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림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GRO 매니저


호텔 VIP 고객의 편의와 서비스를 전담하는 ‘GRO(Guest Relations Officer)’는 흔히 ‘호텔의 꽃’이자 ‘호텔의 얼굴’이라고 불린다. 귀한 손님들을 제1선에서 대면하고 서비스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GRO 부서에 근무하는 호텔리어들에게는 다양한 업무 능력이 요구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서비스 매너, 유창한 외국어 구사 능력, 풍부한 상식과 지식 등이다.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과의 대화를 원활히 이끌어 가기 위해서죠. 그래서 평소에 신문을 자주 보는 편이에요.”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의 GRO팀을 책임지고 있는 정미림 매니저는 GRO의 역할을 ‘고객의 개인 비서’라고 정의한다.

“실제로 VIP 고객이 호텔에 예약하는 순간부터 우리 일은 시작되죠. 고객이 선호하는 객실이 준비됐는지, 고객 취향의 물품들이 갖춰졌는지 세심히 살피고 고객을 맞아 모든 편의 서비스를 논스톱으로 제공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에요.” 이에 따라 업무 구역이 단순히 호텔 내로 제한되지 않는다. 행선지 파악 및 안내 등의 스케줄 관리는 물론 이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 수집과 서류 작업, 통역 수배, 쇼핑 등 고객의 필요에 따라 호텔 안팎을 가리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가 베푸는 서비스가 곧 호텔의 평판이 되고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대변한다고 생각하면 그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어요.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기는 해요.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고 매력적인 일이기도 하죠.” 어렸을 때부터 남을 돕는 일이 좋았다는 정 매니저는 그래서 지금의 일을 자신의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베푸는 게 호텔 평판 되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세심한 서비스 ‘일품’

임피리얼 팰리스에 머물렀던 VIP 고객 중에는 스스로 정 매니저의 팬이며 친구를 자처하는 고객들이 많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G20 정상 회의 때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과 ‘호세프’ 현 대통령이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 묵는 내내 세심한 서비스를 선보인 정 매니저에게 감동해 먼저 사진을 찍자고 청한 일도 있었다.

호텔 관계자들 사이에서 작은 이슈가 됐던 그때의 사진은 현재도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의 로열 스위트 객실에 전시돼 있다. 세계적인 재즈 아티스트 ‘리 릿나우어’도 한국에서 공연할 때마다 잊지 않고 정 매니저를 초대하곤 한다. “아침 식사 시간에 라운지에서 그분의 음악을 틀어드렸죠. 그때 감동했다고 하시면서 한국에 오실 때마다 연락하곤 해요.” 정 매니저의 서비스가 많은 이들의 호의를 사는 것은 요청이나 부탁이 있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나서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른 호텔들과 달리 우리 호텔에는 GRO 서비스 룰이나 매뉴얼이 따로 없어요. 그러기에 자신의 역량대로 서비스할 수 있고요.” 일례로 갑작스러운 급환으로 고객이 병원에 가게 됐을 때 정 매니저는 보호자를 자처하는 한편 숙박료를 부담스러워 하는 고객을 위해 병원에 있을 동안 따로 체크아웃해 두고 귀국할 때 공항까지의 택시비를 호텔 경비로 처리하기도 했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절차나 형식이 아니라 배려하는 마음이죠. 앞으로도 손님의 마음까지 보살피는 서비스를 계속 선보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경험을 더 많이 쌓은 후 후배들에게도 제가 배우고 익힌 GRO 일을 전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