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 브리얀트 하우로이드 액트원그룹 회장
“당신은 우리가 채용하기엔 너무 고학력인 걸요.”

제니스는 3주간 사무실을 봐 달라는 말을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평범한 사무실을 일하기 좋은 공간으로 개조했다. 직원을 2명이나 추가로 채용했다. 팝 차트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모든 신곡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세계 비즈니스에서 영향력 있는 75인

이후 형부에게서 독립한 제니스가 시작한 일은 사무실 바닥 깔개(러그)를 파는 숍이었다. 당시 수중에 쥔 돈은 1500달러. 사무실 한 달 치 임차료밖에 안 됐지만 베벌리힐스의 사무실들에선 세련된 외관을 중시하기 때문에 멋진 러그 수요가 많다는 판단이 맞아떨어졌다.
사무실 깔개를 팔던 그녀는 1978년 사무실에 깔개가 아니라 ‘사람’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당시엔 혁신적인 ‘인재 관리 서비스’였다. 이 회사는 지금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대부분에 인재를 공급한다. 회사 매출은 연 10억 달러가 넘는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제니스(59)의 풀 네임은 ‘제니스 브리얀트 하우로이드(Janice Bryant Howroyd)’다. 미국 액트원(ACT-1)그룹 회장이다. 지금 미국 흑인 여성들의 최고 롤모델로 꼽힌다.
올해 흑인 기업 잡지(BEM)가 선정한 전 세계 비즈니스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75인에 포함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도 막역한 사이다. 미국 정부의 주요 위원회 여러 곳에 참여했다. 최근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위원회에 들어가 있기도 하다.
하우로이드 회장은 변두리 흑인 마을에서 태어나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녀는 “나는 11명의 형제자매와 가난한 집에서 자랐지만 어렸을 때부터 늘 나 자신이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녀의 부모가 늘 하우로이드에게 ‘너는 예쁘고, 똑똑하고, 강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우로이드 회장은 자신이 성공적인 사업가가 된 것은 부모의 칭찬과 아낌없는 교육 투자 덕분이었다고 여긴다.“교육은 빈곤과 가난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뭔가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곤란할 때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별로 없었다”고 했다.
원인은 그녀의 ‘낙천적 적극성’ 때문이었다. “걱정은 아무것도 보상해 주지 않습니다(Worrying doesn't pay). 걱정할 일이 생기면 그걸 어떻게 전략으로, 절제로, 교육으로 바꿀 것인지 생각해야죠. 그러면 그 보상을 받으니까요.”
그녀는 “사업이 항상 잘 됐던 것만은 아니지만, 어려운 상황에 처했더라도 그것은 ‘성공으로 가는 허들’에 불과하다고 여긴다”고 했다.
하우로이드 회장이 액트원그룹을 운영하는 제1 원칙은 ‘인간성(humanity)’이다. “기업들이 인력을 관리할 때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것도 인간성”이라고 했다.
그녀는 “내가 만난 세계 최고의 최고경영자(CEO) 중 한 사람은 해마다 하위 10%를 회사에서 ‘제거’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하위 10%를 어떻게 회사 일에 잘 끌어들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그녀는 “인재는 쓰면 고갈되는 자원이 아니라 내일의 성공을 보장하는 힘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하우로이드 회장은 인터뷰 도중 갑자기 ‘상은’이라며 기자의 이름을 불렀다. “중요한 팁을 하나 주겠다”고 했다. “특히 여성들에게 필요한 덕목”이라고 덧붙였다.
“항상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세요. 특히 적절한 급여를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다소 당황스럽기도 했다. 갑자기 돈 이야기라니. 자신의 일을 즐겨야 한다거나, 성과가 나야 한다는 조언은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급여로 보상받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은 흔하지 않다.
이런 논리였다. “많은 봉급생활자들, 특히 여성들은 헌신적으로 노력하고도 그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 애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들이 자연스레 알아주는 것을 기대하는 거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기여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있습니다.”
동시에 이런 조언도 덧붙였다. “그렇다고 돈을 따라가지는 마세요. 돈이 나를 따라오도록 해야 합니다.”
알쏭달쏭했다. 하우로이드 회장은 “돈을 기준으로 삼으면 판단이 오락가락한다”며 “내 성장, 내 가치의 성장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고, 내가 성장하면 그만큼 보상이 따라오게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우로이드 회장은 조만간 한국에 액트원그룹의 지사를 만들 계획이다. 그녀는 “한국은 교육으로 성장한 나라”라며 “풍부한 인재가 많아 비즈니스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한국은 STEM 섹터 강한 나라”
인재 관리 서비스 회사로서 한국의 인재에 대해 평가해 달라고 하자 그녀는 “S·T·E·M 섹터가 강하다”고 했다. S는 과학(Science), T는 기술(Technology), E는 엔지니어링(Engineering), M은 수학(Math)을 각각 뜻한다. 그는 “한국에서 수학·과학 부문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라며 “기업가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라고 평했다.
세계경기가 쉽사리 회복되지 않으면 고용 시장에도 훈풍이 불기 어렵다. 그녀는 하지만 “오히려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우리에게는 더 풍부한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아무것도 없는 나라에서 지금처럼 세계를 주도하는 나라가 됐듯이, 어려운 시기는 이를 극복하는 기업에 성장의 기회를 줍니다. 공포의 언어는 좋지 않아요. 희망의 언어를 써야죠. 우리는 이럴 때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상은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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