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마지못해 떠밀려 일한다는 공무원의 선입견을 과감히 깨고 어떤 일이든 한 번 손을 대면 끝장을 보는 성격 덕분에 생긴 별명이다. 관료에서 공기업 사장으로 변신했지만 이런 그의 업무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다.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지 150일 정도가 지났습니다. 공직 생활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다르다면 다르고 같다면 같아요. 공직에서도 국정 운영을 총괄·기획하거나 종합·조정하는 일이 많았죠. 업무 성격만 다를 뿐 방향을 끌어가야 한다는 것은 CEO로서의 역할과 유사합니다. 한편 다른 것은 총괄 기획·조정은 아주 포괄적이고 거시적인 일이어서 아무리 중요한 정책이라도 부처 간 협의가 필수입니다. 거시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이죠. 하지만 기업은 아주 구체적이고 세부적이에요. 제가 직접 드라이버를 돌리진 않지만 직원들의 서비스가 곧바로 국민들에게 돌아가죠. 일적인 재미는 그때그때 효과가 나오다 보니 지금이 더 나은 듯해요.
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지낸다고 들었습니다.
함께 노래방도 가고 편하게 지냅니다. 꾸중할 때도 큰소리를 내기보다 오히려 웃으면서 농담하는 스타일이죠. 의사만 전달하면 되는 것이지, 험한 얘기해서 혼낼 필요가 없어요. 더 잘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니, 오히려 가르쳐주고 끌어주어야 합니다. 공직에 있는 후배들은 지금도 사석에선 ‘형님’이라고 부르죠. 간부들과 직원, 사장의 거리가 몇 천 리는 되는 듯해요. 굉장히 어려워하죠. 거리가 멀다는 건 마음과 의식, 생각이 먼 겁니다. 직원들이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어야 해요. 무조건 “예” 하는 조직은 안 됩니다.
총리실에서 펼쳤던 ‘주식시장형 인사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화제입니다.
회사의 내일이 열려야 직원들 자신의 내일도 열립니다. 회사 일을 내 일처럼 해야 한다는 주인 의식이죠. 그렇지 않으면 직원이나 회사나 미래가 없어요. 주위를 보면 빨리 크는 사람들이 있어요. 일에 미쳐 자기 일처럼 하는 사람이죠. 이런 사람들은 능력과 책임감이 뛰어나 주변에서 서로 끌어가려고 합니다. 가장 정확한 시장의 평가죠. 인사 때 상사들에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직접 고르게 하는 겁니다. 능력 있는 사람은 서로 데려가려고 하겠죠. 가장 정확한 시장의 평가, 즉 ‘블루칩’인 겁니다. 블루칩이 제대로 보상받고 승진도 빨리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보상 시스템입니다. 사장인 저는 고급 간부·이사·처장 등을 보며 평가하게 되겠죠.
취임 후 ‘에너지 복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사도 2007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저소득층 등 경제적 취약 계층의 전기설비 고장에 대한 법적인 지원 근거를 마련, ‘전기 119’라고 할 수 있는 ‘스피드콜’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취약 계층의 주거용 전기 사용 중 정전·누전 등의 고장이 발생하면 긴급 출동해 조치하는 제도입니다. 119에서 도와줄 수 없는 것이 바로 정전과 같은 전기 관련 고장입니다. 공사가 이런 틈새를 파고든 것이죠. 1588-7500번을 누르면 됩니다.
전기안전공사도 한류 전파에 앞장서겠다고 밝히셨는데요.
한국형 전기 안전 관리 모델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상품으로 개발해 수출하자는 뜻입니다. 과거 우리도 안전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선진 제도나 기술을 수입해 우리 현실에 맞게 활용해 왔습니다. 이제 전기 안전 관리에 있어서만큼은 한국형 모델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개도국이나 중진국·후진국에 우리 기술을 전파하고 이들의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공사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즉 안전에 관한 한류를 전파하는 것이죠.
‘무정전 검사’도 화제입니다.

대형 병원, 제철소, 반도체 공장 등에선 잠시만 정전돼도 손해가 막심합니다. 지금까지 국가의 주요 산업 시설 100여 곳을 대상으로 무정전 검사를 실시했는데, 연간 정전비용 5340억 원을 절감한 효과를 거뒀습니다. 기업의 호응이 대단히 좋습니다.
피해 복구도 중요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예방일 텐데요.
전기 안전 상태의 확보 자체가 바로 예방입니다. 공사가 하는 일의 모든 목표가 예방과 연결되죠. 지난 대구세계육상대회를 예로 들면 대회 시작 전부터 우리 직원들이 현장에서 만반의 점검 활동을 펼쳤습니다. 대회 진행 중에도 현장에 상시 대기했죠. 이렇게 항상 ‘계속 점검 중’인 상태를 유지하라고 말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전국 60개 사업소에서 24시간 상시 출동 체제를 갖추고 안전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사에서 모든 재해를 관리 감독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일선 전기 관리 기관에서는 호우·태풍 발생 전에 안전 점검을 수시로 해야 하고 일반 가정에서도 집중호우나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외출을 삼가거나 침수 구역을 우회하는 게 중요합니다.
앞으로 공사의 비전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첫째, 전기 안전 선도 기업입니다. 기술의 진보를 공사만의 것으로 만들어 새로운 전기 안전 관리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겠습니다. 우리의 전기 안전 기준이 곧 글로벌 기준이 되도록 중추적인 역할을 할 계획입니다. 두 번째는 역시 고객입니다. 공사의 존립 목적 자체가 전기 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죠. 고객인 국민들이 공사의 서비스와 역할에 감동할 때 존립의 의의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마지막 중점 사항은 신명나는 일터 만들기입니다. 공사 직원 모두가 즐겁고 신나게 일하지 않으면 전기 안전의 선도도, 고객 감동도 공허한 바람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일터가 즐거운 곳이 될 수 있도록 사장으로서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시 낭송하는 CEO로도 유명하신데요.

약력:1952년생. 79년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84년 한양대 행정학 석사. 2003년 전주대 법학박사. 행정고시 25회. 91~99년 국무조정실 기획총괄·교육·의정담당 과장. 2005~2007년 국무조정실 기획관리조정관, 심사평가조정관, 규제개혁기획단장. 2008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2011년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현).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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