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국면…내 몸에 맞는 투자 필요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의 결과는 자산시장의 오늘과 내일을 보는 창(窓)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청년 실업으로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20대, 전세난과 고용 불안, 높은 사교육비에 시달리는 30·40대가 박원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반면 여전히 강남 3구로 대표되는 부유층 지역은 한나라당의 텃밭 역할을 했다. 이런 선거 결과가 자산시장에 어떤 시사점을 제공할까.

어떤 개별 상품에 투자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산 배분·세금·상속 등 종합적인 자산 관리가 필요한 투자자들이다. 또한 사회가 양극화로 치달을수록 거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들이 등장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헤지 펀드다.
한국형 헤지 펀드가 올 연말 안에 도입될 예정인데, 이 상품은 타깃 자체가 거액 자산가들이다. 거액 자산가들의 보수적 투자 성향을 반영해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데 초점을 둔 금융 상품들도 많이 등장했고 앞으로도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해외 채권형 펀드, 절대 수익 추구 펀드, 자산 배분 펀드 등이 거액 자산가들의 주요 투자 대상 상품이 될 것이다.
자신이 속한 계층을 확인하라
중산층의 자산 운용 목적은 노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에는 베이비 붐 세대(1955~1974년생)들이 20여 년에 걸쳐 정년퇴직 행렬에 동참하게 된다. 이들이 평균 수명이 길어진 시대에 모든 노후 자금을 준비해 놓고 퇴직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평균적인 중산층들은 그동안 모아 놓은 것을 빼 쓰면서, 또 한 편으로는 가지고 있는 자금을 계속 운용해야 한다. 한마디로 인출과 운용이 결합되는 시기가 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오로지 돈을 모으는 데만 초점을 맞춘 자산운용을 해 왔지만 앞으로는 기존의 보유 자산을 바탕으로 현금 흐름을 만들면서 투자도 해야 한다. 월 배분형 펀드, 즉시 연금보험, 월세가 가능한 수익형 부동산 등이 핵심적인 투자 대상으로 자리를 잡아 나갈 가능성이 크다.
자산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못한 젊은층과 서민층들은 주로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강제성 금융 상품을 기본으로 운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지는 연금 펀드와 같은 투자 상품이 이들의 머스트 해브(must have) 금융 상품이 될 것이다. 자영업자라면 노란 우산공제와 같이 소득공제가 주어지는 공제 상품도 반드시 가입해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의료비를 보장해 주는 의료비 보장 보험도 가입해 두어야 한다.
현재 한국 사회는 계층 간 양극화가 세대 간의 양극화와 결합돼 있다. 게다가 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고성장 국면에서 부(富)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많고 열심히만 일하면 부모 세대보다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믿음은 과거의 것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고령화의 힘겨운 파도에도 맞서야 한다.
정년퇴직자들이 많아지면서 노후 생활이 자산 운용의 핵심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자산운용을 할 때는 자신이 속해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거액 자산가에 속하는지, 아니면 퇴직 후 인출과 투자를 같이해야 하는 계층에 속하는지, 또 아니면 자산 규모가 작거나 거의 없는 계층에 포함돼 있는지 확인한 후 그에 맞는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
중산층과 서민층은 부채 관리에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저성장 국면이 완연해지면 레버리지를 통한 투자 수익을 내기가 점차 어려워진다. 높은 레버리지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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