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채권의 매력
국제통화기금(IMF)은 2011~2012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4%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 위기 이전인 2003?2007년의 연 성장률 평균치인 4.8%보다 약 1% 감소한 수치다. 미국과 유럽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 전후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도 금융 위기 이전에 기록했던 10% 이상의 성장은 힘들어 보인다. 이렇게 경제성장률 전망이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된 이유 중 하나는 선진국의 재정 적자 때문이다. 향후 선진국은 부채 감축을 위한 노력이 장기적으로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경기 부양을 위한 여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사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로 금융 위기를 3년 만에 극복(3년은 코스피가 2007년 고점을 다시 회복하는데 걸린 시간을 기준)할 수 있었던 동력은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은 기준금리를 2개월 동안 2%에서 0.25%로 재빨리 낮췄고 1~2차 양적 완화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번 유럽발 재정 위기 이후의 상황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선진국 금리가 이미 제로 금리 수준에 가까운데다 유동성 투입은 신흥국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 때문에 쉽지 않다. 무엇보다 걸림돌이 되는 것은 당시 정부 재정을 통해 경기 부양을 이룬 결과 선진국의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가 높아져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는 저성장 시대로 돌입

여기서 안정적인 자산 운용 방법에는 흔히 알고 있는 은행 예금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은행 예금은 현재 시중금리가 약 4.2%로 낮은 수준이다. 현재 인플레이션은 4.3%(9월 소비자물가지수 기준)로 ‘돈’의 가치가 매년 4.3%씩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그 이상의 성과를 받아야 자산을 불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안정적인 투자에도 다양한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글로벌 채권, 그중에서도 금리 수준이 높은 이머징 국가의 채권이 있다. 실제 국가별 기준 금리를 보면 미국은 0~0.25%, 유럽 1.25% 등 선진국은 제로 금리에 가까운 저금리 상황이지만 브라질은 13%, 인도는 6.5% 등 신흥국의 금리 수준은 꽤 높다. 이머징 채권 투자는 이러한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물론 이머징 국채 투자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머징 국가는 ▷선진국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이 낮고 ▷경제성장률이 양호하며 ▷통화가치 변동성도 과거보다 낮아지고 있다. 한 국가의 체력은 통화가치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는데, 과거와 달리 위기 발생 시에도 통화가치 하락 폭이 감소하고 있다. 과거 정보기술(IT) 버블, 서브프라임 위기 등과 이번 유럽 재정 위기 후 이머징 통화의 변동성을 보면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폭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인도네시아 루피화만 보더라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마이너스 83.73%, IT 버블 붕괴 당시 마이너스 26.61%, 서브프라임 금융 위기 당시 마이너스 9.80%, 이번에는 마이너스 3.24%로 크게 개선되고 있다. 글로벌 위기에서 이머징 국가의 통화 변동 폭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국가의 펀더멘털이나 신용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머징 채권에서 새 기회 찾아야
대표적인 이머징 채권으로 올해 상반기 화두였던 브라질 채권이 있다. 브라질은 풍부한 자원과 인구를 바탕으로 견조한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국가다. 이머징 국가 중에서도 금리가 높아 채권 투자 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브라질 채권 투자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연 10.6% 수준이다(금융거래세와 환율 효과 제외, 연 수익률 기준, 10년 만기, 이하 동일). 실제 지난 4월 미래에셋증권의 브라질 채권에 투자했다면 약 10.9%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외국인 투자에 부과되는 금융거래세 6%는 감안해야 하지만 금융거래세는 최초 투자 시에만 부과돼 장기 투자를 통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이 밖에 브라질 채권은 높은 금리 외에 비과세를 통한 추가 수익이 있다. 통상적으로 국내 개인 투자자의 금융 소득에 대해서는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만일 4%의 이자를 받는 금융 상품이 있다면 세금을 제외한 실질 수익률은 약 3.4%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브라질은 우리나라와 조세 조약을 맺어 채권 투자 이익과 환차익에 비과세가 적용돼 실질 수익률이 높다.
브라질 채권 투자에는 환율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헤알화 가치 변동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변동될 수 있다. 물론 브라질의 무역수지 흑자가 계속되고 2014년 올림픽을 대비한 인프라 투자가 광범위하게 이뤄어지고 있으며 장기적인 성격의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많다는 점에서 통화 강세 요인이 많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위기 발생 시 환 손실 가능성이 없지 않은 만큼 브라질 채권에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분산 차원에서 적정 수준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성현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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