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과학기술

2012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은 후발 업체와의 기술 격차 및 생산량 차이 때문에 더욱더 커질 전망이다. 물론 2012년 상반기는 미세 공정 전환에 따른 공급량 증가와 PC 시장의 비수기로 약간 침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하반기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수요 증가와 초슬림 노트북 컴퓨터인 울트라북(Ultrabook) 수요 호조 등으로 전형적인 ‘상저하고’의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울트라북은 2012년 메모리 산업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울트라북은 기존의 노트북 PC과 태블릿 PC의 장점만 가진 기기로 PC 산업의 성장을 재차 주도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며 어려움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유는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의 성숙 단계 진입에 따른 성장성 둔화 ▷미국 및 유럽 경기 부진에 따른 LCD TV 및 수요 약세 ▷중국 패널 업체들의 생산량 증가 때문이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어려움은 공간의 제한성과 정형적인 틀을 고집하는 하드웨어의 외형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기기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TV’가 출시되면 탈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AMOLED TV는 높은 해상도와 상상을 초월한 두께, 대단히 가벼운 무게, 낮은 소비 전력을 가지고 있어 기존 LCD TV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화학 ‘맑음’…조선·철강 ‘흐림’
미디어 산업, ‘빅뱅’ 예상

통신 부문에서는 본격적인 롱텀에볼루션(LTE) 시대가 개막된다. 차세대 이동통신인 LTE는 기존의 3G(WCDMA)에 비해 5배 정도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를 가진 통신망이다. LTE와 함께 2011년 폭발적으로 늘어난 스마트폰 역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글로벌 휴대전화 판매량은 16억6000만 대로 전년 대비 8.8% 늘어나고 이 중 스마트폰 판매량은 6억4000만 대로 34% 증가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체 휴대전화 3대 중 1대가 스마트폰이라는 얘기다. 박원재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 최고 수준의 부품 기술을 가지고 있는 그룹사 간의 시너지, 강화된 소프트웨어 경쟁력, 오랜 기간 쌓아온 특허 기술 등으로 한국 휴대전화 기업의 지속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인터넷 및 게임 산업 역시 스마트폰 등에 따른 ‘모바일’화가 화두다. 김동준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1년이 스마트폰의 확산에 따른 모바일 네트워크 확충 및 서비스 개발 시기였다면 2012년은 모바일 시장에서의 매출액 기여가 가시화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디어 산업은 무엇보다 종합편성채널(종편) 출범이 화두다. 기존 미디어 시장을 이루고 있는 광고대행사, 지상파 방송사, 케이블TV 사업자(SO) 및 채널 사용 사업자(PP), 위성방송, IPTV 등 수많은 플레이어들은 2012년 종편 4사의 본격적 방송 시장으로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우승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에 따라 2011년 9조 원 수준의 국내 광고 시장이 9조5000억 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2012년 유통 업종은 2011년과 비슷한 ‘차별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즉 소비 양극화에 따른 업종 내 차별화가 이어질 것이고 업종 내에서도 개별 기업 간의 차별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한 해를 꿰뚫을 증권업의 이슈는 ‘헤지 펀드’다. 헤지 펀드가 국내 금융 상품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할 것인지는 증권업을 포함한 자본시장 전반의 최대 관심사가 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프라임 브로커(Prime Broker)가 어떤 수익 모델을 구출할지 여부가 증권 산업의 수익 패턴을 변화시킬 중요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프라임 브로커는 헤지 펀드 운용사에 자금을 조달하고 대출 및 증권 차입을 제공하는 회사다.

반도체 산업과 함께 한국 경제를 이끄는 또 하나의 축인 자동차 산업은 2012년이 매우 중요한 해다. 2011년 한국 자동차 산업의 폭발적 성장은 대지진에 따른 일본 기업의 부진도 한 요인이었다. 박상원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2년은 강하지만 병력이 적은 한국 자동차 기업을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병력이 많은 일본 업체들이 공격하는 형상”이라며 “한국 자동차 기업은 강한 소수의 ‘특공대’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때”라고 비유했다.

조선업은 유럽 재정 위기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해양 생산 설비 발주가 폭증하고 있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며 고부가가치인 해양 생산 설비는 ‘한국 조선의 빅3’를 넘어 ‘세계 조선의 빅3’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이 확실한 제품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부문이다.

제약 및 바이오산업은 대기업의 진출이 가장 주목되는 이슈다. 이들 대기업은 매출 기반 및 수익 기반이 취약해 투자가 미미했던 제약 및 바이오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기존 제약사의 경우 보건 당국의 정책에 따라 연구·개발(R&D) 중심의 상위 제약 회사들이 산업구조 재편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산업은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및 동남아시아의 성장에 따라 전년 대비 5.4% 정도의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중국은 세계 석유·화학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유는 2012년 들어설 시진핑 정권이 내수 확대 및 이를 통한 경제 성장 드라이브를 강하게 펼칠 것이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中 새 정권 영향 커
반도체·화학 ‘맑음’…조선·철강 ‘흐림’
2012년 국내 의류 산업은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유는 글로벌 패션 기업들의 공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업체들은 ‘머니게임’이 가능한 대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유주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실적 개선 기업 관련 업체, 중국 임금 인상과 관련해 방글라데시 등 포스트차이나 생산처를 확보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 중국 내수 소비 관련 의류 업체가 산업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강 및 금속 산업은 2012년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는 선진국의 저성장, 아시아 시장의 공급과잉 및 판매 경쟁 때문이다. 다만 자동차 관련 제품인 냉연강판, 특수강봉강, 플랜트와 에너지 수송용 강관 등 고부가가치 제품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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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시장은 2012년에도 ‘중동의 플랜트 시장’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업체 간의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동의 플랜트 시장은 국내 건설 업계의 해외 수주 금액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이창근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건설 시장은 2011년 말에서 2012년 초를 저점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빠른 반등보다 투자 심리 약화, 규제 지속 등으로 완만한 L자형의 경기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애널리스트는 “토목 시장도 4대강 마무리 후의 공공 건설 발주가 줄어듦에 따라 위축될 것으로 보여 국내 건설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때가 왔다”고 전망했다.

한편 태양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2011년 선진국 재정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분위기는 2012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유는 ▷과도한 기대감이 공급 업체의 생산능력을 지나치게 빠르게 늘렸으며 ▷태양전지 모듈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정부의 지원한 필요한 수준이고 ▷태양전지 보급을 지원할 다양한 사업 모델이 추가로 개발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