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영화]티끌 모아 로맨스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587.1.jpg)
그들이 이른바 ‘88만 원 세대’를 연기한다는 것이 설득력 없는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티끌 모아 로맨스’는 사실 ‘로맨스’보다 ‘티끌’에 방점을 찍고 있다. 김광식 감독의 수작 ‘내 깡패 같은 애인(박중훈·정유미 주연)’처럼 88만 원 세대의 비애를 자연스러운 유머와 로맨스로 승화하는 꽤 솜씨 있는 작품이다. 예상과 사뭇 다르게 평범한 ‘청춘 스타’ 이상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한예슬과 송중기의 조화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때때로 놀랍다.
백수 천지웅(송중기 분)은 매번 취업에 실패하고 엄마로부터의 용돈도 끊겨 연애는 물론 되는 일 하나 없이 살고 있다. 심지어 월세 옥탑방에서도 쫓겨날 상황인데, 때마침 구홍실(한예슬 분)을 만나 도움을 받는다. 빈병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 짠순이 홍실은 지웅에게 돈 벌기 노하우를 전수하겠다고 나선다. 다만 무조건 두 달간, 자기 말에 따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지웅을 머슴 부리듯 하는 홍실을 따라 지웅은 마지못해 생업 전선에 뛰어든다. 사사건건 부딪치는 그들이지만 그와 함께 통장 잔액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한다.
아마도 한예슬과 송중기의 팬이라면 당혹스러움과 포복절도 그 사이 어딘가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커피 전문점에서 설탕을 훔쳐 생계에 보태고 어지간한 거리는 걸어 다니고 한 끼를 위해 헌혈을 마다하지 않는 홍실은 그야말로 국보급 짠순이다. 지웅 역시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는데도 야동과 스쿠터는 포기하지 못하는 ‘찌질남’이다.
88만 원 세대의 극단적으로 희화화된 형태가 여기 있다. 현실의 그들은 남부러울 것 없는 톱스타지만 영화에서만큼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벼랑 끝 청춘들이다. 당연히 그 로맨스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삶의 철학 아래 티격태격 따라오지만 서로에 대한 동정과 측은지심 사이에서 꽤 리얼하게 녹아든다.
언뜻 ‘무리수’가 많을 것 같았던 청춘 로맨틱 코미디에서 제법 진중한 드라마를 발견하는 쾌감은 꽤 크다. ‘동업’과 ‘동거’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절묘한 호흡을 보여주는 그들을 통해 기분 좋은 ‘발견’의 기쁨을 주는 영화다.
너는 펫
감독 김병곤 출연 김하늘, 장근석
![[이 주의 영화]티끌 모아 로맨스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588.1.jpg)
악질경찰
감독 베르너 헤어조크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에바 멘데스, 발 킬머
![[이 주의 영화]티끌 모아 로맨스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589.1.jpg)
비기너스
감독 마이크 밀스 /출연 이완 맥그리거, 크리스토퍼 플러머
![[이 주의 영화]티끌 모아 로맨스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590.1.jpg)
주성철 시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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