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서고 팔려가고…남은 곳은 삼성뿐
2007년 6월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지 ‘세계 휴대전화 빅5’는 노키아·삼성·LG·모토로라·소니에릭슨이었습니다. 지금은 달라졌죠. 빅5에서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이 밀려나고 중국 ZTE와 애플이 새로 들어왔습니다. 밀려난 두 메이커를 포함해 종전 빅5가 아이폰 등장 후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면 놀랍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갔어도 이들의 시련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소식은 소니가 소니에릭슨의 에릭슨 지분을 인수한다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소니에릭슨은 일본 소니와 스웨덴 에릭슨이 합작해 2001년 설립한 기업입니다. 한때는 제법 폼 나는 하이엔드 제품이나 음악 감상 기능이 돋보이는 폰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지요. 그런데 아이폰이 나온 후 빅5에서 밀려났고 결국 소니와 에릭슨이 이혼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모토로라는 지난 8월 125억 달러에 구글에 팔렸죠. 1928년에 설립됐고 무전기와 휴대전화를 세계 최초로 내놓았던 ‘뼈대 있는’ 통신기기 메이커가 열두세 살 기업에 넘어갔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모토로라는 레이저 후속 베스트셀러를 내놓지 못해 고전하는 상황에서 아이폰이 나와 판이 심하게 흔들리자 ‘안드로이드 올인’ 전략을 펼쳐 위기를 넘겼습니다.
LG전자는 전략을 잘못 택해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보다 마케팅을 중시했고 스마트폰보다 피처폰에, 안드로이드폰보다 윈도폰에 치중했습니다. 작년 9월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는데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내에 ‘괜찮은 제품’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근간이 흔들렸다고 하니 걱정스럽습니다.
노키아의 추락은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40% 안팎이던 시장점유율이 20%대로 곤두박질했습니다. 아이폰에 대적할 만한 제품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죠.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에 밀려 3위로 주저앉았고 전체 휴대전화를 놓고 봐도 삼성한테 매출 1위를 빼앗겼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윈도폰 탑재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지만 전망이 불투명합니다.

하지만 삼성이 가야 할 길은 멉니다. 삼성은 애플과 멱살잡이에 가까운 특허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밀리면 심각한 타격을 입겠죠. 이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카피캣’ 말고 창의적인 제품, 혁신적인 제품, 소비자가 환호할 만한 제품을 내놓아야 합니다. 또 있습니다. 계속 기기만 만들어 팔지, 애플처럼 콘텐츠나 서비스 분야에도 뛰어들지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최근 게임 업체 대표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았습니다. ‘게임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누구인가.’ ‘게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디바이스(기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렇게 물었는데 각각 스티브 잡스와 아이폰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아이폰이 폰 시장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 운영자
http://blog.hankyung.com/kim215 트위터 @kwang82
김광현 한국경제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