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이 미국 뉴욕보다 더 많은 호텔 룸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경제 수도 뉴욕은 각종 관광·비즈니스 수요가 넘치면서 지난 100년 가까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호텔방이 있는 도시 자리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독일 통일 이후 베를린에 꾸준히 신규 호텔들이 들어서면서 몇 년 전부터 베를린이 뉴욕을 역전, 세계에서 가장 호텔방이 많은 도시가 됐다. 내년에는 세계적인 호텔체인 힐튼그룹이 베를린에 럭셔리 호텔 월도프아스토리아를 론칭할 계획이어서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독일 경제 일간 한델스블라트는 최근 “베를린이 뉴욕보다 훨씬 더 많은 호텔을 보유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미 베를린 중심지인 초(동물원)역 부터 제2차 세계대전 기념탑 역할을 하는 빌헬름교회까지의 거리에 크고 작은 호텔들이 빈틈없이 들어찬 상태다.
이어 서베를린 지역 중심가에 32층짜리 대형 호텔이 내년 봄 베를린 관광박람회 개최 시기를 기점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힐튼호텔이 뉴욕 맨해튼 파크 애비뉴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설적인’ 고급 호텔 월도프아스토리아와 똑같은 이름의 호텔로 내년 베를린 호텔 시장을 공략할 예정인 것. 이에 따라 베를린의 호텔 산업을 둘러싸고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230개 객실을 보유한 월도프아스토리아가 들어서면서 최고급 투숙객을 대상으로 한 고급 호텔 사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프리드리히 니만 월도프아스토리아 총괄 매니저는 “베를린 서부 지역은 다이내믹한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라며 “월도프아스토리아가 새로운 트렌드세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프레드 휘르스트 그랜드하얏트 총괄책임자는 “최고급 시장을 노리고 들어온 또 하나의 경쟁자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올리비에 엘러 캠핀스키호텔 책임자도 “지난 몇 년간 주요 호텔들이 비집고 들어서면서 이제 베를린에 대형 호텔 터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 호텔 업계가 베를린에 대해 이처럼 관심을 갖는 것은 독일의 경제적 영향력이 전 유럽 차원에서 강해지고 있는데다 독일 통일 후 도심 재개발에 따른 신규 호텔 수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급속도로 늘어난 호텔 객실 수를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베를린을 방문하는 고급 비즈니스 수요가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5∼7년 정도는 베를린의 호텔방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한델스블라트의 전망이다.
물론 지나치게 빠른 호텔 수 증가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라이너 반게르트 웨스틴그랜드호텔 총책임자는 “독일컵 축구대회 결승전이 베를린에서 열리거나 크리스마스·신년 등 일부 기간에는 방이 모자랄 수 있지만 1년 내내 호텔방이 가득 차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정 위기로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독일 부동산이 전반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NP파리바의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9개월간 독일 상업용 부동산 투자액은 126억2000만 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투자액인 108억 유로를 뛰어넘는 수치다. 오피스용 부동산 투자가 많아 프랑크푸르트 등 오피스 건물이 집중된 지역의 임대율은 연간 18% 상승했다.
현금이 풍부한 펀드들도 뮌헨·함부르크·뒤셀도르프·베를린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업체 CB리처드엘리스 독일 지점의 페터 슈레펠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부동산 시장은 위기 속에서도 놀랄 만큼 잘 견뎌왔기 때문에 유럽 내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고 있다”며 “세계 각지의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에버딘자산운용의 마이클 디터만은 “유로존이 해체된다고 하더라도 독일은 안전한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ildon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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