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슈퍼 부자로… ‘아시아 게임왕’ 우뚝

아직 40대에 불과한 청년 사업가가 무려 7조 원을 손에 쥐는 꿈같은 일이 벌어질 것 같다. 그보다 더 많은 부를 가진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세계적 IT 기업인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뿐이다.

경마를 좋아하는 변호사 아버지를 닮아 게임을 좋아하던 이 청년 사업가는 인수·합병(M&A)이라는 ‘필살기’를 손에 쥐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게임왕’으로 거듭나고 있다.

바로 김정주 넥슨 회장의 이야기다.
김정주 넥슨 회장 알고 보니 ‘M&A 달인’
지난 11월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넥슨재팬이 12월 중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넥슨이 2006년 상장 계획을 내놓은 지 5년 만에 드디어 일본 증시에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 신문은 넥슨재팬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6000억~7000억 엔(8조5000억~10조 원)으로 내다봤다.

이 액수는 올해 일본 내 기업공개(IPO) 중에서도 최대 규모다. 세계 증시 침체로 대형 IPO가 주춤하고 있는 일본의 증권가에서도 관심이 쏟아는 건 물론이다.

국내 증권시장 역시 넥슨재팬의 상장을 주시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일본 증시에 상장하는 것 역시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넥슨재팬 상장 시 국내 증시에 상장된 게임 업체 중 시가총액이 가장 많은 엔씨소프트(7조8096억 원)를 단숨에 제치게 된다. 일부에서는 중국 등 해외 사업 호조를 바탕으로 상장 후 넥슨재팬의 시가총액이 최대 13조 원(노무라증권 추정)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내 시가총액 13위인 하이닉스와 맞먹는 규모다.

매출액(작년 기준 9343억 원)은 물론 시가총액에서도 확실한 국내 최대의 게임 기업으로 거듭나는 넥슨의 일본 상장과 함께 주목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김정주 넥슨 회장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미 2조3358억 원을 가진 슈퍼 부자다. 이것만으로도 국내 재산 순위에서 쟁쟁한 대기업 오너들을 제치고 8위를 기록했다.

비슷한 나이면서 글로벌 기업의 후계자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재산이 3조 원 가까운 수준인 것과 비교해 보면 어마어마한 재산이다. 하지만 이번 상장을 통해 김 회장의 재산은 이들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주 발행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만약 노무라증권의 전망처럼 시총 13조 원을 달성한다면 김 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약 6조9800억 원으로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상장, 주가만 따지면 실익 없어

현재 넥슨의 지배 구조는 지주회사 엔엑스씨(NXC)를 정점으로 한다. 엔엑스씨의 지분은 김정주 회장이 48.5%를, 그의 배우자인 유정현 씨가 21.1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엔엑스씨의 자기주식 보유율은 26.56%에 달해 실질적으로 김 회장의 개인 회사라고 봐도 될 정도다. 엔엑스씨는 일본 증시에 상장되는 넥슨재팬(NEXON CO.LTD)의 주식 78.77%를 소유하고 있다. 넥슨재팬은 한국·미국·유럽의 계열사를 모두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중간 지주회사다. 넥슨재팬의 상장 시 엔엑스씨의 대주주인 김 회장의 지분 가치가 급격히 불어나는 이유다.

김 회장이 단지 재산 증식을 위해 일본 증시에 상장한 것은 아닌 듯하다. 일본 증시에 상장했다고 해서 주식 가치가 더 높게 평가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상장 절차가 더 복잡해 외국계 증권사를 주간사로 함으로써 한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보다 수수료가 몇 배나 더 든다.

주식 가치 역시 마찬가지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에서 게임주는 국내보다 5배 가까이 높게 평가받았다. 최근 들어선 차이가 없어졌다. 오히려 최근에는 국내 증시 상장이 나을 수도 있다. 김창권 대우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실적 기준 일본 게임 업체들의 주가수익률(PER)은 평균 15.2배, 중국 게임 업체들은 17.3배 수준이다. 반면 한국 게임 기업의 올해 실적 기준 PER는 46배에 달한다.

그렇다면 김 회장이 무려 5년 동안의 시간을 들여 일본 상장에 힘써 온 까닭은 뭘까. 바로 김 회장이 그간 넥슨을 매출 1조 원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켜 온 비결인 ‘M&A’를 위해서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게임 기업이 성장하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게임 제작이고 하나는 게임 유통이다. 전자는 자체 개발을 통해 게임을 내놓고 이를 서비스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가 대표적이다. 후자는 중소 규모 제작사나 스튜디오가 개발한 게임을 인터넷 등을 통해 유통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NHN의 한게임이다.
김정주 넥슨 회장 알고 보니 ‘M&A 달인’
‘제3의 길’로 성장한 넥슨

넥슨은 이보다 ‘제3의 길’ M&A를 통해 성장했다. 넥슨이 M&A를 통해 이뤄낸 매출 1조 원은 세계 최대 게임 기업 블리자드의 매출 절반에 육박한다.

1994년 김 회장이 창업한 넥슨은 2년 후인 1996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 RPG) ‘바람의 나라’를 내놓는다. 바람의 나라는 그간 텍스트가 기반이었던 MMO RPG를 그래픽 기반의 게임으로 재탄생시키며 선풍적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바람의 나라’가 인기만큼 큰 수익을 낸 것은 아니다. 2년 뒤인 1998년 김택진 대표가 세운 엔씨소프트의 ‘리지니’가 등장하며 인기 역시 한풀 꺾였다.

그 결과 당시 넥슨의 주 수입원은 게임보다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이었다. 용역은 속칭 ‘노가다’다. 수입은 안정적이지만 창의성보다 단순 반복 작업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홈페이지도 제작했다. 현대자동차·한국IBM·SK텔레콤 등 대기업 홈페이지 제작을 맡았다. 당시 그의 나이가 채 서른도 되지 않았던 때다. 업계에서 김정주 회장이 ‘개발 능력’보다 ‘사업 감각’이 그 누구보다 좋다고 평가 받게 되는 사례 중 하나다.

넥슨이 본격적 게임 회사로 궤도에 오르게 된 것은 2001년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가 서비스되면서 부터다. 또 그 후 3년 뒤인 2004년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두 게임은 ‘창의성’이 생명인 게임 회사의 콘텐츠로서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비엔비는 일본 허드슨사의 게임 ‘봄버맨’과 진행 방식과 구조가 거의 비슷해 논란이 됐고 카트라이더는 일본 닌텐도의 마리오카트와 상당 부분 유사한 구성이 지적됐던 것. 실제 비엔비는 허드슨사와 게임 출시 후 3년 뒤인 2007년까지도 송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게임은 넥슨의 효자 상품이었다. 이 게임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으로 2004년 12월 인수한 위젯의 ‘메이플스토리’가 속칭 ‘대박’이 난 것이다. 복잡한 MMORPG를 단순화한 메이플스토리는 지금까지도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공부나 운동보다 메이플스토리를 잘하는 게 먼저’랄 정도로 인기가 높은 게임이다.

메이플스토리의 성공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넥슨은 이후 왕성한 M&A를 통해 폭주 기관차처럼 빠르게 성장한다. 2005년에는 넥슨모바일의 전신인 엔텔리전트를 인수하면서 단숨에 모바일 게임 업계 3위로 뛰어올랐다. 이후 2006년에는 두빅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다.

2008년에는 네오플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약 3800억 원에 인수한 네오플은 넥슨의 가장 성공적인 M&A로 평가받는다. 당시 인수가가 높다는 지적도 있었다. “네오플에 속은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네오플은 지난해에만 매출액 2117억 원을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인수 당시 연매출이 500억 원에 불과했지만 유통사인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하며 매출이 급상승한 것이다. 이 게임의 영업 이익률은 무려 87%에 달한다.

이후 김 회장은 2009년과 2010년 불과 2년 새 시메트릭스페이스·코퍼슨스·휴먼웍스·EXC게임즈 등 중소형사는 물론 엔도어즈·게임하이 등 대형 게임사까지 7개의 기업을 잇달아 인수했다. 더욱이 엔도어즈와 게임하이는 각각 2075억 원, 1192억 원이라는 큰 규모의 자금이 동원됐는데도 업계에서는 ‘성공한 인수’로 보고 있다. 엔도어즈 인수를 통해 넥슨이 가지고 있는 MMORPG 개발에 대한 약점을 보강했으며 게임하이는 1인칭 슈팅(FPS) 게임의 시장점유율 70%인 ‘서든어택’의 개발사였기 때문이다.

넥슨은 올해에도 또 하나의 ‘빅딜’을 이끌어 냈다. 지난 10월 온라인 게임 기업 JCE의 지분 16.34%를 635억 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JCE는 ‘프리스타일’이라는 스포츠 게임을 제작한 업체다. 넥슨이 전통적으로 강한 캐주얼 게임의 라인업을 더욱 튼튼히 만들 전망이다.



일본 게임사 인수 시 큰 시너지 가능

이처럼 ‘매출 1조 원’ 넥슨의 성장사는 M&A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게임 업계에서는 김 회장에 대해 ‘유능한 게임 개발자나 경영자’라기보다 ‘동물적 감각을 가진 벤처 투자가’라고 평가한다.

넥슨의 지배 구조는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2006년 넥슨은 내부 개발 조직을 스튜디오 체제로 개편하고 넥슨홀딩스를 설립했다. 사업의 분리 및 신규 투자가 용이한 지주회사 체제는 이후 공격적 투자와 빠른 의사결정을 이끌어 냈다. 즉 넥슨이 그룹사가 아닌데도 지주회사·중간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 등의 수직적 구조를 갖고 있는 이유다. 사실 엔엑스씨는 단순한 지주회사라기보다 일종의 ‘투자회사’다. 엔엑스씨는 자회사 주식은 물론 이미 국내 최내의 인터넷 기업 NHN의 지분 2.51%를 가지고 있다. 이해진 NHN 의장과 이준호 NHN 최고운영책임자(COO) 다음으로 많은 지분이다.

또 곰TV로 유명한 그래택의 지분 역시 4.53%를 보유 중이다. 금액으로는 각각 2747억 원, 18억 원 규모다. 또한 VIP투자자문에 870억 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예금 및 적금 등 현금 80억 원을 가지고 있다(이상 2010년 말 기준). 실제로 엔엑스씨는 지난 8월과 9월 단순 투자 명목으로 네오위즈의 주식을 장내 매수·매도하며 두 달 만에 총 33억 원의 차익을 낸 바 있다.

업계에서는 넥슨이 일본 증시에 상장하면서 해외 업체, 특히 일본 게임 회사 인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M&A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온 넥슨으로선 일본 게임 회사 인수 가능성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넥슨 관계자 역시 “넥슨은 매출의 70% 가까이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며 “이미 내수 기업이 아닌 만큼 세계적인 게임 회사가 되기 위해 해외 기업을 적극적으로 M&A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삼국지’ 등으로 유명한 코에이사의 11월 10일 기준 시총은 7000억 원 규모, ‘스트리트파이터’ 등으로 유명한 캡콤의 시총 역시 2조 원 규모에 불과하다. 시총 10조 원의 넥슨이 언제든 노려볼만하다는 뜻이다. 온라인 게임에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일본 게임사들의 개발 노하우를 고려할 때 ‘온라인화’에 능한 넥슨이 이들을 인수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김정주 넥슨 회장 알고 보니 ‘M&A 달인’
취재=이홍표 기자 haw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