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끄는 샹쥔보 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의 행보


최근 중국의 차관급인 농업은행 회장에서 장관급인 보감회(保監會: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으로 승진한 샹쥔보(項俊波·54)는 문무를 겸비한 인물로 꼽힌다. 중·베트남 전쟁 참전 군인 출신에다 영화와 드라마 시나리오를 쓴 작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999년엔 그가 시나리오를 쓴 드라마가 1등상인 페이톈(飛天)상을 받기도 했다.

충칭의 한 대학교수 아들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당초 중문학을 전공하려고 했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런민대에서 재정학을 전공했다. 난카이대에서 경제학 석사, 베이징대에서 법학박사를 받은 그는 농업은행 행장 시절 30분 일찍 출근해 영어 과외를 받을 만큼 학구파이기도 하다.



고속 승진 대명사 … 감사 분야서 잔뼈 굵어

심계서(審計署:감사원)에서 잔뼈가 굵은 감사 전문가로 통한다. 금융과 직접 인연을 맺은 건 인민은행 부총재가 된 45세 이후로 그런 그가 2007년 자신에게 농업은행 행장직을 넘겨주고 보감회 부주석으로 자리를 옮긴 전임자 양밍성(楊明生·56)을 수하로 둘만큼 고속 승진한 것이다. 과단성 있는 일처리로 중국 지도부로부터 높은 신임을 얻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그가 농업은행 행장을 맡았을 당시만 해도 농업은행은 중국 4대 국유 상업은행 중 유일하게 상장하지 못하고 부실채권을 처리하지 못한 골칫거리였다. 심계서 출신답게 농업은행의 리스크 관리에 주력한 그는 2009년 회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뒤 농업은행을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하는데 성공했다. 27%에 달하던 부실채권 비중을 2.9%까지 떨어뜨린 뒤였다. 농업은행은 올 들어 9월까지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4% 증가한 1007억 위안으로 이미 작년 전체 규모(948억7300만 위안)를 넘어설 만큼 고성장 중이다.

중국 언론들은 9년간 재임했던 전임자인 보감회 2대 주석 우딩푸(吳定富) 역시 심계서 출신이라는 것을 들어 발전 초기 단계인 보험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와 감독 강화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의 감사 경험은 반부패를 다룬 중국 CCTV 드라마 ‘인민은 잊을 수 없다(人民不會忘記)’ 시나리오로 이어지기도 했다.

중국에 감사 폭풍이 몰아치던 1999년 톈진의 한 현(縣)에서 세무국장의 비리를 캐낸 일화는 유명하다. 세무국장 아들이 고용한 헤이서후이(黑社會:조직폭력조직)의 협박 전화에 “전쟁도 해봤고, 부상도 당해봤다. 할 테면 해봐라. 내가 못 겪어 본 게 있는가”라고 물리쳤을 만큼 강단을 보였다.

그의 보감회 주석 임명으로 은행과 보험을 결합한 방카슈랑스가 활기를 띨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농업은행 행장 시절 자허(嘉禾)생보를 인수해 최대 은행계 생보사로 키운 적이 있기 때문이다. 농업은행 때 3농(농업·농촌·농민) 문제 해결과 은행의 업무를 연계한 것처럼 3농 보험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보험업의 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고성장을 지속시키는 것도 샹쥔보 주석이 풀어야 할 숙제다. 중국의 보험 시장은 보험료 기준으로 2001년 2109억3600만 위안에서 2010년 1조4500억 위안으로 급성장해 세계 6위에 올랐다. 보험 자산도 2003년 6494억1000만 위안에서 지난해 5조500억 위안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은행 증권의 발전 속도에 비하면 뒤진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게다가 “올 들어 처음으로 보험료 수입과 보험 설계사 규모가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생보 업계의 자본시장 수익률이 바닥을 헤매고 있다(류징룬 타이강생보 총재)”는 지적도 나온다.

샹쥔보는 과거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30여 년 전 전우들이 전장에서 죽어가는 것을 지켜봤던 게 가장 힘들었던 때다. 지금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농업은행을 환골탈태시켰다는 평을 듣는 그가 보험업을 어떻게 환골탈태시킬지 주목된다.
[중국]‘방카슈랑스 활기 띨 것’ 관측 유력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