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코칭 ‘붐’


최고경영자(CEO)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없는 길을 만들어 가야하니 불안하고 불투명하다. 가뜩이나 고독한 자리가 CEO인데 날마다 외롭고 힘든 결정을 요구받는다. 그래서 등장한 게 ‘사장 코칭’이다. 최근 사장 코칭은 조용하되 거세게 확산 중이다. 일본 경제 주간지 도요게이자이는 “불투명성이 높아지면서 압박감과 위기감에 몰린 경영진이 사장 코칭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장 코칭은 지식사회의 필수 전략이다. 불확실성을 이기는 상상력을 발휘하자면 다각도에서의 신중한 의식 개혁, 사고 개발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NHK도 가세했다. NHK는 기획 보도를 통해 새로운 변화에 직면, 사장 코칭으로 해결 돌파구를 모색한 2명의 CEO를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합병 회사 사장은 거대해진 기업 규모에 맞게 기술자보다 경영자로의 변신을 자각했고 사내 소통이 삐걱대던 CEO는 사장 코칭 후 180도 바뀌며 커뮤니케이션의 파워를 실감했다.

코칭은 1990년대 미국에서 확립된 능력 개발 기법이다. 일본엔 1990년대 중·후반 도입됐다. 코칭 회사와 전문가도 부쩍 늘었다. 시장이 커진 덕분이다. 가령 ‘코치 A’는 창업 14년째인데 누적 1500개사의 코칭 실적을 쌓았다. 이 중 350개사는 주기적인 코칭을 실시한다. 70~80%가 상장 기업이다.
다케다 잇페이 니치콘 회장(오른쪽)이 사옥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시스템 앞에서 직원들과 친환경 제품 개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발전시스템엔 니치콘이 자체 개발한 콘덴서 부품이 들어가 있다. 

/교토=허문찬기자  sweat@
다케다 잇페이 니치콘 회장(오른쪽)이 사옥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시스템 앞에서 직원들과 친환경 제품 개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발전시스템엔 니치콘이 자체 개발한 콘덴서 부품이 들어가 있다. /교토=허문찬기자 sweat@
사장 자신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조언

경영에 익숙지 않은 정보기술(IT) 등 신생 기업 혹은 인수·합병(M&A) 기업이 많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지만 상황 변화로 멈춰선 기업도 적지 않다. 사장 코칭은 일대일로 이뤄진다. 코칭은 컨설팅(경영 진단), 카운슬링(갈등 해소)과 다르다. 목표 설정 후 방향성과 우선순위를 정하도록 함께 도와주는 조언 역할에 그친다.

경영에 필요한 구체·전문적인 영역을 다루는 컨설팅이 관련 분야를 섭렵한 전문가에게 솔루션을 요구하는 분야라면 코칭은 정답을 가르쳐 주지도 가르쳐 줄 수도 없다. 기본 전제가 ‘정답은 CEO 안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사장 개인이 판단하고 결정한 선택이야말로 정답에 가깝다는 인식이다. ‘KFS(Key Factor of success: 핵심 성공 요인)’란 말처럼 수치 기반적인 경영전략을 내세워 논리 정연한 맥락 분석의 실천 지침을 주는 단순·명쾌한 컨설팅과는 구분된다.

무엇보다 코칭은 가르치지 않는다. 코치가 질문을 던져 생각하도록 하는 게 일반적이다. 경영 본질과 선호 이유 등을 들은 후 사장 자신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조언한다. 잠자거나 잊었던 CEO의 잠재인식·능력을 자발적으로 일깨워 주는 구조다. CEO가 잘 빠지는 함정·한계를 제3자인 코치가 조사·분석해 알려주기도 한다. 많은 경우 답은 코칭 대화 중에 모색된다. ‘당신 안에 답이 있다’는 전제 개념은 CEO와 공유된다.

CEO야말로 해당 업계와 기업 환경을 누구보다 오랫동안 주도면밀하게 관찰·경험해 본 최고 전문가란 점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최고 전문가인 자신이 선택한 답이니 진정성과 흡수력도 높다. 성공의 딜레마가 적지 않은 일반적인 컨설팅과의 차이점이다. 벤치마킹·반면교사만으로 교훈을 얻는 시대가 아니란 점도 고무적이다. 코칭은 전체 직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달라진 사장의 ‘깊고 넓은 사고 습관’이 회사의 공기를 밝게 하기 때문이다.

회사 내부의 ‘생각하는 힘’이 저절로 좋아지는 건 불문가지다. 일부 회사는 코칭을 전체 직원에게까지 확대·적용하기도 한다. ▷비전 공유 ▷동기부여 ▷균형 유지 ▷소통 향상 등에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