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채권 투자의 ABC
금융시장이 불안하면서 채권 투자의 매력이 더 부각되고 있는 요즘이다. 증권시장에서 ‘채권 거래의 강자’ 중 하나로 평가 받는 KTB투자증권의 기관·리테일 영업 전문가 및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와 함께 채권시장의 현황과 투자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좌담회에는 기관 영업을 맡고 있는 채권금융팀의 김경일 상무, 리테일(주로 개인 대상의 소매 영업) 채권 영업에 특화된 명동지점의 김병욱 명동지점장, 고객의 자산 관리를 맡고 있는 WM팀의 현재욱 팀장, 리서치센터의 채권 담당인 정성욱 애널리스트가 참석했다.

김경일 상무: 유럽 재정 위기로부터 시작된 금융시장 혼란으로 금리 역시 큰 폭의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환율 안정, 주식시장 반등, 금리 변동성이 작아지면서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관투자가들은 올해 안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금리가 상승할 때마다 매수 대응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풍부한 유동성으로 채권 매수 여력은 충분하지만 역사적으로 낮은 절대 금리 수준에 대한 부담감으로 다소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욱 팀장: 리테일 부문은 저축은행 사태로 채권 ‘큰 손들’의 매수 여력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사태가 진정되면서 꾸준히 매수세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대한해운과 삼부토건 등의 기업 회생 절차 신청 사건으로 투자를 주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낮은 신용 등급의 회사채 대신 높은 등급의 채권으로 옮겨가면서 여전히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추세입니다.
김병욱 지점장: 리테일 채권은 크레딧물(국고채를 제외한 모든 채권: 주로 회사채)이 거래됩니다. 거래량이 최근 감소하는 가운데 우량 등급과 비우량 등급 간의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현 팀장이 말씀하신 것처럼 건설사 부도와 저축은행 영업정지 및 서민 금융회사에 대한 일시적 자금 인출 사태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정성욱 애널리스트: 올 9월 국내 채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량은 약 4조 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과거 2001년 말 기준 일평균 거래량인 260억 원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거래량은 약 150배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거래되는 채권의 종류로 보면 과거에는 국채와 일반 채권의 거래 비중이 비슷하거나 일반 채권의 거래 비중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대우 사태, SK글로벌 분식회계 및 카드채 사태 등을 거치면서 회사채 시장이 빠르게 위축됐던 반면 국채는 발행시장 개선 및 시가 평가 도입 등 각종 인프라의 개선으로 2002년 하반기부터 국채 거래가 전체 시장 거래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등 국내 채권시장 또한 대부분 선진국 채권시장처럼 국채 중심의 발행 및 유통시장 구조로 발전해 왔습니다.
2011년 초부터 이후 현재(10월 21일 기준)까지 각 기관별 국내 채권 매수 동향을 살펴보면(장외 채권) 자산운용사에서 총 78조3000억 원 규모의 순매수로 가장 큰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은행 65조4000억 원, 보험과 외국인이 각각 38조6000억 원, 38조3000억 원어치씩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김경일 상무: 기관 채권 영업의 주요 거래 채권은 국채·통안채를 비롯해 공사채·은행채·카드채·회사채 등 모든 종류의 채권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중소형사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전 부문에 걸쳐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KTB투자증권의 채권 시장점유율은 전체의 1~3위 수준으로 업계 최상위권입니다. 주요 거래 기관은 우정사업본부·국민연금을 비롯한 장기 투자 기관, 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 지방은행을 포함한 은행권, 보험·자산운용사 등과 채권을 발행하는 공사, 여전사(여신 전문 기관, 카드사 등) 등이 주 고객입니다 한마디로 채권을 취급하는 전 기관이 우리 고객이라고 보면 됩니다.
개인 투자자가 채권 투자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의사항·요령·최소금액 등이 궁금합니다.
김병욱 지점장: 먼저 증권사 영업점을 방문, 채권 매매를 위한 계좌를 개설해야 합니다. 충분하게 상담한 후 개별 채권의 특성을 비교해 종목을 선정하고 채권을 매수하면 됩니다. 시작은 주식 투자와 비슷합니다.
주의해야 할 사항은 먼저 투자 금액과 투자 기간을 정해야 하며 종목 선정 시 투자 기간 중에 발행사의 디폴트 리스크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채권 투자의 최소 금액은 액면 기준 10만 원 이상이면 장내·장외 거래가 모두 가능합니다. 개인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으로는 표면금리가 낮고 잔존 만기가 긴 채권인 국민주택1종과 2종에 관심을 가지면 좋습니다.
현재욱 팀장: 채권에 투자할 때 주의 깊게 봐야 할 지표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로 신용 등급이 있습니다. 개인이 채권에 투자할 때 ‘BBB+’ 등급 아래는 되도록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신용 등급이라면 규모가 더 큰 회사채를 매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회사채의 신용 등급 외에 회사 부채와 자기자본을 꼭 살펴봐야 합니다. 부채가 낮거나 자기자본이 높을수록 채권의 안정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기업 대차대조표를 분석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한다면 채권 투자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 조건은 일반적으로 채권 만기가 길수록 기대 수익이 더욱 높아집니다. 하지만 잔존 만기가 긴 채권에만 투자하면 이후 급전이 필요할 때 제값을 받지 못하고 매도하거나 때로는 현금화가 어려울 수도 있으므로 가능한 한 자금 수요 발생 시점과 맞춰 만기를 관리하는 투자 전략을 짜야 합니다.

현재욱 팀장: 우선 소액 투자자에게는 월 단위로 이자가 지급되는 증권사 후순위채를 권하고 싶습니다. 선순위 채권에 비해 금리가 월등히 높을 뿐만 아니라 후순위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안정성에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거액 자산가에게는 안정성이 큰 국채나 공사채를 권하고 싶습니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자산은 리스크가 없는 무위험 자산에 투자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종합과세를 면하기 위해서 물가 연동 국채가 좋은 상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표면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고 만기가 10년 이상인 채권에 투자하면 분리과세가 가능해 절세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 만기가 됐을 때 더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는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을 분석할 때 중요하게 체크해야 될 지표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김병욱 지점장: 월말 발표되는 산업 생산과 소비자물가는 반드시 추이를 체크해 봐야 합니다. 또한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들에 관심을 가져야 향후 금리의 방향을 예측하기가 쉬워지며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도 꼭 살펴봐야 합니다.
현재욱 팀장: 지점장님이 말씀하신 물가는 한국은행에서 매일 발표하고 있습니다. 물가는 상승하면 실질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시중 유동성이 감소하게 됩니다. 또한 저축률도 감소하기 때문에 시중금리는 상승하게 되며 이는 곧 채권 가격의 하락을 부추기게 됩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자금을 계속해 필요로 하게 되므로 금리가 올라도 회사채의 발행은 이어지기 때문에 만기 보유 목적의 투자자에게는 안정적인 회사의 채권을 높은 금리로 투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채권시장을 분석할 때 경기 흐름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변수라고 생각됩니다. 경기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늘어나며 자금 수요가 증가해 은행 차입 또는 채권 발행이 증가하므로 금리가 상승(채권 가격 하락)하게 됩니다. 반대로 경기가 하락하는 시기에는 기업의 자금 수요가 감소해 금리가 하락하게 됩니다.
정성욱 애널리스트: 저도 기본적으로 채권시장을 분석할 때 성장과 물가 변수가 채권 수익률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성장은 국내 GDP 성장률을, 물가 변수는 국내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을 말합니다. 국내 채권 금리는 대부분의 기간 동안 GDP 성장률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의 합이 채권 금리를 웃돌고 있습니다. 이는 국채가 위험이 없는(risk free) 수익률이기 때문입니다. 즉 국채 수익률은 여타 금융 및 실물 자산 투자 수익의 척도가 되며 GDP와 CPI가 다양한 민간 주체들의 경제활동 결과를 반영하고 있으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으로 특징지을 수 있습니다. 결국 채권 수익률을 초과하는 ‘GDP 성장률 + CPI 상승률’ 영역은 다양한 리스크 감내(risk taking)에 대한 보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재욱 팀장: 환율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 물가가 낮아지고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가 떨어지는 만큼 실질 이자율이 오르면서 채권 가격이 상승(금리 하락)합니다. 또 외인들로서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매매 차익에 함께 환차익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채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채권 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물론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채권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하게 되므로 채권 투자자들은 원·달러 환율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정성욱 애널리스트: 자산 배분 관점에서 국내 부동산 시장 가격과 주가지수 역시 채권시장 분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주식은 채권과 반대의 관계라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부동산 가격이 바닥권에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부동산 시장으로부터 이탈한 자금이 주식과 채권 자금으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 현상에 따라 주식과 채권 모두의 상관관계를 많이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즉 주가지수가 상승하면 금리도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하는 전통적 상관관계가 풍부해진 시장 유동성으로 인해 약화된 것입니다. 따라서 부동산 경기 회복과 자금 리턴 여부 또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김경일 상무: 향후 채권시장은 금융 선진화의 정부 노력과 함께 발행·유통시장의 활성화, 투자 자금 확대를 통해 한 단계 진일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본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시장의 기초 세력을 이루고 있으며 자본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자금의 수요와 공급을 안정적으로 이루는 기본적 자산으로서 채권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병욱 지점장: 저 역시 채권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내년 상반기 우리나라도 정책 금리 인하가 예상돼 시장금리는 지금보다 더 내려갈 공산이 커 채권 비중을 늘려가는 전략이 필요하며 우량 채권과 비우량 채권 간의 스프레드도 커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외국인 채권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성욱 애널리스트: 채권 금리 결정의 중요한 두 가지 변수인 성장과 물가 모두 안정적인 금리 흐름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즉 장기적인 성장성에 대한 기대는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이며 채권 가치에 위협이 되는 물가는 이전과 같은 위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에 수급에서도 채권 발행(공급)은 제한적인 반면 수요는 우상향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결국 채권 자산은 올 하반기를 포함해 2012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보험적 자산으로서의 지위가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리=이홍표 기자 haw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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