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건의 Style&Story 남자의 겨울 아이템 두 번째
럭셔리 브랜드의 대명사인 루이비통이 침체기에 빠져 있던 1990년대 중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마크 제이콥스를 영입했다. 그 후 1980년대 거리의 낙서로 유명했던 아티스트 스테판 스프라우드에게 영감을 받아 출시한 형광색의 ‘모노그램 그래피티 라인’은 지루하고 늙은 루이비통을 젊고 다이내믹하게 재해석해 5년마다 매출이 2배씩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또 파리의 편집 매장 ‘콜레트’와 샤넬의 컬래버레이션에서는 카를 라커펠트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래피티 페인터 앙드레와 케빈 라이언스가 샤넬 백에 낙서를 했다. 스트리트 힙합 문화에 빠질 수 없는 거리의 낙서 ‘그래피티’가 럭셔리 문화에 흡수돼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젊은이들의 거리,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집결지 서울 홍대 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스트리트 패션’을 지향하는 무리들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획일적이고 판에 박힌 스타일을 혐오하며 비싸기만 한 해외 유명 브랜드 또한 혐오한다. 그들은 획일적이고 진부한 스타일 대신 구제·빈티지·빈티지 룩 등 자연스러운 룩, 오래된 내공의 스타일을 즐긴다. 체크 셔츠에 생지 데님, 클래식한 패딩 베스트와 치노 팬츠에 때 묻은 스니커즈 등 이들의 스타일은 기존의 한국 남성 패션에 런던 혹은 베를린 내지는 도쿄 하라주쿠나 시부야를 얹은 느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패션에도 안티 에이징이 필요하다
최근 이러한 언더그라운드 ‘영 보이’들의 전유물이던 스트리트 패션이 강남 ‘10꼬르소꼬모’, ‘쿤’, ‘맨 온더분’과 같은 국내 대표적인 남성 편집 매장에도 서서히 해외 인디 디자이너들을 통해 안착함으로써 패션 메인 스펙트럼에 럭셔리하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서른이 훌쩍 넘었는 데도 아직도 이십대이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패션 안티 에이징 스타일인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럭셔리’의 개념이 점차 트렌디하고 실용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새 차, 새 옷, 새로운 공간 등 ‘새것(NEW)’에 열광하던 소비자들이 어느 순간부터 ‘에코 프렌들리’, ’하이브리드’에 관심을 가지면서 순수한 날것(RAW), 가공되지 않은 오가닉(ORGANIC), 오래된 멋과 소울(Soul)이 있는 낡은 제품(VINTAGE)을 찾게 된 것이다.
게다가 1990년대 유행하던 ‘그런지 록(Grunge Rock)’과 구제·보세 패션을 즐겼던 ‘신세대’들이 구매력 있는 기성세대가 되면서 ‘돈 주고 살 수 없을 정도의 더러움의 구제’가 아닌 처음 사도 오래된 느낌의 브랜드를 찾는 고객의 욕구를 파악한 마켓에서 재빠르게 ‘럭셔리 스트리트 패션’을 팔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강세를 보이는 ‘아웃도어 룩’ 역시 자유로움을 추구하면서도 트렌디한 패션을 원하는 고객의 심리를 파악해 조금 더 스트리트 감성을 충족시켜 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스타일과 실용성이 중시되는 ‘스트리트 패션’ 또한 다양한 퓨전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는데, 특히 올해는 슬림한 재킷과 패딩 베스트를 매치한 댄디한 스타일을 포함해 체크 셔츠와 캐주얼 팬츠에 가죽 재킷을 매치한 락시크 스타일, 그리고 스트리트 패션의 대표 주자인 야구 점퍼 등이 잇 아이템으로 떠올라 초겨울까지 스타일리시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보온성까지 챙길 수 있는 패션이 유행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맨온더분’에서 만나볼 수 있는 미국 브랜드 ‘울리치 울렌 밀스’는 미국의 전통적인 의상 제작 과정을 그대로 이어나가되 기능성에도 충실한 대표적 스트리트 아웃도어 브랜드다. 또한 빈티지 패딩 베스트계의 일인자라고 불리는 ‘로키 마운틴 피더베드(Rocky Mountain Featherbed)’의 패딩 베스트는 지금부터 초겨울까지 착용하기 적합한 ‘강추’ 아이템으로 럭셔리 스트리트 룩을 완성해 줄 브랜드로 추천한다. 이 밖에도 전설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펜필드(PENFIELD)’ 역시 높은 품질의 다운재킷과 플리스, 럭셔리 스트리트 아우터 스타일이다.
황의건 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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