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채드윅국제학교


지난 11월 10일 오후 3시 30분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17-4. 맞은편에서는 포스코 더 샵의 오피스텔 건물이 한창 공사 중이었고 그 옆 수풀이 무성하게 자란 공터인 이곳이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다. 채드윅국제학교(Chadwick International)가 수업을 모두 끝내고 학생들이 하굣길에 오르는 시간이다. 20분 전부터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 자가용 승용차들은 하교 시간이 되자 주차장을 빼곡히 채우고도 모자라 도로를 점령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이런 차량들의 80% 이상이 메르세데스벤츠·BMW(비엠더블유)·아우디 같은 고급 수입차들이었다는 점이다. 나머지 20% 정도는 에쿠스·체어맨·제네시스 같은 국산 고급차들이었다. 아주 ‘검소하게’ 그랜저를 몰고 온 학부모도 있었다.
교사 1인당 학생 8명…내국인 90% 넘어
채드윅국제학교에는 기숙사가 없다. 100% 통학이다. 기숙사를 운영하는 제주국제학교들과 달리 ‘외국교육기관’으로 분류되는 이 학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인 투자자의 자녀 교육을 위한 것으로 원거리 통학은 설립 목적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수도권에서의 통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기숙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학생들의 거주지는 일산·목동·강남, 심지어 분당까지 광범위하다.

채드윅국제학교는 5대의 스쿨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대형 버스 두 대는 강남·송파를 오가고 중형 사이즈의 버스는 일산·목동·분당을 오간다. 강남·송파의 학생들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의 통학이 가능하다는 점은 제주국제학교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학교 측도 “가족과 떨어져 지내지 않고 한집에 살면서 국제학교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학교가 방과 후까지 책임질 필요가 없어서인지 학생들은 교복을 입지 않고 자유로운 복장을 하고 있었다. 제주국제학교 두 곳은 모두 교복을 입는다.

등교 시간은 아침 8시. 유아원·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모두 동일하다. 스쿨버스는 유아원에서 중학교 학생까지 모두 동일하게 탑승하기 때문에 등교 시간을 동일하게 운영하는 것이다. 하교 시간도 오후 3시 30분으로 같다. 다만 방과 후 학습과 같은 보조 교육을 받는 학생은 5시에 수업이 모두 끝난다.
교사 1인당 학생 8명…내국인 90% 넘어
교사 1인당 학생 8명…내국인 90% 넘어
하교 시간, 주차장엔 고급 수입차 가득

미국의 유명 사립 교육기관에 걸맞게 시설은 일단 눈길을 끈다. 7만1405㎡(2만1628평)의 대지에 실제 축구 경기장과 같은 크기의 천연 잔디 구장이 있고 그 주위를 감싸는 육상 트랙은 실제 육상 경기장처럼 붉은 색의 우레탄으로 덮여 있다. 축구장 옆에는 5개의 테니스 코트가 나란히 줄지어 있는데, 흙바닥이 아닌 단단한 재질로 되어 있다.

‘(야외)농구장은 왜 없나’라는 질문은 차라리 촌스럽다. 고급 우드 재질로 바닥을 마감하고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실내 체육관이 있기 때문이다. 농구·배구 등 실내에서 행해지는 구기 종목은 실내에서 교육이 이뤄진다. 수영장은 스킨스쿠버가 가능한 규모이고 전교생이 다 들어가고도 남는 700명 규모의 대극장, 8채널 사운드 믹싱이 가능한 스튜디오, 전 세계 학생들과 화상회의로 협업이 가능한 2개의 ‘시스코 텔레-프레즌스룸’까지 갖췄다.

하드웨어만 봐도 눈이 휘둥그레질 지경이지만 교육의 질은 소프트웨어에서 판가름 난다. 일단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보면 교육의 질이 얼마나 달라질지 짐작이 간다. 현재 채드윅국제학교의 교사 수는 70여 명, 학생 수는 550여 명이다. 교사 1인당 약 8명의 학생을 담당하는 셈이다. 올해 서울 지역 초등학교의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19.3명이다.
<YONHAP PHOTO-0410> 학생들 맞는  '채드윅 국제학교' 교사들
    (인천=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수도권 최초의 외국교육기관인 '채드윅 국제학교(Chadwick International)'가 7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문을 열었다. 7일 오전  교사들이 학년별로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2010.9.7
    toadboy@yna.co.kr/2010-09-07 09:09:16/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학생들 맞는 '채드윅 국제학교' 교사들 (인천=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수도권 최초의 외국교육기관인 '채드윅 국제학교(Chadwick International)'가 7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문을 열었다. 7일 오전 교사들이 학년별로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2010.9.7 toadboy@yna.co.kr/2010-09-07 09:09:16/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게다가 채드윅국제학교의 교사는 모두 외국인이다. 수업도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수업 내용도 한국처럼 ‘교과서 진도를 빼는’ 강의식이 아니라 질의 기반 학습, 비판적 사고, 프로젝트 중심의 방식으로 진행돼 학생이 학습의 주체로서 주도적인 참여가 중시된다.

이렇게 좋은 교육제도라면 누구나 보내고 싶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갈 수 없어 이 학교는 더욱 선망의 대상이 된다. 우선 교육비가 비싸다. 한 학부모는 “연간 4300만 원 정도 든다”고 밝혔다.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그는 “강남의 영어학원에 보내면 월 150만 원이다. 하루 1~2시간 배우는데 연간 1800만 원 든다. 이 학교에선 하루 종일 영어로 수업하는데다 음악·미술·체육을 밖의 학원에서 배우는 것보다 높은 수준으로 배울 수 있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사 1인당 학생 8명…내국인 90% 넘어
‘연간 학비 4300만 원, 아깝지 않다’

돈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또 아무나 들어갈 수는 없다. 순수 국내파가 갈 수 있는 수도권의 유일한 ‘외국 교육기관’이다 보니 경쟁이 치열하다. 또 다른 학부모는 “경쟁이 엄청나다 보니 이미 영어를 수준급으로 하지 않는 이상 입학은 힘들다고 봐야 한다. 학교에서도 영어로 하는 수업을 원활하게 따라갈 정도가 되지 않으면 뽑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채드윅국제학교의 입학 과정을 살펴보면 유아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은 교사 참관 하에 2시간 정도의 그룹 활동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는 2시간 내외의 영어 읽기, 쓰기, 어휘, 수학 시험을 치른다. 시험 후 영어 인터뷰까지 봐야 한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선발된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매우 뛰어난 편이다. 대개의 국제학교에서는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더라도 학생들끼리는 한국어로 얘기하는 학생이 많은데, 이 학교에선 중학생의 경우 영어로 대화하는 학생이 많다고 한다.

한편 채드윅국제학교와 같은 ‘외국 교육기관’은 정원의 30%까지만 내국인을 뽑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외국인은 드물고 내국인이 90% 이상이라는 것이 학부모들의 말이다. 실제 하굣길에 보이는 학생들 대부분이 ‘검은머리’였다. 원정 출산 등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검은머리 외국인’일 수도 있지만 일반인들의 상상처럼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이 함께 수업을 받는 국제학교’라는 기대는 다소 접어야 할 듯하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