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성향·투자상품 이해 ‘필수’


최근 선진국의 경기 둔화 우려와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 위기 확대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졌다. 기대 수익을 조금 낮추더라도 최근 높아진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피할 수 있는 안정형 자산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안정형 자산이라고 하면 쉽게 은행 예금 혹은 국내 채권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좀 더 높은 성과를 가져다주는 안정형 상품들이 투자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빠르고 복잡해진 시대만큼 다양해진 안정형 상품의 특징을 이해하고 긴 안목으로 안정형 자산 관리 전략이 필요해진 것이다. 안정형 자산 관리를 위해 기본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은 무엇이고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자산을 배분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안정형 자산을 위한 자산 관리 전략
같은 안정형 자산도 수익률 모두 달라

안정형 자산에 어떤 비율로 배분해야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기대 수익을 높일 수 있을까.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위험이 가장 낮다고 생각되는 정기예금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최선의 방안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각 안정형 자산들이 가지고 있는 속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현재 재무 상황 및 투자 성향에 맞도록 조절하면서 배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안정형 자산은 크게 예금(CMA), 선진국 채권, 국내 채권, 신흥국 채권,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파생결합증권과 헤지 펀드로 구분할 수 있다. 과거 10년간의 벤치마크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자산별로 <그림 1>과 같은 연평균 수익과 변동성의 모습이 그려진다. 코스피 지수가 동일한 기간 동안 연평균 15.89%의 수익과 29.06%의 변동성을 보인 것에 비해 안정형 자산들은 기대 수익은 조금 낮지만 가격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훨씬 안정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안정형 자산을 위한 자산 관리 전략
<그림 1>에 나온 것과 같이 안정형 자산이라고 하지만 각 자산마다 위험 대비 기대 수익률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금은 변동성이 극히 낮지만 수익은 가장 낮은 반면, 신흥국 채권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위험)이 높지만 기대 수익률 또한 높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안정형 자산이라고 해서 무차별하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의 고유 성격을 이해하면서 안정형 자산 간 합리적 배분이 필요하다.

자산별 특성을 잘 파악한 후 합리적인 근거로 향후 전망을 도출해 자산을 배분하더라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최우선 고려 사항이 있다. 바로 투자자의 재무 상황과 변동성에 대한 투자 성향이다. 1년 후 아파트 중도금을 내기 위해 단기 자금을 운용하는 A 씨, 15년 후 노후를 준비하는 장기 투자자 B 씨, 안정적인 월 지급을 원하는 연금생활자 C 씨, 금융 소득이 많아 매년 종합과세를 고려해야 하는 D 씨의 안정형 자산 배분 결과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A 씨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을 투자하므로 가격 변동성이 작은(기대 수익이 낮은) 자산에 대한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고, B 씨는 상대적으로 투자 기간이 길기 때문에 향후에도 고성장이 기대되는 고금리 신흥국 채권의 비중을 높이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C 씨는 안정형 상품 중 월 지급이 가능한 상품의 비중을 높이고, D 씨는 해외 채권 중 비과세 혜택이 있는 자산에 대한 비중을 높인다면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부담을 피하면서 실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투자자의 성향 역시 매우 중요하다. 투자 경험이 짧고 변동성 노출을 피하고자 하는 투자자는 확정 금리형 상품과 단기물 채권 만기 보유 전략에 중점을 두고 자산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투자 경험이 많은 투자자라면 파생결합증권이나 선별된 헤지 펀드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여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 국가들의 통화 가치 변동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 위기 때도 글로벌 신용 경색이 나타나면서 단기간에 변동성이 심하게 나타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다양한 해외 자산에 적절하게 분산해 자산을 배분한다면 원화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해외 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는 오히려 높아지기 때문에 실질 구매력을 보존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안전 자산으로 인식하는 국공채나 은행 예금도 자국의 경제 펀더멘털의 심각한 손상이 올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해 보면 국가 신용 등급이 자국보다 높은 국가(호주·미국 등)의 국채 및 통화에 장기적으로 배분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이와 함께 브라질·호주와 같이 조세협약이 맺어진 국가의 국채에 직접투자하면 채권 이자소득과 환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므로 해외 투자를 통해 다양한 기회를 적절히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해외 채권 상품 ‘주목’

끝으로 안정 추구형 고객들을 위해 안정형 자산으로만 구성된 모델 포트폴리오를 참고해 두 가지 자산 배분안 <그림 2>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자산 가치 변동성을 싫어하는 보수적인 투자자에게 적합한 안이고, 두 번째는 과세에 민감하며 약간의 변동성을 수용할 수 있는 중수익 절세를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안이다.
안정형 자산을 위한 자산 관리 전략
투자자 자신에게 어떤 안이 적합한 것인지는 재무 상황, 투자 성향, 투자 경험 등에 대해 전문가의 진단 결과에 따라 모두 상이하고 자산군 안에서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투자 전에 자산 관리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안정형 상품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요즘, 보다 깊은 안정형 상품의 이해를 통해 자산 관리를 한다면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한결 편하면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조성식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이사