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인프라를 통한 수출 확대 노하우


동남아를 넘어 미주·유럽까지 ‘한류’가 확산되면서 국산 콘텐츠 자체의 수출 규모도 급성장했다. 드라마와 영화를 중심으로 한 한류에서 케이팝(K-POP)을 중심으로 한 한류로 진화한 것이 주된 배경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중화권(중국·대만)의 한국 문화 콘텐츠 수입은 꾸준히 증가세이며 일본의 2010년 한류 콘텐츠 수입액은 중국의 6배에 달할 정도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한류가 문화 코드로 자리 잡은 동남아의 2010 한류 콘텐츠 수입액은 중국의 2배를 기록할 만큼 놀라운 속도로 성장 중이고 2009년 북미 지역의 케이팝 수입 역시 2006년에 비해 7배 이상 증가하는 등 한류 영역과 수출 규모 모두 확대 일로다.

과거 한류가 주도하는 시장이 음악 CD나 드라마·영화 VCD를 구입하는 직접 상품 시장이었다면 지금의 한류는 직접 상품 외에도 각종 파생 상품, 나아가 한국 상품 전반의 수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연구원이 펴낸 보고서 ‘한류를 알면 수출이 보인다’에 따르면 한류 고객층이 세대별·지역별로 확대되면서 관련 상품 수출 또한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품목·판매처·홍보·가격 전략은?
1990년대 중반부터 한류 드라마가 일본·중국·동남아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아시아 지역에서 화장품 및 가공식품 등의 상품 구매가 증가했고 최근에는 케이팝의 주 소비자인 젊은층을 중심으로 의류·액세서리·휴대전화·전자기기 등의 품목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화장품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수출 상승세를 보이며 최근 2000~20 10년간 연평균 22.4%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한류는 콘텐츠 자체뿐만 아니라 한국 상품 수출의 새로운 인프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보고서는 ‘한류 인프라를 수출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와 관련해 4P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의류·화장품·가공식품 많이 팔려

첫 번째는 ‘무엇(Product)을 팔 것인가’이다. KITA 국제무역연구원이 2011년 9~10월 2개월간 대만·베트남·일본·중국 등 한국 방문객 및 현지 소비자 11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 이상이 한류가 상품 구입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고 이 중 75%가 한류를 접한 후 한국 상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눈길을 끈다. 한류와 실질적인 한국 상품 구매와의 연계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한류 팬들이 지금까지 구입해 본 상품 중 비중이 가장 높은 품목으로는 가공식품(23.5%)·화장품(22.5%)·의류(17%)순으로 나타났고 정보기술(IT) 및 가전제품을 구입했다는 응답자도 14.7%나 됐다. 재밌는 사실은 국가에 따라 품목의 비중이 달라졌다는 것.

일본은 가공식품(38.1%)·화장품(33.3%)순으로 높은 반면 의류(8.2%)·액세서리(7.8%) 등은 낮게 나타났다. 중국은 화장품(18.4%)과 의류(18.3%)가, 대만은 의류(20.9%)·화장품(18.9%)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베트남은 의류(27.9%)가 가장 높고 가공식품(21.1%)·화장품(19.8%) 등 순이었다. 결론적으로 한류 지역에서 공략해도 좋을 판매 품목은 의류·화장품 등 한류 콘텐츠를 통해 노출되는 제품과 함께 가공식품 등이 가장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품목을 결정했다면 ‘어디(Place)에서 팔 것인가’도 관건이다. 물론 판로 개척이 잘 돼 있는 대기업은 다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들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따라서 B2B 시장 진출에 앞서 B2C 시장부터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고서는 제안한다. 물론 한국 상품 구입 경로에 대한 설문에서는 현지 오프라인 매장 또는 한국을 방문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했다는 답변이 65%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류를 주로 접하는 매체에서 인터넷 비중이 37%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이다.

케이팝의 영향으로 한류 상품의 잠재 소비자 역시 젊은층으로 확대됐고, 이는 온라인상의 구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 구매에서는 현지 인터넷 사이트 구매 비중(15.8%)에 비해 한국 인터넷 사이트 구매 비중(9.7%)이 낮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한국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할 때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언어 문제다. 따라서 온라인 쇼핑몰에 진출할 때는 이미 구축된 B2C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글로벌화된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이용하는 방법은 대표적으로 이베이(e-bay)가 있다. 이베이는 이미 3억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현재 활동 중인 한국 셀러도 약 300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베이에 본격적으로 국내 셀러들이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로 2009년 이베이 코리아 CBT(Cross Border Trade) 팀이 생겨나면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성장 폭이 더욱 커졌다.

이베이코리아(옥션·G마켓) 측은 “20 08년에 170억 원(추정치)에 달하던 이베이 수출 규모는 2009년 한 해 동안 400억 원 규모에 달했고 2010년에는 1000억 원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150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베이 한국 셀러들의 판매 품목에 대해서는 “베스트셀러는 1위가 의류(55%)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2위 수집품(11%)과 3위 전자제품(10%)이 비슷한 수준으로 팔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품목·판매처·홍보·가격 전략은?
품목·판매처·홍보·가격 전략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사이트 이용 ‘유리’

국내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중 하나인 G마켓도 국내 오픈 마켓 중 유일하게 영문 숍을 운영하며 B2C와 C2C 해외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마켓 측은 “2006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G마켓 판매자라면 별도로 영문 숍 입점 절차 없이 해외 배송 가능한 상품은 모두 영문 사이트에 노출된다”며 “월간 약 1만 명 정도의 판매자가 해외 판매 매출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대만·홍콩·싱가포르 등 한류의 영향이 큰 주요 국가는 지속적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홍콩은 작년 대비(9월 기준) 140% 이상 성장하면서 한류가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류 스타들과 밀접한 카테고리인 패션의류·잡화·음반 등의 판매가 꾸준히 증가세인 것이 그 증거인 셈이다.

홍보(Promotion) 전략도 중요하다. 과거 대기업들은 한류 스타를 현지 TV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스타 마케팅을 통해 해외시장을 공략했고 그 효과는 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케이팝의 주요 전파 경로인 유튜브와 각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중요한 홍보 툴로 떠올랐다. 예를 들면 소녀시대의 유튜브 영상에 다양한 형태의 광고를 노출시키는 식이다. 전 세계의 잠재 고객들에게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고,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에서도 효과 만점이다.

가격(Price) 면에서도 변화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까지 한류 상품에는 ‘저가 상품’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그러나 저가 공략은 우리 기업들 간의 가격 경쟁만 부추겨 이익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가격 경쟁에 따른 품질 저하가 한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악순환이 형성될 수도 있다.

2~3년 전부터 중저가 제품 위주에서 벗어나 고가 프리미엄 시장으로 다변화하고 있는 화장품 업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프리미엄 제품은 일본 시장뿐만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의 소득수준이 높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차별화된 가격 전략으로 매출 상승은 물론 한국 상품 이미지를 한 차원 높인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사진 제공 SM·YG·JYP 엔터테인먼트, 지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