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100대 기업 10년의 변화

한경비즈니스와 NICE(나이스)신용평가정보가 공동으로 선정하는 ‘외국계 100대 기업(Foreign Super Companies 100)’이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2005년을 제외하고 올해까지 총 아홉 번 치러졌다.

2001년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시작한 ‘한국의 100대 기업’이 2회째를 치르고 난 뒤 국내에 부족한 외국계 비상장 기업에 대한 정보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2002년 하반기부터 ‘외국계 100대 기업’을 시작한 것이다.

첫해인 2002년 당시 한경비즈니스 지면에서는 외국계 100대 기업 선정에 대해 “(외국계 기업은) 국내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수출을 하면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수출액으로 잡힌다. 무늬만 우리와 다를 뿐 실제로 하는 일은 똑같은 셈이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들은 그동안 국내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

나름대로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고용에서도 일익을 담당했지만 역할에 걸맞은 위상을 갖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만약 연간 3조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이를 전량 해외에 수출하는 노키아티엠씨가 처음부터 국내 기업이었다면 어땠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라고 설명해 놓았다.
10년 새 IT 저물고 금융업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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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하반기부터 시작

첫해의 1위는 노키아티엠씨였다. 핀란드의 노키아 본사가 100% 출자한 형태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경남 마산시 자유무역지대 내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으며 생산하는 휴대전화 전량을 해외에 수출한다. 당시 한 해 수출액이 25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많고 마산 자유무역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나 될 정도로 큰 회사였다.

노키아티엠씨는 2002년에 이어 2003년 선정 때도 1위를 차지했으며 2004년 2위, 2006년 3위로 꾸준히 상위권에 있었지만 2007년, 2008년 8위로 주춤했다가 2009년 다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8위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스마트폰 열풍을 따라가지 못한 노키아 본사의 영향인지 2011년 선정에는 16위로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는 선정 첫해인 2002년에는 2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다 이듬해인 2003년 2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마트 업계가 2002년부터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면서 당시 홈플러스는 업계 2위, 재계 매출 순위 80위 기업으로 덩치가 커졌다. 삼성테스코는 2004년에도 4위에 올랐으며 2006년에는 9위로 10위권을 지켰지만 2007년 이후 선두권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2009년 다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0년 순위가 22위로 다소 처지긴 했지만 올해 선정에서 다시 4위에 오르며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첫해 선정 당시 5위였던 까르푸는 한국에서 철수한 반면 삼성테스코는 한국 시장에서 국내 업체와 당당히 겨루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국IBM의 하락세는 정보기술(IT) 업계의 부침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IBM은 기업의 경영 프로세스 혁신과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등 전산 운영 환경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2002년 4위에 오른 뒤 2003년 3위, 2004년 7위, 2006년 10위로 차츰 순위가 내려가다 2010년 10위로 반짝 등장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219위로 대폭 하락하기도 했지만 2010년과 2011년에 회복세를 보였다. 2011년에는 17위에 랭크돼 여전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신문·출판용지 시장점유율 45%를 차지하며 첫해 3위에 올랐던 팬아시아페이퍼는 2004년부터 상위권 순위에서 사라졌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신문 구독률과 독서량이 떨어지는 시대적 추세를 거스르지 못했다. 현재는 선정 대상 자체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암웨이는 꾸준하다. 2002년 6위에 오른 뒤 2003년 7위를 차지한 후 10위권에는 보이지 않지만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009년 48위, 2010년 48위, 2011년 49위로 큰 변동 없이 꾸준하다. 회원제 유통 판매 조직이기 때문에 충성도가 높아 불황에 강한 체질을 보여주고 있다.

2002년 7위, 2003년 8위로 상위권이었던 오비맥주는 인수·합병되면서 리스트에서 자취를 감췄다. 코카콜라보틀링 또한 2002년에 8위에 오를 정도로 존재감 있는 회사였지만 매각을 거듭하며 지금은 LG생활건강에 흡수돼 국내 기업이 됐다.



2008년부터 SC제일은행 1위 행진

2000년대 중반부터 눈에 확 띄는 변화는 생명보험사와 은행을 비롯한 대형 금융 업체의 부상이다. 2006년까지는 선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한국씨티은행은 2007년 선정 대상에 포함되자마자 단숨에 1위를 차지했다. 당시 한국씨티은행은 국내 시중은행과 경쟁할 정도로 덩치가 크고 주목받는 금융회사였다.

한국SC제일은행 또한 외국계 기업의 리더 역할을 꾸준히 하고 있다. 2006년 등장해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08년부터 4년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2010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한국씨티은행과 비교해 봤을 때 자산은 14조 원(26.3%) 많고 영업수익은 8조7000억 원(56%) 많다. 순이익은 한국SC제일은행이 3223억 원, 한국씨티은행이 3155억 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내년에 한국씨티은행이 순이익에서 앞선다고 하더라도 자산과 매출액의 차이를 단기간에 극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한국SC제일은행의 1위 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ING생명보험도 꾸준하다. 2003년 10위권에 순위를 올린 이후 한 번도 10위권 밖을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2003년 3위를 시작으로 2004년 3위를 지켰고, 2006년에는 1위에 ‘깜짝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어 2007년 3위, 2008년 5위, 2009년 10위, 2010년 6위, 2011년 5위를 유지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10위권 수성이 약간 불투명한 상태다. 2006년 10위권 진입 이후 2007년 4위, 2008년 3위, 2009년 6위, 2010년 5위로 꾸준하다가 올해 선정에서 15위로 살짝 미끄러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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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