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 4대 파생상품 대수술

거래량 세계 1위를 자랑해 온 코스피200옵션(지수옵션)이 14년 만에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지수옵션을 거래할 수 있는 최소 단위가 10만 원에서 25만~50만 원으로 상향 조정돼 진입 장벽이 높아진다. 금융 당국이 지수옵션 시장의 개인 투자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애초에 거래 단위를 지금의 5배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시장의 의견에 따라 상향 폭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1월 9일 금융 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년 전 있었던 ‘11·11 옵션 쇼크’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 코스피200옵션의 거래 단위(거래 승수) 조정에 나섰다. 거래 단위가 상향 조정되면 큰돈을 굴리는 외국인과 기관보다 소액을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타격을 받는다. 자연스럽게 거래량도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코스피200옵션은 1997년 7월 거래가 시작된 이후 거래 단위를 1포인트에 10만 원으로 유지해 왔다. 거래 단위를 2.5~5배로 높이면 1계약에 들어가는 투자비용 역시 2.5~5배로 늘어나게 된다. 같은 거래 대금으로 매매할 수 있는 계약 수가 줄어드는 만큼 거래량(계약 단위)은 줄어들게 된다. 지수옵션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비중은 3분의 1 수준이다. 최근 매수 옵션 계좌에 1500만 원의 예탁금이 부여되면서 진입 장벽이 높아졌지만 고수익을 노리는 개인들의 투자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업계 ‘시장 위축시킨다’ 반발

지수옵션과 함께 국내 파생상품 시장의 ‘4대 히트 상품’으로 꼽히는 주가연계증권(ELS)·주식워런트증권(ELW)·FX마진거래(이종통화거래)에 대한 규제 방안도 마련된다. 지수 하락기에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에 힘입어 ELS 발행 규모는 지난 상반기 20조 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파생상품 고유의 위험성을 깊이 인식하지 못한 채 고수익만 바라보고 뛰어드는 개인이 많아 금융 당국에서 관리에 나선 것이다. ELS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ELS를 발행하는 증권사들이 일정한 담보를 마련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미들의 무덤’이라고 불려온 ELW와 FX마진 시장에 대해서도 곧 대책이 나올 예정이다. 금융 당국은 ELW에 대해 3차 건전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ELW는 LP(유동성 공급자)의 호가 제시 의무를 완화해 스캘퍼(초단타 매매자)의 거래를 줄일 계획이다. 개인들의 투기장으로 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FX마진거래에 대해서도 손실 계좌 비율을 공시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의 파생상품 손질이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해석하면서도 지나친 규제는 파생상품 시장을 극도로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증거금 인상이나 투자자 교육과 같은 기존 ‘건전화 대책’과 달리 유동성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이번 규제 강도는 이전보다 훨씬 높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때문에 파급될 부작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량이 줄어들고 제시 호가가 적어지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제시 호가가 줄어들어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다.
지수옵션 거래 단위 최대 5배 높여
◆ 지수옵션
주가지수를 미리 정한 가격에 미래의 일정 기간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다. 주가지수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면 콜옵션(살 권리)을 사 시세 차익을 얻고, 반대의 경우에는 풋옵션(팔 권리)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 코스피200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코스피200옵션이 대표적이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