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최근 기획재정부의 신입 사무관 채용 경쟁률은 2.2 대 1이었다. 28명 선발에 총 62명이 지원한 것. 지난해 재정부가 23명을 뽑는데 총 44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9 대 1을 기록한 것에 비해 경쟁률이 높고 지원자 수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재정부 내부의 기류가 썩 좋지만은 않다. 경쟁률이 높은 것은 좋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갈수록 인기(?)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 여성 사무관 3명이 금융위원회로 적을 옮긴데 이어 올해 출범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로도 7명이 빠져나갔다. 반면 타(他) 부처에서 소속을 옮겨오는 사무관 전입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년 같으면 5~6명 정도가 전입 왔을 텐데, 올해는 전입자가 1명에 그쳤다.



가장 먼저 내려가는 기획재정부 기피 ‘뚜렷’
고위공무원 사표 제출로 술렁이는 공직사회 
(과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농림수산식품부의 1급 간부 전원이 교육인적자원부와 국세청에 이어 사표를 제출, 고위 공무원단의 인적 쇄신이 점차 타 부처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을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lee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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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무원 사표 제출로 술렁이는 공직사회 (과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농림수산식품부의 1급 간부 전원이 교육인적자원부와 국세청에 이어 사표를 제출, 고위 공무원단의 인적 쇄신이 점차 타 부처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을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leesh@yna.co.kr (끝)
분위기가 이처럼 바뀐 것은 세종시 때문이다. 공무원들 사이에선 국무총리실과 함께 중앙 부처 중 가장 먼저 세종시에 내려가야 하는 재정부를 기피하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 재정부 출신 사무관들이 자리를 옮긴 금융위와 국과위는 모두 세종시 이전 대상에서 빠져 수도권에 남는 부처들이다.

한때 재정부를 비롯해 세종시에 내려가야 하는 부처 내부에선 내년 대선이 지나면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국무총리실 주재로 회의를 열고 총리실과 재정부 등의 세종시 이전 시점을 내년 대선 전으로 조정하면서 모든 기대가 사라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정부를 더욱 실망스럽게 하는 것은 올해 새내기 사무관들 가운데 성적 상위 10명 가운데 수석을 포함한 4명이 금융위원회를 지망한 사실이다. 지난해 상위 10명 중 금융위원회를 지망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이변이라고 볼 수도 있는 일이다.

실제 지난해 성적 상위 10위권의 사무관들의 분포는 기획재정부 5명, 공정위 4명, 국세청 1명 등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금융위 4명, 공정위 3명, 기획재정부 3명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함께 세종시로 내려가는 공정위가 자신들과 비슷한 인기를 누리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고위 공무원들은 또 다른 이유로 심기가 편하지 않다. 내년부터 휴직한 뒤 법무법인에서 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통상 공무원들은 기업들의 고충을 직접 경험하고 민간 기업의 시스템을 배운다는 취지에서 일반 대기업과 법무법인에서 1~2년 정도 근무하고 돌아올 수 있었지만 행정안전부가 금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최근 마련된 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에 따르면 공무원이 민간 기업에서 근무하기 위해 휴직할 때는 자산이 5조 원이 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김앤장법률사무소 등 법무·회계·세무법인으로 이동할 수 없다. 현재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55곳이다. 보수도 휴직 이전에 받던 공무원 급여에서 일정 비율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요즘 적지 않은 고위 공무원들이 ‘조기 퇴직’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세종시 이전 문제가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는 판국에 공무원 임용령 개정안까지 나오니 괜히 구설에 오르기 전에 미리 그만두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서다. 한 경제 부처 관계자는 “행시 출신으로 정부 부처에서 과장만 해도 민간 기업에 나가면 임원이 될 수 있다”며 “지원자가 많아지기 전에 먼저 나가야 좀 더 쉽게 자리를 찾을 수 있겠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