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정부가 기어이 ‘알뜰 주유소’ 카드를 꺼내들었다. 알뜰 주유소는 시중보다 리터당 70~100원 정도 싼값에 유류를 판매하는 주유소를 뜻한다. 지난 7월 기름값이 너무 비싸다며 도입 방침을 밝혔던 ‘대안 주유소’를 구체화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가격 인하 효과가 정부의 기대만큼 나타날지, 기존 주유소와의 형평성 문제는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정유 업계가 어느 정도 알뜰 주유소 확대 정책에 호응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지식경제부는 11월 3일 정유사 중심의 기존 주유소에 비해 석유제품 판매 가격이 다소 낮은 ‘알뜰 주유소’를 2015년까지 전체 주유소의 10% 정도인 1300개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재훈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정유 4사에 의한 독과점 구조로 국내 석유 시장의 경쟁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알뜰 주유소, 기름값 내릴 수 있을까
석유공사와 농협 앞세워 싼값에 구입

지경부는 우선 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를 앞세워 국내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을 싼값에 공동 구매하고 이를 알뜰 주유소에 공급할 계획이다. 경우에 따라 외국 업체의 덤핑 물량도 사들여 국내 품질 수준으로 보정해 유통하기로 했다. 석유공사와 농협은 이날 공동 구매를 위한 입찰 공고를 내고 이달 중 공급자를 정할 계획이다.

농협은 이미 대량 구매를 통해 농협 주유소 300여 개를 알뜰 주유소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석유공사가 새롭게 가세하는 셈이다. 알뜰 주유소에 대한 물량 공급은 12월부터 시작되며 소비자가 시중에서 접할 수 있는 알뜰 주유소는 농협 주유소 300여 곳을 포함해 1년 내 500곳 이상이 될 것으로 지경부는 예상했다.

알뜰 주유소는 ▷자가 폴 주유소 ▷농협 주유소 ▷고속도로 주유소 ▷기업의 사회적 공헌형 주유소 등 4가지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정부는 특히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돼 있는 167개 고속도로 주유소를 순차적으로 알뜰 주유소로 변경함으로써 일선 주유소의 경쟁을 활성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알뜰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소를 곁들여 ‘종합 에너지 판매소’로 키우는 한편 우리은행 등과의 협의를 통해 할인 폭이 큰 알뜰 주유소 특화 카드 출시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알뜰 주유소로 전환하는 주유소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유소의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최저가로 양질의 기름을 공급하는 게 중요하지만 국내 석유류 수급 여건을 감안할 때 지속성이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당장 석유공사와 농협 등이 실시하는 입찰에 정유사들이 흔쾌히 참여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분위기다.

여기에 주유소 간 형평성 문제와 불공정 거래 가능성에 대한 논란도 가세하고 있다. 석유유통협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알뜰 주유소에 시설 개선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결국 세금으로 알뜰 주유소에만 이익을 준다는 뜻”이라며 “그러면 기존 주유소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유사의 영업 비밀을 아는 공기업이 민간 유통에 뛰어드는 것이 우려된다”면서 “공공과 민간 부문의 역할이 엄연히 구분돼 있는데 정부가 시민의 세금으로 사적인 영역에 들어오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박신영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