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5일 러시아와 그루지야는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대한 양자 협정에 가조인하고 11월 10일 러시아 WTO 가입작업반의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1993년 6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가입을 신청한 후 18년 만에 WTO 가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오는 12월 15일 개최될 제8차 WTO 회원국 각료회의에서 회원국 지위 부여가 승인되고 러시아 의회의 비준을 거치면 풍부한 천연자원, 세계 11위 경제 규모(2010년 기준 GDP 1조5000억 달러), 세계 9위 인구(2010년 기준 1억4000만 명), 세계 3위 외화보유액(2011년 8월 기준 5339억 달러)을 보유한 시장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러시아는 WTO 가입과 관련한 손익 계산에 분주한 느낌이다. 농업 부문에서는 러시아가 국내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수입 농산물에 대해 관세율을 인상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지만 외국산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쿼터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협상을 지속하고 있으며 2017년까지 농업 보조금 규모를 감축해야 한다.

한편 러시아 정부 수입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석유·가스 부문에서는 제한적 영향만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렇지만 유럽연합(EU) 국가들은 WTO 가입을 계기로 EU 국가에 공급되는 러시아산 가스 가격 인하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고 석유·가스 산업 장비 시장에서는 국내외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반대로 러시아의 WTO 가입으로 러시아 철강 기업들은 EU에 대한 러시아산 압연강 수출 제한이 폐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올해 총 330만 톤의 압연강 EU 수출 쿼터를 할당받았는데, 이러한 쿼터가 당장 폐지되지는 않겠지만 3년 후에는 폐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철강 제품의 수출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WTO 가입은 러시아와의 교역 및 투자 환경 개선에 기폭제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첫째, 관세 및 비관세장벽이 철폐될 것으로 전망된다. 점진적으로 평균 3~8% 정도의 관세 인하가 예상된다. 그리고 관세보다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든 비관세장벽인 고질적 관료주의, 비효율적인 통관절차, 복잡한 조세 및 회계기준 등의 개선도 기대된다.

둘째, 시장 개방 및 경제 체질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시장은 116개 부문이 개방되고 이 중 30개 부문은 완전 개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서방국가들의 긍정적인 평가나 예측과 반대로 러시아 내에서는 18년간 WTO 가입을 위한 러시아의 노력이 정치적 문제일 뿐 경제적인 관점에서 러시아의 실익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GLOBAL]WTO 가입 앞둔 러시아 시장 개방…경제 체질 변화할 듯
러시아의 WTO 가입은 한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했을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 2011년 한·러 교역 규모는 2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한·러 수교 이후 최대 규모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WTO에 가입한 러시아는 더 이상 글로벌 경제의 변두리가 아니라 풍부한 에너지 자원과 거대 내수 시장을 갖춘 경제 중심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승민 법무법인 지평지성 러시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