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배분과 ETF


질문:다음 중 투자 수익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①종목 선택 ②시장 타이밍(market timing) ③자산 배분

정답은 ③이다. 흔히 종목 선택이나 시장 타이밍이 투자 수익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 같지만 실증적 연구 결과는 자산 배분의 손을 들어 줬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연구는 1986년 게리 브린슨 등이 함께 발표한 ‘포트폴리오의 실적을 결정하는 요소’다. 브린슨 등은 90개가 넘는 연금 기금의 1974~1983년 실적을 분석한 후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분기 수익률 변동성의 약 93.6%를 자산 배분 정책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가 자산 배분이라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후 많은 논쟁이 있었고 이 연구에 대한 비판도 나왔지만 79%냐 91.5%냐 정도의 차이만 존재할 뿐 자산 배분이 투자 수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데 지금은 더 이상의 이론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개인 투자자 쪽에서 보면 자산 배분의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그 수행 과정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간단하게는 주식과 채권, 예금은 어떤 비율로 나눠야 하고 해외 투자 비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문제부터 보다 구체적으로는 비중을 결정한 후 어떤 종목이나 투자 대상을 선택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등장한다. 또한 점차 글로벌 경제가 통합되면서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일이 국내시장에도 크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어 고려해야 할 변수도 많아졌다.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100개 ETF(상장지수펀드) 상장 기념식'에서 김봉수 KRX 이사장 등 참석인사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군호 에프엔가이드 사장 김석 삼성자산운용 사장 김 이사장 서유석 미래맵스자산운용 사장 차문현 우리자산운용 대표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1.7.18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100개 ETF(상장지수펀드) 상장 기념식'에서 김봉수 KRX 이사장 등 참석인사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군호 에프엔가이드 사장 김석 삼성자산운용 사장 김 이사장 서유석 미래맵스자산운용 사장 차문현 우리자산운용 대표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1.7.18
>개인 투자자들의 자산 배분 고민을 덜어줄 투자처는 ETF다. ETF는 거래 비용도 저렴하고 주식처럼 매매도 가능해 매력적이다.">
ETF, 글로벌 시장에서 급속한 성장세

개인 투자자들의 자산 배분 정책에서 고민을 덜어줄 획기적인 투자처가 있는데, 다름 아닌 상장지수펀드(ETF)다. 흔히 ETF를 두고 상장돼 거래되는 인덱스 펀드라고 부르지만 ETF는 인덱스 펀드보다 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거래 비용도 저렴하고 주식처럼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최근에는 기관투자가들이 자산 배분 차원에서 ETF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특성들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최근 들어 가장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분야가 바로 ETF 시장이다.

ETF는 하나의 투자처로서의 독립성도 있지만 유용한 자산 배분의 수단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만일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고령화사회가 진척됐을 때 의료 및 건강 관련 비즈니스가 유망해 관련 기업을 편입하고자 한다면 의료 헬스 케어 관련 ETF를 매입하면 된다. 개별 기업을 분석하기 위해 복잡한 재무제표를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편리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자산 배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ETF는 해외 투자나 실물 투자로 자산 배분을 하거나 테마 투자를 하기에도 좋다. 원유·농산물·금·은·금속 등 실물 자산에 기반한 ETF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돈이 많이 풀리면서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금 경제는 어렵지만 서서히 시간이 흘러 경제가 살아나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과 나스닥·브릭스 등 다양한 지역에 투자할 수 있는 ETF도 많기 때문에 ETF는 해외 투자 비중과 지역을 결정하는 데 유용한 역할을 한다.

업종 투자를 하기에도 좋다. 어떤 분야가 유망하다는 판단을 하더라도 종목 선택을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쟁 업체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고 재무 상황도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업종이 투자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개별 종목보다 크기 때문에 업종 ETF를 사면 투자 위험을 줄이면서 수익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더 많은 종류의 ETF가 등장할 것이다. 더 많은 수의 ETF가 생겨난다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더욱 다양한 자산 배분 수단이 생긴다는 걸 의미한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