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누

와인과 음식이 있고 음악과 그림이 있어서 눈과 귀가 즐거운 와인 레스토랑이 있다. 실력파 소믈리에 출신의 신성용 대표가 추천하는 170여 종류의 와인을 갖추고 있고 표현하기 어려운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의 흐름이나 기억의 흐름처럼 모호한 것을 ‘와인’이라는 모티브로 삼아 캔버스에 표현하는 극사실주의 유용상 작가의 100호, 두 점의 50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베누가 그렇다.

오스트리아산 레오 힐링어 로제 세코 스파클링과 연어 샐러드로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mariage)가 시작된다. 연어 샐러드는 오렌지와 레몬, 허브에 4일 동안 마리네이드(marinade)해 탱탱한 식감을 살린 연어에 케이퍼와 요거트로 맛을 낸 크림치즈 소스를 곁들이고 새콤하게 절인 적양파의 아삭거리는 식감을 더했다. 발사믹 드레싱을 곁들인 모둠 버섯구이는 새송이버섯·표고버섯·황금팽이버섯·팽이버섯·백만송이버섯이 뿜어내는 저마다의 향이 프랑스산 론 밸리의 지공다스 와인과 잘 어울린다.
[맛집]와인 레스토랑의 맛·분위기에 취하다
껍질콩을 넣은 바질 페스토 소스의 페투치네 파스타는 섬유질이 풍부한 껍질콩, 구운 잣과 호두의 고소한 맛을 더했다. 페투치네의 도톰한 면이 부드럽고 진한 바질페스토와 어우러지기 때문에 적당한 산미와 타닌을 가진 이탈리아산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초를 매칭해도 좋다.

미디엄 레어 상태로 구워 육즙이 풍부한 한우 채끝등심 스테이크는 구운버섯·마늘·감자·아스파라거스를 훈연 소금과 곁들여 낸다. 여기에 프랑스산 생테밀리옹 라 카리용 드 안젤뤼스를 매칭하면 누구라도 매료당하고 만다. 잘 숙성된 부드러운 느낌과 거칠지 않은 타닌이 스테이크와 절묘하게 어울리기 때문이다. 샤토 오존의 세컨드 와인이란 이름만으로도 사랑 받는 와인으로 풀 보디와 좋은 밸런스로 스테이크와 딱 어울리는 와인이다.
[맛집]와인 레스토랑의 맛·분위기에 취하다
케이퍼 크림소스로 맛을 낸 메로구이에는 오스트리아에서만 생산되는 그루너 벨트리너 화이트 와인을 매칭해도 좋다. 상큼한 산미와 사랑스러운 꽃향기가 나풀거리고 가볍지 않기 때문에 기름진 메로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와인이다. 신 대표가 직접 추천하는 와인뿐만 아니라 파스타 전문 레스토랑의 파스타보다 더욱 특별한 맛이 있는 곳, 베누가 그렇다.

[맛집]와인 레스토랑의 맛·분위기에 취하다
영업시간:17:30~02:00 메뉴:연어 샐러드 1만6000원, 모둠 버섯구이 1만8000원, 바질 페스토 소스의 페투치네 파스타 1만8000원, 한우 채끝등심 스테이크 4만 원, 케이퍼 크림소스로 맛을 낸 메로구이 3만 원, 와인 4만~180만 원 위치: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341 문의:(02)395-9665

백지원 푸드 칼럼니스트 bjwon9113@hanmail.net┃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