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에서 신생 기업이 대박을 터뜨리는 까닭


아이폰4S가 국내에서도 발매됐습니다. 아리비아숫자 1이 여섯 번 들어가는 2011년 11월 11일 KT와 SK텔레콤이 거의 동시에 내놓았습니다. 아이폰4S는 스티브 잡스가 사망 하루 전날 병상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발표를 생중계로 지켜봤다고 알려지기도 했던 제품입니다. 음성인식 기반의 개인 비서 기능 시리(Siri)가 특징이죠. 이 시리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그동안 음성인식에서는 구글이 앞서가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구글은 자사가 개발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음성 검색 기능을 추가했고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구글 음성 검색을 이용하고 있죠. 말로 검색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그런데 애플이 시리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역전됐습니다. 도대체 애플이 언제 저런 기술을 개발했지? 다들 이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따지고 보면 시리는 애플이 직접 개발한 것은 아닙니다. 애플이 작년 10월 시리라는 벤처기업을 인수해 아이폰4S에 적용했던 것이죠. 인터넷에서는 시리 개발자와 관련한 뒷얘기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그 키틀라우스. 노르웨이 출신, 44세. 스티브 잡스의 전화 한 방이 인생을 바꿨다고 합니다. 2007년에 시리를 설립해 2년 만에 2억 달러를 받고 애플에 팔았다고 합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기술만 있으면 M&A로 돈방석
키틀라우스는 흔히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 출신으로 미국에서 모토로라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시리를 창업해 돈방석에 앉았습니다. 지금은 퇴사해 테크놀로지 관련 소설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키틀라우스뿐이 아니죠. 애플은 2년 전 스트리밍(실시간 전송) 음악 서비스 업체인 랄라(Lala)를 인수했고 이걸 아이튠즈에 결합해 최근에 내놓았죠. 아이튠즈 매직이 그것입니다. 작년 가을에는 스웨덴의 얼굴 인식 서비스 업체인 폴라로즈를 인수해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폴라로즈 기술을 아이폰에 적용하면 명함을 주고받을 필요 없이 폰을 대고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됩니다.

시리뿐이 아닙니다. 구글이 개발한 안드로이드 역시 신생 기업이었습니다. 구글은 2004년 안드로이드를 인수해 모바일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이듬해인 2008년 안드로이드를 내놓아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신생 기업의 인수·합병(M&A)은 흔한 일입니다. 구글은 올해 인수한 기업이 50개가 넘습니다. 1주일에 하나꼴로 인수했습니다. 애플도 비슷할 겁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당장 필요하고 꼭 필요한 기술이면 돈을 주고 통째로 사곤 합니다. 매각한 사람은 떼돈을 벌고 이걸 보고 인재와 돈이 몰려드는 선순환이 계속됩니다.

국내에서도 큰 기업이 기술을 확보할 요량으로 신생 기업을 인수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NHN은 첫눈이라는 검색 회사를 인수해 합병했고 미투데이를 인수해 트위터에 맞서고 있습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싸이월드)는 엠파스를 인수해 합병했습니다. 세 경우 모두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로서는 벤처 생태계의 활성화가 시급합니다. 신생 기업은 혁신적 기술을 개발해 세상을 놀라게 하고 대기업은 이런 기술을 정당한 가격을 주고 인수해야 합니다. 이걸 보고 인재와 돈이 몰려들면 선순환 고리가 시작되겠죠. 성공 신화가 이어지다 보면 실리콘밸리와 같은 벤처 생태계가 조성될 겁니다. 아이폰4S 시리를 사용할 때마다 벤처 선순환 생태계를 생각했으면 합니다.



http://blog.hankyung.com/kim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