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기억과 자신의 기억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리먼 쇼크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동일본 대지진, 유럽 신용 불안, 엔고 현상으로 피로가 누적된 일본 경제이지만 벤츠나 BMW 등 고급 승용차의 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2% 증가했다고 한다. 필자도 여느 외국계 딜러사의 고급 세단 신차 판매 이벤트에 강사로 참가할 기회가 있었다.
수억 엔을 들여 개최하는 이벤트의 목적은 본체 가격 1000만 엔, 옵션을 넣어도 2000만 엔이 넘는 최고 고급차를 부자들한테 판매하기 위한, 즉 부유층 마케팅 이벤트였다. 하지만 부유층이라고 해도 주식 투자나 토지 매각으로 갑자기 부자가 된 뉴 리치는 해당되지 않는다. 연 수입 2000만 엔 이상, 토지를 제외한 금융자산이 1억 엔 이상인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시승한 후 강연회에서는 여러 업계에서 진짜 부자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하는 사람들로부터 그들의 체험담이나 성공담을 듣고 부유층 마케팅의 성공 비결을 얻는다. 여기서 강연자의 한 사람인 도쿄의 유명 백화점 A 씨의 얘기를 소개한다.
A 씨는 상위 1%의 고객을 상담하는 프래티나 살롱이라는 부서의 책임자 컨시어지다. 신장 180cm의 당당한 체격이지만 고급스럽고 세련된 분위기로 사람을 대하는 모습에서 풍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
A 씨의 강연은 지금까지 상대한 고객과의 만남·에피소드가 주요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의 사장이 중요한 회의를 하기 전에 그 백화점에 들러 쇼핑할 때 A 씨가 동행했다고 한다. 그때 고객의 신발을 보니 전에 A 씨가 추천해 샀던 구두가 흙으로 더러워져 있었다. A 씨는 “구두를 닦아 드리겠습니다”라며 그곳에서 고객의 구두를 닦아줬다고 한다.
또한 어느 저명인사가 A 씨의 매장에 왔을 때다. 그를 텔레비전 화면에서 봤을 때부터 신경 쓰였던 것은 넥타이의 매듭이 헐렁한 것이었다. A 씨는 그 저명인사에게 와이셔츠의 목둘레 사이즈가 맞지 않아 넥타이가 헐렁하다고 말해주고 와이셔츠를 교환해 줬다고 한다.
이런 체험담을 옆에서 들었는데, 나중에 그가 말한 한마디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그것은 “헤어질 때 선물로 주는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라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밖에 비가 내리고 있는데 우산은 갖고 있나요”와 같은 말이다.
나는 A 씨와 만난 후 A 씨의 본질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이것은 부유층 마케팅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라고 여겨 그 본질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거기서 발견한 것은 프랑스어 ‘리에종(Liaison)’이라는 말이다.

즉, “헤어질 때 배려하는 마음을 선물로 준다”라고 한 A 씨의 말은 다음 만남을 중요시하며 이를 위한 ‘선물’이다. 고객과 자신을 어떻게 연결(리에종)해 갈 것인가. 고객의 기억과 자신의 기억을 어떻게 이어갈(리에종) 것인가.
A 씨의 발상과 행동의 핵심에는 ‘리에종’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것이 부유층 마케팅보다 중요한 ‘본질’이 아닐까 생각했다.
테츠카 슈이치(手塚修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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