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가이자 개척자 스티브 잡스가 영면의 길을 떠났다. 전 세계 젊은이를 비롯해 동시대 수많은 사람들의 애도 발길이 오랫동안 계속됐다. 마치 친구를 잃은 듯 상실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한 입 베어 문 사과에 절망과 희망, 실패와 성공, 아픔과 치유 등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이 다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잡스가 남기고 간 사과는 세상을 변화시킨 3가지 사과 중 하나라고 평가 받고 있다. 잡스는 단순히 제품을 만든 게 아니라 상상력으로 시장을 개척했고 미래를 만들었다.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에 이어 인류와 세상을 바꾼 커다란 변곡점이 되었다.
세상을 바꾼 세 번째 사과가 ‘혁신’이었다면 그 다음 차례는 무엇일까. 영국의 경제 칼럼니스트 아나톨 칼레츠키는 저서 ‘자본주의 4.0’에서 서구 자본주의의 진화 과정을 4가지 단계로 설명한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자본주의 4.0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했다.
따뜻한 자본주의, 행복한 성장으로 요약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도시와 농촌, 노인과 젊은이 등 서로 다른 사람들이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닐까. 우리 사회를 보다 따뜻하게 성장하는 사회로 만들자는 의미로 본다면 자본주의 4.0의 핵심 의미는 ‘상생’이다.
상생이 이 시대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기업에서의 상생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사와 유통사, 부품사와 제조사 등 소위 갑과 을 간의 동반 성장을 말한다. 최근 유통 업계에서는 ‘중소 협력 사업체와의 동반 성장’이 주요 경영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유통법·상생법 외에도 각 기업들이 다양한 상생 전략을 내놓고 있다. 한 대형 마트는 해외 진출 시 중소 협력 업체와의 동반 진출 사업에 주력해 협력 업체에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동반 성장 사이트를 개설한 곳도 있다.

판매자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판매와 전통 시장 상인의 오픈마켓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일련의 지원은 곧바로 유통 단계 축소 등에 따른 물가 안정과 같은 소비자 혜택과 직결되며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의 효과도 가져온다.
현재 수천 명의 재래시장 상인들이 디지털 상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100여 곳의 지자체들이 온라인 유통에 힘쓰고 있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지속적인 관련 규모나 매출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잡스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기술과 인문학, 휴머니즘의 소통이다. 혁신적 제품은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것과 같다. 그의 사과는 인간을 편리하게 하는 혁신적 측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자 그다음 변화를 이끌 새로운 ‘사과’를 예견하고 있다.
박주만 G마켓·옥션 대표이사 사장
1967년생.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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