장
고려대 경영대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경영대다. 이진규 고려대 경영대 학장은 “이제는 갖춰진 인프라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복지와 인성 향상에 더욱 관심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고대 경영대’의 위상에 걸맞도록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2011 전국 경영대 평가]“학비 걱정없는 시스템 만들 겁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264.1.jpg)
학생·교수·교직원 그리고 경영대를 졸업한 졸업생, 즉 모든 ‘고대 경영 가족’의 힘이라고 봅니다. 이들의 뭉쳐진 힘은 이미 고려대 경영대를 이미 국내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경영대로 만들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고려대 경영대가 건립 중인 ‘현대자동차 경영관’을 들 수 있습니다. 총 420억 원이 들어가는 국내 최고의 경영 교육 시설에 3000여 명 이상의 교우들이 힘을 모았습니다. 우리 ‘경영 가족’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시대가 변하면 교육이 추구하는 가치도 변합니다. 고려대 경영대가 지향하는 가치가 궁금합니다.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입니다. 저는 이미 고려대 경영대가 국내 경영대 중 ‘톱’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와의 경쟁보다 승자로서 지금까지 이뤄 온 것을 베풀 줄 아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그동안 쌓아 올린 지식과 노하우를 가지고 국내외의 소외된 곳에 봉사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면 고려대 주변 제기시장의 소상공인들에게 회계장부 쓰는 법, 마케팅하는 법 등을 학생들이 가르쳐 주는 것이죠. 또 국제적으로도 몽골·인도네시아·우즈베키스탄 등의 개발도상국의 비즈니스 스쿨과 공동으로 연구 활동을 하며 그들의 역량을 높여주는 ‘경영 봉사’ 활동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내년 중에 20~30명의 학생들과 이 같은 글로벌 경영 봉사 활동을 시도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시민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정신’을 우리 학생들이 가져야 할 때입니다.
그렇다면 교육 커리큘럼의 변화도 있는지요.
우리나라가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시절에는 ‘기능적 인재’가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빨리빨리 회계·마케팅 지식을 배워 현장에서 활용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물론 고려대 경영대는 이런 기능적 지식을 기본으로 배웁니다. 여기에 인성 교육, 더 나아가 약자를 배려하는 세계시민의 가치를 추구할 계획입니다.
이 때문에 커리큘럼에도 조금 변화를 줄 예정입니다. 1~2학년 등 저학년들에게는 교양과정 강화를 통해 경영인으로서의 기능성보다 성숙된 세계시민으로의 성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여러 대학들이 도입하고 있는 ‘영어 강의’는 고려대 경영대가 선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교육과정에서 영어 강의는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나요.
영어로 강의하고 토론하는 영어 강의는 현재 전체 강의 중 60~65%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졸업 전까지 재학생들은 8개의 영어 강의를 반드시 들어야 합니다. 앞으로도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할 예정입니다.
저는 영어 강의의 비중은 이 정도가 적정선이라고 봅니다. 영어 강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도 이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풍부한 재원은 대학 발전에 큰 역할을 합니다. 앞으로 기금 모금과 운용은 어떻게 할 예정입니까.
기금이라는 것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겁니다(웃음). 말씀처럼 고려대 경영대의 하드웨어적 인프라는 국내 최고로 올라섰습니다. 경영대 교우들의 힘이지요.
저는 이제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학비 걱정 없는 경영대’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래서 ‘KUBS 사랑장학금’이라는 이름의 기금을 마련해 고려대 경영대식의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려고 합니다. 이제 시작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장학금을 통해 경영대를 넘어 전교생이 혜택을 받는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다양성’은 조직 발전의 원동력입니다. 이제까지 고려대 경영대의 인재는 공인회계사나 기업쪽에서는 탄탄한 네트워크를 만들었지만 더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2011 전국 경영대 평가]“학비 걱정없는 시스템 만들 겁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265.1.jpg)
그래서 최근에는 다양한 진로에 대해 학교 차원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민 단체도 좋고 유엔 같은 글로벌 비정부기구(NGO)도 좋습니다. 행정고시도 있고 사법시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저학년들의 진로 지도를 위해 ‘커리어 디스커버리’라는 시스템을 운영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대기업 취업, 회계사 합격 등 그간의 ‘경영대 출신의 미래’를 규정짓는 테두리에서 학생들이 벗어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또 다른 관점에서 고려대 경영대 학생들의 인적 구성이 지나치게 외고 등 특목고나 ‘부유한 8학군 학생’ 위주로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2011 전국 경영대 평가]“학비 걱정없는 시스템 만들 겁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266.1.jpg)
최근 대학에서 경영대로의 인재 편중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요.
솔직히 저는 대학의 역할이 ‘문사철(文史哲)’의 인재를 길러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영대 등의 기능적인 학문은 문사철의 밑바탕 아래 대학원 과정 이상에서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에서는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지요. 제가 진로 지도에 더욱 힘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부디 학생들의 시각이 좁아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경직된 직업인’이 아닌 더욱 많은 이슈에 관심을 갖고 ‘세계시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국내 대학들의 숙원 사업인 ‘글로벌화’에 상당한 성과를 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글로벌화에서 중요한 일은 여러 국가의 학생들이 ‘서로 섞이는 것’입니다. 실제로 고려대 경영대는 매년 200여 명의 외국 학생들이 입학하고 200여 명의 국내 학생들이 해외 학교로 나갑니다. 앞으로는 단순한 수치뿐만 아니라 글로벌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외국 학생들이 우리나라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외국인 학생 전용 기숙사’를 세울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국내 학생들은 지금까지 ‘해외 대학에서 공부하는 차원’의 교류였다면 이제는 국제적 인턴십을 넘어 국제적 봉사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벌써 입시철이 됐습니다. 대학과 전공 선택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을까요. 모든 학생들이 최선을 다해 원하는 학교 원하는 과에 입학했으면 합니다. 비록 점수 한두 점에 대학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모든 대학의 선생님들이 훌륭한 사회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일단 ‘합격’만 하십시오.
대담=김상헌 편집장│정리=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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