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의 진중한 로맨틱 코미디
[이 주의 영화]티끌 모아 로맨스 外
한예슬이 빈병을 차지하기 위해 옥탑방 높이 새처럼 날아오른다. 이렇듯 만화적 설정으로 시작한 ‘티끌 모아 로맨스’는 언뜻 당대의 최고 청춘 스타 한예슬과 송중기가 호흡을 맞춘 ‘샤방샤방’ 로맨틱 코미디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꽤 리얼리티 가득한 우리 시대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들이 이른바 ‘88만 원 세대’를 연기한다는 것이 설득력 없는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티끌 모아 로맨스’는 사실 ‘로맨스’보다 ‘티끌’에 방점을 찍고 있다. 김광식 감독의 수작 ‘내 깡패 같은 애인(박중훈·정유미 주연)’처럼 88만 원 세대의 비애를 자연스러운 유머와 로맨스로 승화하는 꽤 솜씨 있는 작품이다. 예상과 사뭇 다르게 평범한 ‘청춘 스타’ 이상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한예슬과 송중기의 조화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때때로 놀랍다.

백수 천지웅(송중기 분)은 매번 취업에 실패하고 엄마로부터의 용돈도 끊겨 연애는 물론 되는 일 하나 없이 살고 있다. 심지어 월세 옥탑방에서도 쫓겨날 상황인데, 때마침 구홍실(한예슬 분)을 만나 도움을 받는다. 빈병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 짠순이 홍실은 지웅에게 돈 벌기 노하우를 전수하겠다고 나선다. 다만 무조건 두 달간, 자기 말에 따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지웅을 머슴 부리듯 하는 홍실을 따라 지웅은 마지못해 생업 전선에 뛰어든다. 사사건건 부딪치는 그들이지만 그와 함께 통장 잔액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한다.

아마도 한예슬과 송중기의 팬이라면 당혹스러움과 포복절도 그 사이 어딘가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커피 전문점에서 설탕을 훔쳐 생계에 보태고 어지간한 거리는 걸어 다니고 한 끼를 위해 헌혈을 마다하지 않는 홍실은 그야말로 국보급 짠순이다. 지웅 역시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는데도 야동과 스쿠터는 포기하지 못하는 ‘찌질남’이다.

88만 원 세대의 극단적으로 희화화된 형태가 여기 있다. 현실의 그들은 남부러울 것 없는 톱스타지만 영화에서만큼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벼랑 끝 청춘들이다. 당연히 그 로맨스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삶의 철학 아래 티격태격 따라오지만 서로에 대한 동정과 측은지심 사이에서 꽤 리얼하게 녹아든다.

언뜻 ‘무리수’가 많을 것 같았던 청춘 로맨틱 코미디에서 제법 진중한 드라마를 발견하는 쾌감은 꽤 크다. ‘동업’과 ‘동거’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절묘한 호흡을 보여주는 그들을 통해 기분 좋은 ‘발견’의 기쁨을 주는 영화다.




너는 펫
감독 김병곤 출연 김하늘, 장근석
[이 주의 영화]티끌 모아 로맨스 外
욱하는 성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고학력·고수입에 외모까지 출중한 은이(김하늘 분) 앞에 어느 날 상자에 담긴 인호(장근석 분)가 발견된다. 인호는 은이의 충실한 펫 모모가 되겠다며 애교를 부린다. 주인과 펫의 행복한 동거 생활은 은이의 첫사랑이 나타나면서 위기가 찾아온다.


악질경찰

감독 베르너 헤어조크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에바 멘데스, 발 킬머
[이 주의 영화]티끌 모아 로맨스 外
뉴올리언스 형사 테렌스 맥도나(니콜라스 케이지 분)는 탈옥범을 구하려다 허리를 다치게 된다. 약물중독자가 된 그는 온갖 불법을 서슴지 않으며 악질적인 부패 경찰의 길로 빠져든다. 그러던 중 내사과의 추적을 받게 되고 악당들에게까지 목숨을 위협 당하면서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비기너스
감독 마이크 밀스 /출연 이완 맥그리거, 크리스토퍼 플러머
[이 주의 영화]티끌 모아 로맨스 外
올리버(이완 맥그리거 분)는 어느 날 45년간의 결혼 생활을 끝낸 75세의 아버지 할(크리스토퍼 플러머 분)의 커밍아웃을 접한다. 한편 올리버는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프랑스 출신 여배우 애나(멜라니 로랑 분)와 함께 있고 싶으면서도 구속 받는 건 싫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주성철 시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