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크레딧은 정말 가난을 몰아낼 수 있을까
딘 칼런 지음┃신현규 옮김┃399쪽┃
청림출판┃1만7000원
[BOOK]  ‘빈곤의 덫 걷어차기’外
빈곤은 인류가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수수께끼다. 지난 50년간 2조3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빈곤 퇴치에 쏟아 부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첨단 금융과 정보기술(IT) 산업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는 여전히 굶주림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책은 경제학의 눈으로 그동안 시행된 빈곤 퇴치 프로그램들을 재평가한다. 그중 상당수는 애초 선량한 의도와 동떨어진 엉뚱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터무니없는 환상에 기대어 유명무실해진 것도 적지 않다. 일부는 장점만 부각해 과대포장한 경우도 있다.

국제 구호 단체들은 수많은 경험을 통해 사람들의 도덕적 의무감에 기댄다고 해서 구호 자금이 쉽게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자금을 모집할 때 그들은 가난에 허덕이고 있는 사람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전략을 쓴다. 예를 들어 ‘세이브더칠드런’에 한 달에 겨우 30달러가량을 기부하면 자신이 후원하는 아이의 사진과 그 아이가 쓴 편지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는 기부금을 모으는데 행동경제학적 접근 방식을 결합한 것이다. 홀푸드마켓에서 구매한 물품을 계산할 때 계산원들이 홀플래닛재단에 1달러를 기부할 생각이 없느냐고 질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100달러어치의 식료품을 구입할 때 1달러는 그다지 큰돈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전략을 남용하면 본래 취지가 무색해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목적과 수단의 거리가 멀어져 버리는 것이다.

마이크로크레딧은 빈곤 퇴치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뜨거운 호응을 받은 성공 사례다. 하지만 마이크로크레딧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마이크로크레딧은 대출자들이 빚을 갚을 수 있을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한다. 마이크로크레딧 옹호자들은 마치 창업을 하면 누구나 성공하는 것처럼 선전한다. 또한 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채택한 집단 대출도 양날의 칼이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두 가지다. 선의만으로는 절대로 빈곤을 퇴치할 수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이들을 구제할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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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의 독서 노트
주기율표가 따분하다고?
[BOOK]  ‘빈곤의 덫 걷어차기’外
사라진 스푼
샘 킨 지음┃이충호 옮김┃497쪽┃해나무┃2만 원

고등학교 시절 인문계를 택한 학생들에게 원소주기율표는 남의 이야기일 정도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소를 모아 놓은 표라는 정도만 기억에 남아 있을 따름이다. 요컨대 재미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따분한 내용이 그 안에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원소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처럼 설명해 준다면 아마 많은 학생들이 화학에, 아니 더 나아가 과학에 큰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집에 손님을 초대하고 그에게 커피를 한잔 대접했다. 손님은 커피에 설탕을 넣은 후 스푼으로 휘젓자 스푼이 녹아 없어져 버렸다. 손님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분명 스푼을 손에 잡았을 때 금속이었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 금속이 녹아버렸으니 말이다. 혹시 이 스푼이 설탕으로 만들어졌는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자 주인은 웃으면서 ‘이 스푼은 바로 갈륨(Ga)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바로 이 책의 제목 ‘사라진 스푼’은 갈륨에 대한 이야기에서 따온 것이다. 갈륨은 실온에서는 고체로 존재하지만 섭씨 영상 29.8도에서 녹는다. 그러니 우리의 체온에서도 녹는다는 말이다. 갈륨을 손바닥 위에 놓으면 녹아서 수은처럼 변한다. 그래서 갈륨은 화학자들이 사람들에게 장난치고 싶을 때 선호하는 물질이라고 한다. 프랑스를 가리키는 옛 라틴어 지명인 갈리아에서 따온 갈륨(gallium)은 원소 번호 31번이다. 즉 31번째로 가벼운 원소라는 얘기다.

지구는 46억 년 전에 태어났다. 이렇게 지구의 나이를 구체적으로 적시할 수 있는 근거는 무얼까. 원소 번호 40번인 지르코늄(Zr)이 그 주인공이다. 지르코늄을 주성분으로 하는 광물인 지르콘은 아주 단단하다. 그래서 모조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이렇게 단단하기에 지르콘은 지구 초기 시대 이후 지금까지 살아남은 암석이다. 이 지르콘 내부에는 납이 포함돼 있다. 이 납은 바로 우라늄 붕괴 생성물이다.

그렇기에 지르콘 내부에 남아 있는 납과 우라늄의 비율을 측정하면 지구의 탄생 시점을 알 수 있다. 우라늄은 방사성물질을 방출하면서 다른 물질로 변한다. 토륨과 라듐을 거쳐 최종적으로 납으로 바뀐다. 이것을 방사능 붕괴라고 부른다. 중요한 점은 우라늄이 납으로 변하는데 걸리는 시간(반감기)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구의 나이를 46억 살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주기율표에 있는 원소의 발견과 관련한 과학자들의 노력에서부터 원소로 변화하는 세상의 모습, 또 해당 원소와 관련한 사람들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이 책의 부제는 ‘주기율표에 얽힌 광기와 사랑, 그리고 세계사’다.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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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하나가 지역경제를 살린다
[BOOK]  ‘빈곤의 덫 걷어차기’外
아미타지속가능경제연구소 지음┃김해창 옮김
┃206쪽┃생각비행┃1만3500원

일본 전역 50개 이상의 지역에서 성공한 지역 재생 사업의 노하우를 정리했다. 지방은 새로운 희망의 출발점이다. 경제의 패러다임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서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나타난 변화다. 지방은 풍요로운 자연으로 둘러싸여 사람과 사람의 긴밀한 유대가 남아 있는 곳이다. 미개척의 지역 자원이 잠자고 있는 지방에는 지금까지 도시 비즈니스와 다른 새로운 방식의 비즈니스를 일으킬 가능성이 감춰져 있다.



조조 사람혁명
[BOOK]  ‘빈곤의 덫 걷어차기’外
신동준 지음┃240쪽┃한국경제신문사
┃1만3000원

당대 최고의 영웅이었던 조조에게 배우는 리더십이다. ‘삼국지’에는 수많은 영웅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유독 조조에게만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인덕으로는 유비를 높이 평가하지만 당대의 인재들은 하나같이 조조에게 충성을 다짐했다. 조조의 리더십에서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바로 그의 ‘사람 혁명’이다. 그는 신분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만 있으면 과감하게 발탁해 배치했다. 그것이 바로 조조가 천하를 호령하는 힘의 원천이었다.




당신이 놓치고 있는 대출의 비밀
[BOOK]  ‘빈곤의 덫 걷어차기’外
김대우 지음┃328쪽┃위즈덤하우스┃1만5000원



현역 금융 기자가 금융권의 대출 제도와 대출 실태를 파헤쳤다. 대출은 커다란 리스크를 떠안는 경제활동이지만 안타깝게도 관련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많지 않다. 대부분 위험에 무감각한 채 아무 생각 없이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은행과 금융회사의 교묘한 속임수에 넘어가 땀 흘려 번 돈이 새나가는지도 모른 채 금융회사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 대출을 통해 큰돈이 손에 들어오는 순간은 미래가 장밋빛으로 보이게 마련이다.



박회장의 그림창고
[BOOK]  ‘빈곤의 덫 걷어차기’外
이은 지음┃368쪽┃고즈넉┃1만2500원

대한민국 1% 재벌과 부패한 정치권력을 희화한 풍자소설이다. 한국 재벌들은 문화재단을 만들고 미술관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 한 기업이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미술품을 이용해 돈세탁을 했다는 혐의를 받은 적이 있다. 물론 이는 특정 재벌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벌 기업들을 둘러싼 각종 비리 사건과 그동안 미술계에서 불거진 그림 로비 사건 등을 배경으로 재벌의 부도덕한 행태를 코믹하게 패러디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