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상푸린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주석
최근 교체된 중국 3대 금융 감독 기관 수장 가운데 유일하게 수평 이동한 인물은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원)의 2대 주석에 임명된 상푸린(尙福林·60) 전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이다. 장관급 제한 연령이 65세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5년간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은행 감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 개혁의 선봉장으로 평가받는 그는 인민은행에서만 18년 근무하며 부총재를 지낸 뒤 농업은행 행장을 역임한 은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금융학 박사로 인민은행 1기 통화정책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2년 당시 증감회 주석이던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9년간 증권 감독 기관 수장을 맡았다. 과거 증감회 주석은 모두 3년을 넘긴 적이 없기 때문에 최장수 증감회 주석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닌다. 그는 재임 기간 중국 증시의 질적인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4년 중소기업판, 2009년 창업판(중국판 나스닥) 개설은 국유 기업 위주의 중국 증시에 중소·벤처기업이 진입할 문을 확대했고, 2005년 비유통주 개혁은 중국 증시가 태생적으로 안고 있던 고질병을 치유했다.
“시위 떠난 (개혁의) 화살은 되돌아오지 못한다”
![[GLOBAL] 중국 외형 성장보다 리스크 관리 강화](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360.1.jpg)
그가 류밍캉(劉明康) 전 은감원 주석으로부터 넘겨받은 은행업의 성적표는 외견상 화려하다. 2003부터 지난해 말까지 은행 대출은 3배 늘었고, 자산 이익률은 10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반면 부실채권 비중은 작년 말 기준 1.15%로 2002년 말의 23.61%에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상 주석의 취임 후 행보는 외형 성장보다 리스크 관리 강화 등 잠재적 부실 요인 제거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은행 감독이 강화될 것을 예고한다.
취임 후 첫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직접금융(자본시장)의 비중을 계속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재의 금융 시스템은 리스크가 은행에 집중되기 때문에 위험 요인을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미 중국 은행의 부실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한 선제 조치도 내리기 시작했다.
최근 열린 제4차 경제금융형세분석회의가 신호탄이다. 이 회의에서 만기 1개월 이하의 재테크 상품 판매 금지령이 떨어졌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고물가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된 예금에서 자금이 빠져나가자 단기 재테크 상품으로 이를 유치하는 은행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은행의 유동성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예금이 줄면서 중국은행·교통·초상·민생·흥업은행 등 5개 대형 은행의 예대율(대출금을 예금으로 나눈 비율)이 빨간불로 여겨지는 75%를 넘어서자 엄격히 관리하라는 지시도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진출 외자계 은행도 연말부터 예대율 75% 기준을 적용받을 예정이어서 한국계 은행들은 새 수장의 예대율 감독 강화 지시에 긴장하는 기색이다.
또 은행 대출이 민간 고리 대출로 전용되는 것을 막고 전당포 등에서 고리대금업을 하거나 불법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도 차단하라고 각 지역 은행 감독 당국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금융의 최대 잠재 부실로 지목받고 있는 부동산 대출과 지방정부 산하 금융공사에 대한 대출에 대해서도 위험을 거듭 경고하고 대비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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