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수석 부사장
브래드 스미스 수석 부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법률고문으로 정보기술(IT) 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특허 전쟁’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사용하는 삼성전자와 HTC 등 단말기 제조사들에 특허 사용료를 요구해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했다.

스미스 부사장은 이에 대해 “뛰어난 변호사와 협상팀을 가진 삼성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협상에 나섰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삼성과 파트너십을 통해 특허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폭넓은 라이선싱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10일 서초동 팔레스 호텔에서 스미스 부사장을 만났다.
삼성전자와 특허 공유를 포함한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작년 한 해 연구·개발(R&D)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기업이 두 회사예요. 마이크로소프트가 96억 달러, 삼성전자가 93억 달러를 투자했지요. 제품 혁신에 중점을 두는 것도 똑같아요.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려는 것도 같고요. 지난 수년간 특허를 많이 취득한 기업 톱 3에 모두 들어갑니다. R&D 투자를 많이 했으니 당연한 거죠. 이번 파트너십 체결은 두 기업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겁니다. 일단 특허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더 폭넓은 라이선싱을 서로 할 수 있게 됐어요. 윈도폰 소프트웨어와 관련해서도 더 많은 협력이 가능할 거예요.
최근 IT 업계에 특허 전쟁이 벌어진 배경은 무엇입니까.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어떤 기업이 이미 자리가 잡힌 시장에 들어가려면 당연히 특허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마이크로소프트도 과거 서버 소프트웨어로 기업 시장에 들어가거나 엑스박스를 출시하면서 콘솔 시장에 들어갈 때 그 시점에서 이미 있는 특허와 관련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방침을 먼저 정하고 들어갔지요.
지난 10년간 마이크로소프트가 라이선싱과 특허에 지불한 비용은 45억 달러쯤 됩니다. 이 기간에 제품 혁신에는 900억 달러를 투자했어요. 이 정도 비율, 전체 5% 정도를 다른 회사의 특허를 사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구글이 스마트폰 OS 시장에 들어가면서 라이선스와 특허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라이선싱이나 특허와 관련해 결국 단말기 제조업체에 그 책임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애플·오라클 같은 회사들이 다른 하드웨어 제조업체와 협력할 때 그런 특허 문제가 이슈가 되죠. 마이크로소프트는 최대한 많은 파트너들과 특허 관련 협정을 체결하고 있어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안드로이드 특허를 갖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는데요.
업계에서 쌓은 오랜 경험으로 볼 때 그건 맞는 말이 아니에요. 삼성만 해도 굉장히 뛰어난 변호사들과 협상팀이 있지요. 삼성뿐만 아니라 HTC 같은 기업도 마찬가지죠. 많은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라이선스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상하고 있고 이미 끝낸 곳도 많아요. 그들이 아무 근거 없이, 아무 것도 모르고 협상 테이블에 앉은 걸까요.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는 문제죠.
특허가 업계의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 특허가 혁신의 엔진 역할을 합니다. 그러려면 라이선싱이 잘 돼야 해요. 마이크로소프트가 다른 회사에 라이선스 비용을 내고 기술을 사용한다면 그 회사의 어깨 위에 서서 혁신할 수 있는 겁니다. 이미 잘 돌아가는 똑같은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R&D 예산을 쓰지 않고 그 기술을 쓰면서 다른 데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혁신에 유리하죠. 물론 특허 시스템의 문제도 있어요. 하지만 특허가 혁신을 가로막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하기보다 어떤 라이선싱 체계가 좋은지를 생각해야죠.
IT 산업의 트렌드를 어떻게 보십니까.
3개의 큰 트렌드가 업계의 미래를 좌우할 거예요. 우선 멀티플 디바이스죠. 이제는 전화기도 컴퓨터가 됐고, TV도 컴퓨터와 연결됩니다. 랩톱과 태블릿 PC까지 하면 3~4개 디바이스를 쓰는 거죠. 두 번째는 클라우드예요. 클라우드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기기들을 같이 연결해 쓸 수 있어요. 오피스365나 아웃룩이 좋은 사례죠.
마이크로소프트 역사상 가장 큰 인수·합병(M&A)인 스카이프 인수도 그렇고요. 스카이프를 인수했다는 사실 자체가 클라우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줍니다. 마지막은 내추럴 컴퓨팅이죠. 내추럴 유저 인터페이스(UI)와 자연어 처리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손에 닿는 거리에 있는 스크린은 터치로 작동하죠. 이제는 키네틱으로 동작 인식도 가능해요. 기기에 직접 말을 걸고 기기가 답을 해주는 방식으로 자연어 처리가 향후 5년간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겁니다.
최근 애플의 시리(Siri)가 화제입니다. 음성인식과 인공지능 분야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새로운 윈도폰이 곧 출시됩니다. 거기에 음성인식 기능이 많이 들어갈 거예요. 말로 명령을 내리고, 차에 있는 블루투스와 연결해 문자가 왔을 때 읽어주고 답하면 그걸 문자로 보내주는 것도 가능하죠. 라디오에서 모르는 노래가 나올 때 윈도폰을 갖다 대면 저절로 곡목을 확인하고 다운로드도 할 수 있어요.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도 음성인식 분야에 많이 투자해 왔고 조만간 그 결과를 보게 될 겁니다. 빙(BING) R&D팀과 협력해 자연어 처리 기능도 제품에 반영되죠. 이 분야의 많은 유사한 기업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가 반드시 선두에 설 거예요.
곧 윈도폰 망고가 국내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모바일 분야에서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은 무엇입니까.
핵심은 좋은 제품과 파트너와의 협력이죠. 먼저 제품만 보면 현재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가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이들은 사용자들이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해야 하는 방식이죠. 안드로이드라는 이름 자체가 로봇을 상징하는 것처럼 기계적인 느낌을 줍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채택한 UI는 좀 더 사람 중심이죠. 망고폰을 쓰면 앱을 일일이 열고 들어가 원하는 것을 찾을 필요가 없어요.
(자신의 스마트폰을 직접 꺼내 보이며) 여기 첫 화면 타일(Tile)에 시애틀 교통 상황이 바로 보이죠. 이게 자동으로 업데이트됩니다. 내 아들 사진 타일을 누르면 전화는 물론이고 아들이 업데이트한 페이스북과 트위터 내용까지 한눈에 볼 수 있어요. 사람 중심으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놓았죠. 굉장히 새로운 접근 방식이에요.
일단 사용해 보면 긍정적인 리뷰가 나오고 충성 고객도 생길 겁니다. 파트너 문제도 그렇죠. 애플은 파트너와 일을 하지 않아요. 구글은 파트너가 있기는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보다 약하죠. 현재 마이크로소프트가 강한 파트너십을 갖고 있는 회사는 노키아와 삼성전자예요. 이보다 더 좋은 파트너는 없어요. 좋은 제품과 좋은 파트너십이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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