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로 유럽에 ‘백인 노예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불가리아 일간 세가)

동유럽 각지에서 가난과 치안 상태 악화로 ‘꿈을 잃은’ 젊은이들이 방황하고 있다. 젊은 여성들은 “교육 기회와 임시 일자리를 제공해 준다”는 꾐에 빠져 매춘의 길로 빠져드는 일이 적지 않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유럽 언론들은 ‘백인 노예 거래’라며 우려하고 있다.

불가리아 유력 일간 세가(SEGA)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최근 대대적인 ‘인신매매’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동안 ‘백인 노예무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인신매매가 범죄 조직의 주요 자금줄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는 연간 8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 중 80%가 여성으로 추산된다.

EU 국가들은 각종 행정상 보호 조치를 취하거나 인신매매 희생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금을 만드는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그다지 크지는 않다.

불가리아의 전국인신매매방지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10년도 인신매매 피해자 수는 500명에 달했다. 이는 2009년도에 비해 인신매매 규모가 두 배나 커진 것이다. 올 들어서도 4월까지 154명의 인신매매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공식 통계’에 잡혔다. 이 중 여성 피해자는 141명이었고 아동 인신매매 피해자는 13명에 달했다. 이 같은 정부 통계로 파악되는 인신매매 규모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세가 측의 추론이다.

이처럼 불가리아 여성들에게 신변상의 ‘위협’을 가하는 나라로는 네덜란드·독일·영국·이탈리아·키프로스·스웨덴 등이 꼽히고 있다. 대부분은 ‘성적 착취’를 위해 젊은 여성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선 강제 노동을 위한 인신매매 케이스도 늘고 있다.
Photo prise le 16 mai 2002 de prostitu?es sur le trottoir de la rue du g?n?ral Conrad dans un des quartier les plus hupp?s de Strasbourg. La maire UDF de Strasbourg, Fabienne Keller, envisage de prendre tr?s rapidement un arr?t? pour interdire la prostitution dans ce quartier du Conseil des Quinze.    AFP PHOTO THOMAS WIRTH
Photo prise le 16 mai 2002 de prostitu?es sur le trottoir de la rue du g?n?ral Conrad dans un des quartier les plus hupp?s de Strasbourg. La maire UDF de Strasbourg, Fabienne Keller, envisage de prendre tr?s rapidement un arr?t? pour interdire la prostitution dans ce quartier du Conseil des Quinze. AFP PHOTO THOMAS WIRTH
불가리아 “EU가 방지 위해 적극 나서야”

최근에는 불가리아인이 불가리아인 인신매매에 가담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 스웨덴에 사는 두 명의 불가리아인들이 경찰에 체포됐다. 그들 불가리아인들은 높은 임금과 편안한 잠자리를 미끼로 ‘순진한’ 불가리아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동포의 감언이설에 속은 불가리아인들은 숲 한가운데에 있는 텐트에 거주하면서 각종 신분 증명 서류를 압류당한 채 ‘과일 따기’ 강제 노역에 동원됐다. 그들이 받을 임금은 모두 체불됐다.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에서도 불가리아 여성에 대한 매춘 수요가 적지 않다. 전문 ‘사냥꾼’들에 의해 불가리아 시골에서 성매매 산업에 충원될 여성들이 소집돼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나 이웃 그리스로 매춘업에 내몰리는 게 일반적인 루트이기도 하다. 몸 파는 일에 내몰린 여성들은 수입의 50% 이상을 포주에게 뜯겨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도 힘든 상황이다.

사람들을 유혹하는 기법이 갈수록 정교해지는 것도 문제다. 인신매매를 위해 사람들을 꼬드기는데 각종 창의적인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어학연수나 해외 산업연수 등을 명목으로 사람들을 모집한 후 각종 폭력을 사용해 탈출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불가리아에서 이 같은 인신매매가 만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차적으로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데다 최근의 경제 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와 함께 높은 문맹률과 전통적인 도덕 가치의 붕괴도 인신매매의 원인으로 꼽힌다. 유럽에서 다시 부각되고 있는 인종차별과 빈곤·실업 등도 불가리아 젊은 여성들이 ‘절망적인 해법’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원인이다.

세가는 “인신매매의 위험성에 대한 캠페인을 강화하고 사법 당국과 EU가 인신매매 조직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비극적인 사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김동욱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