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큐브


닛산 큐브는 ‘디자인이 독특해서 사는 차’라고도 할 수 있지만 가격적으로 국산차와의 거리감이 가장 작은 자동차라는 점에서도 매력이 있다. 큐브는 2190만 원의 1.8S, 그보다 300만 원 비싼 1.8SL (2490만 원)의 두 가지 사양이 있다. 수입차 중에서 가장 싸다. 1.8SL에는 내비게이션, 오토 에어컨디셔너, 16인치 알로이 휠이 추가된다.

내비게이션은 전문 회사 제품(아이나비, 파인드라이브 등)을 사서 달고 에어컨은 수동이라도 큰 불편을 못 느낀다면 2190만 원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버튼 시동이나 전동 시트 조절 장치 같은 호사는 포기해야 한다. 참고로 큐브의 경쟁 모델로 꼽히는 기아자동차 쏘울은 같은 조건(최저가형+자동변속기·VDC 추가)에 1557만 원이다.


2190만 원…수입차 중 최저가

큐브는 밖에서 보면 눈을 즐겁게 하는 차이기도 하지만 직접 타보면 예상치 않게 ‘실한’ 차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단 타보면 체감 실내 공간이 굉장히 넓다. 이유는 시내버스가 넓어 보이는 이유와 비슷하다. 시내버스로 쓰이는 현대자동차 에어로씨티의 전폭(사이드 미러를 제외한 좌우 길이)은 249cm다. 쏘나타(전폭 1835mm)와 65.5cm 차이다. 그런데 버스 뒷좌석에 성인 5명이 충분히 앉을 정도여서 체감상으로는 1m가 더 긴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느껴진다.

이는 일반 세단형 차가 뒤에서 봤을 때 위가 좁은 사다리꼴 모양으로 생겼지만 시내버스는 정사각형 형태이기 때문이다. 체감상의 실내 공간은 전폭이 아니라 윗부분의 길이가 좌우한다는 얘기다. 큐브 또한 전폭은 1695mm로 기아자동차 프라이드(1720mm)보다 작지만 상체 공간이 여유롭기 때문에 훨씬 넓게 느껴지는 것이다.

주행 성능도 발군이다. 단지 디자인만 좋은 차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큐브의 엔진 배기량은 1.8리터다. 이는 미국의 준중형 기준이 1.8리터이기 때문인데, 현대차 아반떼도 미국 수출형은 1.8리터 누우엔진을 달고 있다. 10년 전 쏘나타가 1.8리터 엔진을 달고 나온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힘만 좋은 것이 아니라 핸들링도 발군이다. 핸들링의 교본으로 불리는 닛산 알티마의 유전자를 그대로 이식한 듯하다. 닛산 고유의 CVT(무단) 변속기 때문인지 가속할 때의 느낌도 비슷하다. 운전이 굉장히 편하고 커브가 연속된 도로에서도 고속으로 통과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다리 힘이 약한 여성도 강력한 브레이크를 밟도록 도와주는 브레이크 어시스트(BA)가 달려 있어 급제동할 때도 힘이 들지 않는다.

외양처럼 실내에도 창의적이고 과감한 아이디어가 반영돼 있다. 스티어링 휠 왼쪽의 컵홀더는 컵보다 각종 필기구나 영수증·티켓·가위·칼 등을 놓아두는 연필꽂이 용도로 쓰기에도 좋다. 센터패시아의 빨간 버튼은 무언가를 동작하기 위한 버튼이 아니라 가방 걸이다. 뒷좌석은 기울기 조절이 가능한 가변형이다.

천장이 높은 것이 장점일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우선 햇빛 가리개가 너무 높은 곳에 있어 팔이 짧은 사람, 특히 여성은 운전 중 내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앞창도 거리가 멀어 ‘사제’ 내비게이션을 단다면 손이 닿지 않을 수 있다. 넓은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을 고스란히 맞아야 한다. 후드가 짧아 엔진 소음 차단이 어려운 것은 디자인을 위한 희생이라고 받아들여야 할 듯하다.
체감 공간·주행 성능 ‘기대 이상’
닛산 큐브
길이×너비×높이(mm) 3980×1695×1690
휠베이스(mm) 2530 공차 중량(kg) 1285
배기량(cc) 1798
구동 방식 전륜 구동
최고 출력(ps/rpm) 120/6000
최대 토크(kg·m /rpm) 16.8/4800
변속기 X트로닉 CVT(무단)
표준 연비(km/ℓ) 14.6
가격(부가세 포함) 2190만 원, 2490만 원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