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일 뿐만 아니라 모바일 플랫폼 안드로이드를 운영하고 있는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아이폰에 대항하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연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를 순방했다. 슈미트 회장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대만을 방문해 삼성·LG·HTC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통신사 관계자와 만나 협력 관계를 다시 한 번 다졌다.

구글이 최근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면서 아시아의 제조업체들은 구글이 미래의 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안드로이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슈미트 회장이 직접 나서 아시아 제조업체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껴안으려는 의도로 이번 아시아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함께 방문 중 각 정부 관계자도 만나 구글의 다양한 인터넷 사업과 관련해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슈미트 회장은 11월 7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코리아 고 글로벌’이라는 국산 소프트웨어와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돕는 지원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는 한국에 대한 장기적인 약속의 실천이며 정부 관계 부처와 협의 하에 개별 프로그램이 순차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게 슈미트 회장의 설명이다.

그리고 다음 날인 11월 8일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국내외 기자들을 만나 ‘인터넷 개방성: 동반 성장의 출발점’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슈미트 회장은 “역사적으로 한국은 뛰어난 재능과 창의성을 갖고 있으며 한국의 우수한 개발자와 기업들이 이제 세계를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세계에 개방성을 갖고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미트 회장의 발표 후 가진 기자와의 간담회에서 그는 구글과 안드로이드의 전략과 협력사 및 경쟁사에 대한 의문들에 대해 말을 아끼며 차분하게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안드로이드 유료화할 계획 없다”
방한 중 삼성 관계자를 만났는데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대한 삼성의 반응은 어땠나.

어제(11월 7일) 삼성 측과 만나 협력 관계를 최선을 다해 지켜 나갈 것에 인식을 같이해 기쁘게 생각한다. 개별적인 내용은 언급할 수 없다. 다만 (구글이 인수한) 모토로라는 독립적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다.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안드로이드의 일부분을 유료화할 계획인가.

안드로이드는 지속적으로 무료로 라이선싱을 제공할 것이다. 지금 운용하는 방식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변화는 없다.

안드로이드가 마이크로소프트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는 구글이 자체 기술로 만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장은 진실이 아니다. 안드로이드의 성공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가 두려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애플의 고 스티브 잡스는 전기를 통해 ‘구글은 혁신적이지 않고 애플의 창의성을 훔쳤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3년 반 동안 애플의 이사회 이사였다. 잡스는 20년 지기 친구로 함께 일도 했고 경쟁도 했다. 아직 그 친구를 잃었다는 슬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 책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잡스를 좋아하는 친구로서 그가 그립다. 다만 구글은 훌륭한 혁신 기업이라는 점과 아이폰보다 안드로이드가 먼저 시작됐다는 점은 말하고 싶다.

애플이 안드로이드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차별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이는 애플에 묻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안드로이드에서는 어떤 앱에 대한 차별도 없다. 원하는 대로 앱을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올릴 수 있다. 우리는 항상 애플에 안드로이드 앱이 지원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

야후 등 인수·합병(M&A)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M&A와 관련해서는 어떤 것도 언급할 수 없다.

구글플러스(구글이 개발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익명 계정을 허용할 것인가.

구글플러스는 실명제를 통해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실명이 아닌 다른 것으로 가지 않겠다.

구글의 아시아 지역 인터넷 데이터센터(IDC)는 왜 인터넷 환경이 좋은 한국이 아니라 싱가포르·홍콩·대만으로 갔나.

아시아의 데이터센터 위치를 두고 복잡한 계산을 했다. 데이터센터는 더운 날씨에 더욱 효율적이기 때문에 그곳으로 결정하게 됐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어떤 얘기를 했나.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한국의 인터넷 환경이 이제까지 이뤄낸 것은 기적이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한국의 인터넷 규제 상황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의 인터넷 환경은 최첨단이라기보다 뒤처진 부분이 있다. 이를 검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법안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 규제가 좀 더 현대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이사회 의장이 7일 청와대를 방문 이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에릭 슈미트 구글 이사회 의장이 7일 청와대를 방문 이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의견은.

한미 FTA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자유무역을 신봉하고 있다.

개방된 인터넷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나.

기술이 발달되기 위해 개방된 툴은 중요하다. 유닉스(다수 사용자들을 위한 운영체제)의 개발 과정에서 에러를 많이 겪으며 발전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개방된 경쟁이 핵심이었다. 무엇보다 제약이 없는 라이선스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드로이드 개발팀이 현명했던 것이 모든 소프트웨어를 공개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라이선스와 관련해 못하게 하는 것이 많았지만 개방성은 구글의 기본 원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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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2001년 구글에 합류한 이후 에릭 슈미트 회장은 실리콘 밸리의 신생 기업에 불과했던 구글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공헌했다. 이사회 회장으로서 그는 파트너 관계 구축, 비즈니스 관계 확대, 정부 공익 사업 기술 리더십, CEO와 수석 임원진에 대한 비즈니스 및 정책 문제 조언 등 구글의 대외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슈미트 회장은 구글의 CEO로 일하며 창립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와 함께 회사의 기술 및 비즈니스 전략을 함께 수립했다.

구글에 합류하기 전 노벨의 회장 겸 CEO,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최고기술책임자를 역임했다. 그전에 제록스PARC의 컴퓨터과학연구소, 벨연구소 및 자일로그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미국 프린스턴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고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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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