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은행들의 수난 시대다. 최근 대형 은행들은 직불카드에 수수료를 부과하려다 정치권과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았다. 금융 당국의 규제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도 마음대로 못하는 처지다. 모기지 증권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며 소송이 줄을 잇고 반(反)월가 시위는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를 촉발, 전 세계 경제를 위기로 내몰았다는 ‘원죄’가 지금도 대형 은행들을 옥죄는 모습이다.
Robert James Carlson, left, of Jersey City, N.J., shows a peace sign as he joined Occupy Wall Street protesters at Zuccotti Park in New York, Tuesday, Oct. 11, 2011. The movement is entering it's fourth week. (AP Photo/Kathy Willens)
Robert James Carlson, left, of Jersey City, N.J., shows a peace sign as he joined Occupy Wall Street protesters at Zuccotti Park in New York, Tuesday, Oct. 11, 2011. The movement is entering it's fourth week. (AP Photo/Kathy Willens)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1월부터 직불카드 이용자들에게 적용하려던 수수료 부과 계획을 지난 11월 1일 공식 철회했다. BoA는 직불카드 사용자들에게 월 5달러의 수수료를 받겠다고 발표했다가 워싱턴 정가와 소비자들의 뭇매에 시달렸다. 브래드 밀러 민주당 하원의원은 소비자들이 계좌를 쉽게 폐쇄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은행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려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전미 각지에서는 소비자들의 항의 전화가 쇄도하며 계좌 폐쇄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산 기준으로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도 최근 8개월간의 검토 끝에 직불카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US뱅코프·씨티그룹·PNC파이낸셜서비스그룹·키코프 등도 수수료 부과 방침을 철회했다. 이들은 “시민들의 반발로 수수료 부과를 철회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월가 시위대가 탐욕의 사례로 직불카드 수수료를 쟁점화했다는 점에서 결국 반월가 정서에 손을 들었다는 분석이다.



반월가 정서에 무릎 꿇은 은행들

대형 은행들은 영업 정책뿐만 아니라 자사주 매입과 배당도 뜻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중앙은행(Fed)에 비공식적으로 자사주 추가 매입 승인을 타진했다가 거절당했다. JP모건은 올 한 해 80억 달러의 자사주를 살 수 있도록 허가 받았다. 그러나 3분기에 이미 한도가 소진돼 추가로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메트라이프도 4년 만에 처음으로 배당금을 늘리려고 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BoA도 반기 배당 증액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미국 정부는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들이 승인 없이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당시의 악몽이 여전히 생생한 Fed가 유럽 재정 위기로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미국 경기 전망도 안심할 수 없다고 판단, 은행들의 자금 집행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주주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은행들은 반발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애널리스트들을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규제 당국이 은행에 어느 정도의 재량권을 허용할지 전혀 알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줄을 잇는 소송도 골칫거리다. 최근 미국 연방주택금융국(FHFA)은 2008년 금융 위기를 부른 모기지 증권과 관련해 BoA·JP모건·골드만삭스 등 17개 대형 은행들을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투자자들에게 2000억 달러에 가까운 모기지 증권을 팔면서 위험성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다. FHFA는 은행들이 여러 개의 모기지를 엮어 모기지 증권을 만들어 팔면서 제대로 실사를 하지 않아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위험성을 제때 알리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혔다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전설리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