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지는 해다.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 각 영역에서 관련 공약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내년 당선자에 따라 관련 정책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주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변 강대국인 미국과 러시아의 대선이 예정돼 있고, 중국은 정권 교체의 해이기 때문에 남북 관계 및 안보·외교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일 것으로 보인다.
내년 정치권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당들의 움직임과 이미 조금씩 시작된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얼마나 가속화될 것이냐는 것이다. 내년 정당들은 쪼개지고 합쳐질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민주당 등 전통적인 지역 기반 지지층을 갖고 있는 정당이 위태로운 처지다.
한나라당에서는 당장 안철수 원장이 정치권에 등장하면 비영남권의 서울과 수도권 지역 의원들이 당을 박차고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무소속이나 제3정당이 출현하면 민주당은 야권을 흡수하는 맏형이 아니라 통합의 대상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 있다. 이 같은 정당의 위기는 대통령의 레임덕을 부추길 수 있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통령을 밀어붙일 수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내년 총선·대선과 관련해 “시민사회 대 기성 정치권의 대결 구도가 탈이념 프레임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구도에서 ‘안풍’의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안 원장과 시민사회가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에선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2006년 발표)가 내다본 2012년 전망치보다 실제 총인구는 줄어들고 노인 인구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인구는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2005년 1.076명이었던 출산율이 2010년에는 1.226명으로 다소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으로, 극저출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관련해 2012년 65세 이상 인구는 약 57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1.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더욱 본격화되므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적극적 활용 방안, 노인 빈곤 해결, 의료비 급증 대책 등이 현안 정책 과제다.
교육 영역에선 2012년도 교육·과학기술 분야의 정부 예산안은 총 52조9426억 원으로 2011년보다 약 9.3%인 4조5090억 원 정도 확대 편성됐다. 정부는 창의 인성 교육의 강화,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일자리 창출, 미래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에 중점을 두고 예산안을 마련했기 때문에 2012년에는 이들 분야의 변화가 예측된다.
김흥주 한국교육개발원 기획처장은 “총선과 대선을 치르는 2012년은 특성상 다양한 교육 복지 정책들이 발표될 것이고, 이는 교육정책에 대한 포퓰리즘 논쟁으로 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현 정부의 기본 교육정책 방향인 자율과 경쟁은 상대적으로 퇴색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2012년 주택 시장은 2011년과 큰 틀에서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약보합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대선과 총선이 있어 주택 시장이 들썩일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사 관계에선 2012년 한국 노사 관계에 영향을 미칠 정치 경제적 환경 요인으로는 2012년에 있을 총선 및 대선과 정권의 향방, 어두운 국내외 경기 전망을 들 수 있다. 노사 관계의 내부적 이슈로는 2011년 7월 시행된 복수노조 전면 허용, 그리고 비정규직 및 사내 하도급 노사 관계로 요약할 수 있다. 노병직 복수노조연구소장은 “만일 내년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정부의 등장과 함께 겪었던 일시적인 노사 관계의 불안정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공공 기관 선진화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의 공공 기관 구조조정 계획은 24개 공공 기관의 민영화, 131개 출자 회사의 매각 정리로 요약된다. 진화 대상 131개 출자 회사 중에서 2010년 말까지 지분 매각, 청산·폐지, 통폐합을 완료한 기관은 58개였는데, 나머지 73개 기관들은 2012년 말까지 예정대로 매각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는 “2012년은 공공 기관 관리와 구조조정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모색돼 공공 기관의 정책 기능(공공성)과 산업 기능(영리성)을 구분, 공공 기관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북 관계 및 국방·외교와 관련해 내년 동북아의 안보 지형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은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미국·일본·중국·러시아)의 정권 교체가 있고 북한이 선포한 ‘강성대국’의 원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체제 안정과 최악의 경제난을 수습하기 위해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에 따라 2012년 남북 군사 고위급 회담과 실무회담의 개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상된다. 한편 북한을 경유하는 시베리아·한국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여성 분야의 주요 화두는 여성 대표성 제고, 성 인지(양성평등 관점)에 의한 예산 수립과 결산 제도 시행 확대, 일·가정 양립을 통한 저출산 문제 해소 기대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금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은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무엇보다 여성 대표성 제고 문제가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국회에서 여성 의원의 비율은 전체 299명 중 15.1%(45명)에 지나지 않아 이번 선거를 통한 여성 대표성 제고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복지 분야에서는 정치권에서 불어온 복지 논쟁이 바야흐로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다. 이승기 서울시복지재단 대표이사는 “현재의 복지는 정치권의 복지, 전문가의 복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기업·학교·종교기관·시민단체·시민이 함께하는 자발적 협력 체계를 만들 때”라고 지적했다.
환경 및 기후변화와 관련해 국내외적으로 21세기 전반기 환경 정책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만료되는 교토 체제를 이을 포스트 교토 체제의 기후변화협상회의, 생물자원에 대한 제주도 세계자연보전총회, 지속 가능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리우+20 회의가 주요 논의의 장이 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에 따라 온실가스 의무 감축량이 확정된 업체, 사업장의 감축 이행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총에너지 수요는 올해보다 3.3% 증가한 2억7930만TOE(석유 환산 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수요의 지속적인 강세와 2012년 3월 신규 가동되는 신월성 1호기 등으로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주요 발전 에너지원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요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K팝을 선두로 한 한류가 다른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쳐 애플리케이션·게임·출판·미술·영화 등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MBA 교수는 “내수는 빈약, 해외는 화려했던 2010, 2011년에 비해 2012년에는 내수와 수출이 모두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기부 문화와 관련해 박성중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양적 성장을 이뤘다면 이제는 나눔의 질적 성장으로 시선을 돌릴 때”라며 “기업 기부의 치중에서 벗어나 개인 기부 활성화가 2012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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