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업 모델을 사자
주식 투자에서 사업 모델(Business Model)에 투자하는 기준을 좀 더 알아보자. 사업 모델에 대한 투자는 크게 삼성전자와 같이 가전제품(소비재), 반도체(생산재), 휴대전화(소비재),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생산재), 평면 TV(소비재)처럼 ‘다른 사업으로 확장하는 경우’가 있다. 또 LG생활건강처럼 생활용품·화장품·음료사업(소비재) 등 ‘유사한 산업에서 확장하는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중·장기 투자에서 연평균 10~40%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이와 함께 사업 모델을 다각화하지 않고 ‘집중화’에서 활로를 찾는 기업도 있다. 이들 기업은 자기가 잘하는 사업에 최고의 역량을 투입해 시장점유율을 확장한다. 즉 소비자들이 이들 기업의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으로 확장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자동차 그룹인 현대·기아차가 대표적이다. 현대·기아차는 자동차의 핵심인 자체 엔진 개발, 디자인 개선 등으로 국내시장에서의 확고한 시장점유율을 넘어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확장했다. 단순히 환율 효과에 따른 매출액 성장이 아닌 시장 경쟁에서 일본·미국 자동차 경쟁 업체들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있는 상황을 연출하면서 주가는 급상승 국면을 보여줬다.
현대차는 품질 경쟁력 제고와 해외 공장 확장을 통해 지난 20년간 연평균 16%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기아차도 최근 디자인 개선 등 플랫폼 통일화 등 핵심 역량 강화로 지난 5년간 5.6배의 주가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수출 기업이 아닌 내수산업에 속한 음식료 기업에서도 핵심 역량을 강화해 해외시장을 확장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로 중국 시장에 브랜드 가치를 확장했고 이후 스낵류의 시장 확장도 긍정적이다. 중국에 이은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으로 해외시장의 영역을 다변화하고 있다. 내수산업이 수출 산업화의 사례가 될 것이다. 오리온은 지난 20년간 연평균 22%의 주가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내수산업에서 또 다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백화점에 가면 1층에는 샤넬 등 유명 해외 화장품 판매대가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국제적인 화장품 업체들이 국내 유명 백화점에 자리를 차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 화장품 업체들도 고가 브랜드화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으며 중국 시장에서도 고가화 전략이 충분히 반영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사업에서 핵심 역량의 세분화와 고가 브랜드화로 지속적인 성장 사업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사업 모델을 집중화해 핵심 역량을 강화한 이후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은 위험 요인을 훨씬 줄일 수 있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물론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확장 등 시장 확장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시장에서의 안정화 과정에서 비용 위험 요인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위험 점검도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통신 사업을 예로 들면 해외 진출 전략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준다. SK텔레콤의 중국·미국 진출 시도 등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유통업도 신세계가 이마트 매장을 중국에 확장하는 전략을 추진했지만 최근에 중국내 매장을 일부 철수하고 있다. 국내 내수시장과 해외시장에서의 유통 관습, 네트워크 등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 제기될 수 있으며, 이는 비용 과다 등으로 예상하지 못한 비용 요인으로 전환될 수 있다.
![[민후식의 투자노트]위기 넘는 기초 체력은 ‘집중화’서 나온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475.1.jpg)
사업 모델의 다변화·집중화·시장점유율 확대 등은 모두 성장 요인을 덧붙이는 일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이 성장하면 주가 상승률은 동시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우선적으로 경쟁력은 안정된 재무 구조와 핵심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 이익률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기업들이다. 이에 더해 사업 영역의 다양화는 이익을 추가적으로 확대할 수 있으며 시장 확대는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다.
기업 투자에서 우선적으로 사업 모델을 살펴보는 것은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보다 안정성, 즉 위험관리를 먼저 하는 분석 방법이다. 이후 성장에 대한 과실이 주가 상승으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성장 과정에서의 위험 요인 점검은 우수한 사업 모델을 가진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항상 점검해야 할 요인이다.
최근과 같은 위기의 시대에는 사업 모델이 우수한 기업이 더 큰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과거의 경험에서 유사한 사례는 많이 찾을 수 있다. 외환위기, 카드 사태, 리먼 사태, 유럽 재정 위기 등 위기는 늘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단기적인 것이 아니고 늘 장기적인 문제점이 위기 시점에 폭발하는 양상이었다. 위기 이후의 해소 과정은 고통의 시간과 경제 질서의 재편으로 이어졌다. 위기에는 흔히 말하는 망하는 기업이 속출하며 어려움이 가중돼 사업 모델이 위축되는 기업이 있다.
반면 위기의 시기에 풍부한 유동성, 산업 내 확고한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은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과실을 향유했다. 부실기업들의 정리 및 퇴출은 산업 규모의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선두 기업은 대부분 더 많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결과를 냈다.
위기에서는 생존의 문제가 화두가 되기도 하지만 거래 상대방에 대한 안정성 등 상업 거래상의 새로운 재편이 이뤄지게 된다. 미덥지 못한 기업에 대한 거래 규모는 당연히 축소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려운 기업은 더 어려워지고 앞선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은 더 많은 시장 확장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반도체 산업은 원가 이하로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모든 기업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LCD 패널은 모든 업체들이 적자를 보이고 있다. 위기는 정보기술(IT) 소비를 축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재고는 쌓이고 제품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아직 망하는 기업이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일부 기업들은 사업부 축소, 합병 가능성 등이 가시화되고 있다. 위기 이후에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기업이 어디인지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위기 이후의 상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듯하다. 위기에서 퇴출될 것인지, 사업 모델을 더 확장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기업인지, 돌다리 두드리는 심정으로 고민할 것을 권한다.
경제 주변 환경은 여전히 안갯속인데 경쟁력이 뛰어난 우량 기업들은 이익을 많이 내고 있다. “왜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이익을 많이 낼까”하는 의문점이 기업 투자에서 사업 모델의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그런 기업들은 한국에 있다. 투자할 만한 세계적인 기업이 있다. 다음에는 애플과 같은 사업 모델 변화, 그리고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의 역할 등을 알아보자.
민후식 파인투자자문 대표이사 hoosik_min@pineinv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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